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휴가철에는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 중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의 경우 여행 일정 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여행사의 주의의무가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패키지 여행의 경우 자유시간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여행사가 책임을 져야할까요?

여행객이 해외여행상품 일정 중 자유시간을 이용해 바나나보트를 타다 사고로 사망한 경우 여행업체에 20%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2016가합547164)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지난해 1월 가족과 함께 하나투어가 제공하는 '싱가포르/빈탄 5일' 여행상품을 구입해 현지로 떠났습니다. A는 여동생과 함께 여행중 자유시간을 이용해 묵고 있던 리조트의 해양스포츠 시설에서 바나나보트를 탔습니다. 그런데 바나나보트가 뒤집히면서 두 사람은 물에 빠졌고 뒤이어 모터보트가 이들을 충격하면서 A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A의 여동생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당시 바나나보트 운전자는 동력수상 레저기구 조종면허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운전자의 부주의한 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A의 유족은 지난해 8월 하나투어를 상대로 "7억 9,1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A(당시 19세)의 유족이 하나투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가합547164)에서 "1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 등이 여행상품을 선택할 때 자유시간 동안 리조트 내에 있는 해양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나투어는 리조트의 해양스포츠 시설이 관계 법령을 준수하지 않고 안전성이 결여된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사·검토해 A 등이 바나나보트를 타면서 겪을지도 모를 위험을 미리 제거 또는 대비할 수 있도록 조치할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A 등이 바나나보트에 탑승하기 전 위험인수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만으로 모든 사고의 위험을 인수했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A 등이 이용한 여행상품은 자유일정이 포함돼 다른 여행상품에 비해 저렴했고 하나투어가 자유일정을 보내는 여행자들에게 개인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부탁한 점이 인정된다"며 하나투어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하나투어 측은 "바나나보트 탑승은 여행계약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A 등은 바나나보트를 탑승하기 전 위험인수 동의서에 스스로 서명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A 등이 여행상품을 선택할 때 자유시간 동안 리조트 내에 있는 해양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점,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 위험인수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만으로 모든 사고의 위험을 인수했다고 해석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하나투어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최근 해외여행에서 여러 사고가 발생하는데 위 판결은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시간 중 발생한 사고도 여행사가 안전보호를 위한 조치의무를 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해자의 고의, 과실은 구체적 사안마다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하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기에,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입으면 시일이 가기 전에 빠른 증거확보와 대처가 필요함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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