[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 등을 수용당한 경우, 이후 해당 공익사업의 폐지·변경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수용목적물의 소유자는 수용 당시 받은 보상금에 상당한 돈을 지급하고 도로 살 수 있는 권리, 즉 ‘환매권(還買權)’을 가집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 법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토법) 제91조 (환매권)

① 토지의 협의취득일 또는 수용의 개시일(이하 이 조에서 "취득일"이라 한다)부터 10년 이내에 해당 사업의 폐지·변경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경우 취득일 당시의 토지소유자 또는 그 포괄승계인(이하 "환매권자"라 한다)은 그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부터 1년 또는 그 취득일부터 10년 이내에 그 토지에 대하여 받은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고 그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

②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취득한 토지의 전부를 해당 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제1항을 준용한다. 이 경우 환매권은 취득일부터 6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즉, 원소유자는 매도하였거나 수용당한 재물을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환매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매매계약이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매계약의 법률효과로서 환매권자는 사업시행자에 대하여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을 갖게 됩니다.

위 조항과 관련하여, 서울시가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취득했다가 사업이 변경된 후 토지의 원소유자에게 환매권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지라는 법원의 판단(2017가506511)이 있어, 이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2004년 4월 강서구 공항동 일대 서남권농수산물도매시장 주변도로개설공사를 위해 A의 토지를 수용한 뒤 각각 7,500여만원과 2억 4,200여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후 2007년 12월 수용한 토지를 마곡 도시개발구역으로 변경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한 다음 이를 고시했습니다.

그러자 A는 "공익사업의 폐지·변경으로 토지에 관한 환매권이 발생했음에도 서울시가 이를 통보하지 않아 제척기간 도과로 토지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됐다"며 올 2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공익사업을 위해 취득한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정변경 등에 따라 필요 없게 됐다면 그 토지가 장차 새로운 공익사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환매권을 행사하는 환매권자에게 일단 되돌려 주었다가 다시 협의취득하거나 수용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서울시가 수용한 토지는 공익사업에 따른 도로부지가 아닌 도시개발사업에 편입돼 공원, 학교 부지 등으로 조성되고 있거나 조성될 예정"이라며 "당초 토지의 취득 목적인 공익사업은 수용된 토지에 관해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이 승인되고 주택용지 조성 등 공사가 시행됨으로써 폐지·변경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환매권 통지 의무를 게을리해 A의 환매권을 상실토록 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이미 '지급한 보상금'에 당시의 인근유사토지의 지가상승률(1.06%)을 곱한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시했습니다.

해당사안은 상기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이 공토법 제91조 제6항에서 말하는 공익사업 변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된 것입니다.

만약 해당 사안이 공익사업 변환에 해당하였다면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의 입장에 따라 A에게 환매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가 환매권 행사 공지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손해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토지 수용으로 인해 국민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의무를 재확인 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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