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미널 스쿼드’, 하이스트 필름의 교과서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4.13l수정2018.04.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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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디아블로’ ‘런던 해즈 폴른’ 등 꽤 탄탄한 시나리오를 쓴 크리스찬 거드게스트의 감독 데뷔작 ‘크리미널 스쿼드’는 하이스트 필름으로선 흠잡을 데 없는 교과서적인 스토리와 외형을 지녔다. 여기에 선과 악이 애매모호한 현실의 아이러니를 살짝 꼬집고 니힐리즘을 덧대며 반전까지 버무렸다.

하루에 9번씩 은행에 강도가 출몰하는 로스앤젤레스. 중화기를 든 대담한 강도단이 은행을 터는 사건이 번번이 발생하자 LASD(LA카운티 셰리프국 경찰, NYPD 다음으로 큰 지방경찰 조직) 소속 범죄수사국의 리더 닉(제라드 버틀러)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용의자들의 최종 범죄는 텅 빈 방탄차 탈취. 군인 출신 메리멘(파블로 쉐리이버)이 이끄는 전직 군인들로 이뤄진 범죄조직의 동일수법임을 확신한 닉은 그들의 조직에 최근 합류한 호프집 ‘알바생’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를 잡아들여 방탄차의 용처를 묻지만 별 소득이 없자 프락치로 만들어 풀어준다.

연방준비은행 LA 지점은 LA에서 유일하게 단 한 번도 털린 적이 없는 철통보안을 자랑한다. 각 지역의 소규모 은행에서 매일 현금이 들어오면 신권과 구권으로 분류한 뒤 구권은 분쇄기를 통해 쓰레기로 만드는데 메리멘은 그 직전에 이걸 훔칠 계획이지만 도니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살짝 연막을 친다.

▲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 스틸 이미지

도니의 정보에 닉의 팀이 진을 친 곳은 한 작은 은행. 메리멘 일당이 은행을 점령하지만 검사에게 확실한 증거를 대기 위해선 돈을 들고 나오는 일당을 잡아야 하기에 닉은 팀원들에게 이때까지 대기할 것을 명령한다. 그런데 메리멘은 일부러 FBI의 출동을 유도해 닉의 팀과 갈등을 빚게 만든다.

그런 와중에 은행 안에서 한 발의 총성이 들린다. 메리멘이 호언한 대로 섣부른 협상을 시도한 경찰에 경고하기 위해 인질 중 한 명을 죽인 것으로 보인다. FBI는 메리멘이 요구한 현금과 헬기를 동원하려 서두르고, 닉은 도대체 메리멘의 최종 목적이 뭔지 헷갈려 오리무중에 빠져드는데.

드니 빌뇌브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의 표피를 흉내 내려 한다는 게 동전의 양면이다. 닉에게선 살짝 알레한드로의 뭔지 모를 그늘과 분노가 느껴지고 이를 음향효과가 거든다. 첼로 혹은 더블베이스의 침잠된 사운드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거들거나 아예 효과음이 없는 게 매우 인상 깊다.

▲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 스틸 이미지

‘시카리오’처럼 정의와 법(규칙, 매뉴얼)의 경계를 진지하게 묻긴 하지만 구조주의 언어학의 철학은 없고, 대신 간단한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회의만 메아리친다. 알레한드로에겐 복수심이란 확실한 계기가 있었지만 닉에겐 단순한 직업의식 혹은 맹목적인 정의감이 모든 걸 앞선다.

연방수사국은 멍청하고 느리며 ‘똥폼’만 잡는다. 위험에 노출된 닉 팀원들은 매번 다치거나 죽고, 고민과 고뇌에 휩싸인 닉은 방탄조끼를 입은 채 줄담배를 피워대지만 FBI는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유기농 검을 씹는다.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총질을 해대지만 메리멘 일당은 비무장 민간인에겐 총을 안 쏜다.

위로 올라갈수록 자신들의 출세만 앞세울 뿐 서민들의 안녕과 평화엔 무감각하지만 정작 밑바닥 사람들이 동병상련의 확실한 이데올로기를 가졌다는 알레고리. 닉이 도니를 잡자마자 폭력을 휘두르며 하는 말은 “악당은 네가 아냐, 우리지”라는 일갈은 참으로 통쾌하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답답해진다.

▲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 스틸 이미지

닉과 메리멘은 닮은꼴이다. 그들은 ‘일터’에서 똑같이 방탄조끼를 입고 중화기를 마구 쏴댄다. 메리멘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닉은 팀의 생계를 위해 각각 ‘일’을 한다. 조직원이 손을 떼려 하자, ‘고작 그깟 돈으로 평생 도망 다닐 것이냐’며 더 크게 한바탕하자고 부추기는 메리멘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동 파병 때 맹활약을 한 그는 제대 후 할 일이 없었다.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은 전장에서 작전을 펼치고 총을 쏴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것. 그래서 강도 짓을 하는 것이고 그걸 멈출 땐 삶도 그친다는, 미국의 제국주의와 지도층의 이기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반항! 닉에게선 그를 이해하는 눈치가 엿보인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교훈은 ‘입이 가벼우면 신세 망친다’다. 술집은 많고 다양한 정보가 넘쳐난다. 왜? 술은 악마가 일일이 사람들을 찾아가기 힘들 만큼 매우 바쁠 때 대신 보내는 대리인이기 때문에(‘탈무드’). ‘300’의 근육질 버틀러의 ‘로건’의 휴 잭맨 같은 ‘할배’ 변신은 연민을 자아낸다. 123분. 15살 이상. 4월 19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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