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건강을 위해 새로운 것을 찾을 일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상존하는 위험요소들을 살펴 찾아가며 요령껏 피하는 것이 먼저다. 센 물살 위의 징검다리를 균형을 잡으며 위태롭게 건너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수많은 유해성 식품이나 약물 부작용 외에 어떤 것들이 또 있을까. 차를 피해 길을 건너는 것도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횡단보도에서 유의해야 할 대상은 어린이만의 일이 아니다. 몇 달 전 불광역 앞에서 필자는 전단을 돌리던 젊은 여성이 火輪(화륜)을 당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지만, 시내버스와 접촉이 있었다 한다. 119 구급대원들은 손을 놓은 채 현장을 지키고 있었고 여성은 하늘을 본 채 눈을 뜨고 누워 있었다.

필자는 그녀가 돌리던 전단을 주워 한구석에 놓으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누구의 딸이며 한 남자의 사랑스러운 여인이며 아이들의 엄마일지도 모를 소중한 여성이 변을 당한 것이다. 20년 전 마포대교에서는 음주 차량과 충격한 티코 차량을 목격한 일이 있다. 가해 차량은 지금은 단종된 그레이스라는 승합차였는데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티코 승용차의 엔진이 아스팔트에 뒹굴고 있었다. 티코 승용차는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맥주병처럼 박살이 나 있었고 운전자는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길옆에 천으로 덮여 있었다. 다음 날 뉴스를 보고 피해자가 이화여대 학생임을 알게 되었다. 꽃다운 한 여학생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은 승합차 운전자의 음주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지금은 거의 없지만, 예전엔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이 집 근처에 흔히 있었다. 어른 손바닥만 한 VHS 테이프를 빌려와 틀게 되면 초기화면에 虎患(호환) 마마와 같은 것들이 무섭던 시절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연이어 음란동영상을 조심하라는 경고도 나오는데 차라리 애교스럽다. 이제는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것들이 되려 우리의 목을 겨누는 흉기가 되었다. 얼마 전 자동로봇청소기를 돌리던 한 여성의 웃지 못할 사연이 보도되었다. 바닥을 굴러다니며 부지런히 먼지를 모으던 청소기가 거실에 누워있던 여성의 머리카락을 뭉텅이 채 빨아들인 것이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한 청소기 덕에 여성은 자신의 머리카락과 로봇을 119대원을 불러 떼어내야 하는 촌극을 겪었다.

또 하나의 미래위험요소를 예견해 보자. 중국 여배우 장쯔이의 공개청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의 연인인 왕펑이 준비한 9억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인 비행기인 드론에 의해 장쯔이에게 배달된 것이다. 왕펑이 드론의 배달 바구니에서 반지를 꺼내 전달하자 장쯔이는 눈물을 흘리며 청혼을 승낙했다고 한다. 전혀 감동적이지 않은 이 장면을 보며 필자는 또 다른 걱정을 했다. 현재 민간에서의 드론 활용은 레저나 영상촬영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드론의 상업적 활용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물건을 배달하거나 농약을 치는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될 드론이 날아다니는 살인 병기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거다.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다닐 드론은 그 자체가 흉기다. 일부 전문가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공중을 누비는 비행체를 “날아다니는 예초기”로 표현하기도 한다. 드론이 장쯔이에게 9억짜리 반지를 무사히 배달하기는 했지만 향후 택배 업무나 레저 등으로 용도가 확대된 드론이 건물이나 혹은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들지 말란 법이 없다. 항공기와 충돌해 대형사고를 유발하거나 새들을 쫓아 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 위험은 기술과 문명의 발전 속도에 비례하여 늘어난다. 우리에게 닥칠 위험들을 모두 예상하여 대처할 순 없지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사고 및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범국민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 또다시 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장쯔이의 눈물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눈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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