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트럴치과 강남점 권순용 원장

[미디어파인=권순용 원장의 치아교정 이야기] 의과대학의 치과교정과 교수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평소에 엄청나게 무서워서 수술실에서 큰 소리로 수련의들을 호되게 야단치기로 유명한 산부인과 교수님께서 치과로 필자를 찾아오셨다. 나이 차이도 많고 차가운 인상 때문에 슬슬 피해 다니던 터라 내키지 않는 만남이었다. 차를 마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늦둥이 여식이 하나 있는데, 방에 들어가면 도통 다락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식구들과 전혀 대화도 하지 않습니다. 난 아무리 봐도 예쁜데, 이 녀석은 돌출된 입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가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선생님께 치료를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호랑이 교수님도 자식의 고민을 어떻게든 해결해주고 싶었던 따뜻한 아버지였던 것이다. 그 병원에는 성형외과 학회장까지 하신 유명한 교수님이 계셨지만 수많은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서 자기 자식만큼은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눕히기 싫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치과교정과를 찾아오신 것이다.

며칠 후 따님을 불러 몇 가지 검사를 했다. 집에서도 다락방 소녀라고 불릴 만큼 혼자만 있으려고 해서 처음에는 거의 대화가 되지 않았다. 진단을 해보니 앞니가 옥니 모양이면서도 돌출된 코 바로 밑부터 튀어나온 잇몸돌출이었다. 성장 후에 수술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였지만, 아직 약간의 성장이 남아 있어서 머리에 쓰는 뼈 고정 장치를 쓰면서 발치 치료를 통해 해결해 보기로 했다.

돌출입교정의 효과에 대해서 독백처럼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자니 소녀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대화는 치료 시작 후 6개월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지만, 수술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포기했던 입 모양을 치아교정 만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에 적극적으로 변했다. 전체적인 얼굴은 미인이셨던 사모님을 닮았는데, 돌출입만 아빠를 닮아서 치아교정 치료 후에는 상당한 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발치를 하고 철사를 넣고 6개월, 1년이 지나면서 점차 소녀의 외모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주 두꺼운 입술 때문에 치료 후에도 이상적인 외모 보다는 개선에 만족하자고 생각했었는데, 입술의 연조직 탄성이 아주 강해서 약간의 치아 후방이동 만으로 큰 외모의 개선이 있었다. 이후 소녀의 성격은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다. 중3 여름방학 때 시작된 치료가 고 2학년 때 끝났는데, 소녀는 다락방을 나와서 식구들과 대화도 나누기 시작하더니, 고2때는 담쌓았던 공부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왔던 얼굴도 생기가 생기고 치료가 끝난 뒤에는 길에 다닐 때 주목을 받을 정도로 예뻐졌다. 성격도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바뀌면서 국내 최고의 패션회사에 취업해서 패션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끔 병원에 와서 일 년에 한 번씩 체크 받고 빛나는 머리카락을 건강하게 날리면서 진료실을 나서는 밝은 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내가 이 직업을 잘 택했구나’ 하고 감격하고 잠시라도 고민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 눈시울을 붉혔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야간진료가 끝나고 고단한 몸으로 진료기록을 살피고 늦은 시간에 병원을 나설 때마다 그 때를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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