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대법원은 지금까지 주주를 ‘실제 주식을 매수하고 주식대금을 부담한 실질상 주주’와 ‘실질상 주주에게 명의만을 빌려준 형식상 주주’로 나누어,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실질상 주주만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왔습니다. 다시말해, 돈을 낸 사람이 주주명부에 기재되어있지 않더라도 주주임을 법적으로 인정해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법리는 중소기업 등 소규모 주식회사에 있어 세금 기타 주식의 이전 등 문제에 있어 복잡한 문제를 야기해왔습니다.

상법 제352조(주주명부의 기재사항)

① 주식을 발행한 때에는 주주명부에 다음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주주의 성명과 주소
2. 각 주주가 가진 주식의 종류와 그 수

제396조(정관 등의 비치, 공시의무)

① 이사는 회사의 정관, 주주총회의 의사록을 본점과 지점에, 주주명부, 사채원부를 본점에 비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명의개서대리인을 둔 때에는 주주명부나 사채원부 또는 그 복본을 명의개서대리인의 영업소에 비치할 수 있다.

② 주주와 회사채권자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제1항의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제337조(주식의 이전의 대항요건)

① 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22552 판결

주주명부에 기재된 명의상 주주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실질적 권리를 증명하지 않아도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격수여적 효력을 인정받을 뿐이지 주주명부 기재에 의하여 창설적 효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므로, 주식을 인수하면서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출자하여 주식대금을 납입한 경우에는 실제로 주식을 인수하여 대금을 납입한 명의차용인만이 실질상 주식인수인으로서 주주가 되고 단순한 명의대여인은 주주가 될 수 없으며, 이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타인 명의를 차용하여 주식을 인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제3자에게 주주명부상의 명의만을 빌려준 형식상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소를 제기한 사안(2015다248342)에서 위 법리에 대한 전반적인 판례가 변경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Y(회사)는 전자·전기기구 및 관련 기구 등의 제작 판매, 서비스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입니다. X는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Y의 총 발행주식(보통주식) 50,929,817주 중 2,604,300주의 명의인입니다. 한편, X 명의로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된 보고서 작성기준일 2014. 6. 24.자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는 X가 Y의 총 발행주식 중 4,834,397주를 소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심(수원지방법원) 판결 이유에 나타난 X의 Y의 주식 취득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X는 2013. 10. 7. 하나은행에 예금계좌를 신규로 개설하였는데, K가 2013.10. 15.경부터 2014. 5. 13.경까지 사이에 수십 회에 걸쳐서 위 계좌로 K 및 K의 처, K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M 등(이하 ‘K 등’이라 한다)의 명의로 합계 75억 5,000만 원을 송금하였고, 위와 같이 송금된 돈은 그 즉시 출금되어 Y 발행의 주식을 X 명의로 취득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2) X의 위 계좌는 개설된 이후 2014. 6.경까지 K 등으로부터 송금된 돈이 X명의로 Y 발행 주식을 취득하는데 이용된 X의 U증권 계좌로 송금되는 데에만 이용되었습니다.

3) 특히 위 75억 5,000만 원 중 K가 2013. 10. 15.부터 2013. 10. 30.경까지 X의 위 계좌로 송금한 합계 31억 5,000만 원은 그 각 송금 즉시 X의 U증권 계좌로이체되어 Y의 발행주식 2,468,200주를 X 명의로 취득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K는 2014. 1. 4.경 H를 내세워 회계사 J를 통하여 Y의 대표이사인 S와 대주주인 W에게 접근하여 주식매수제안서를 교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Y의 경영권을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하였고, K가 실제 주식보유자라고 한 위 주식매수제안서 상의 주식의 명의인 중 1명의 주식 수가 그 당시 X 명의의 주식수 2,468,200주와 일치하는 점에 비추어, 위 주식의 명의자는 X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4) X는 위와 같은 주식취득자금의 출처에 대하여 애초에는 자신의 사업 소득이라거나 K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T의 경영 및 노무에 관한 자문을 하여 준 대가로 받기로 한 지분을 현금화한 돈이라고 주장하다가, 법원의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자료제출명령에 의하여 제출된 금융자료에 의하여 K 등 명의로 X의 위 하나은행 계좌로 위와 같이 돈이 송금되어 그 돈으로 X 명의의 주식취득이 이루어졌음이 밝혀지자 비로소 위와 같이 K로부터 송금된 돈이 차용금이라고 주장하는 등, X 명의의 위 주식취득자금 출처에 대한 X 주장은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5) X는 K로부터 위와 같이 송금된 돈이 차용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X와 K 사이에 작성된 각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제출하였으나, 위 각 금전소비대차계약서는 그 제출시기, X 명의로 취득된 Y 발행 주식을 둘러싼 X와 Y 사이의 여러 소송 내용 및 그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X와 K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K가 X에게 75억 5,000만 원에 이르는 거액을 위 각 금전소비대차계약서만을 작성한 채 별다른 담보 없이 대여하였다고 선뜻 믿기 어렵고, 앞서 본 X 명의의 주식 취득자금의 이동경로 및 시기 등에 비추어, 위 각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X와 K 사이의 실제 금전거래에 기하여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증거의 신빙성이 부정되었습니다.

6) Y는 2014. 3. 28.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서 L을 Y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라 한다) 등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X는, 이 사건 결의는 Y의 최대주주 및 현 경영진이 주주총회 의사진행의 권한을 남용하여 관련 법령 등을 무시한 채 파행적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그 결의방법 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주위적으로 이 사건 결의의 부존재 내지 무효의 확인을, 예비적으로 이 사건 결의 취소를 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Y는, X(명의주주)가 K(실질주주)에게 단순히 명의를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본안 전 항변을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제1심과 항소심은 주주명부상의 명의만을 빌려준 형식상 주주인 원고에게는 회사를 상대로 주주권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X는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받아들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타인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실제로 그 주식대금을 모두 부담하면서 주주명부에 그 타인을 주주로 기재한 경우에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주명부상 주주만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이 사건 판결을 통해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전면적으로 변경하고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즉, 원고의 소를 각하하지 말고, 문제된 주주총회결의의 하자에 대해 판단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주요 근거는, ① 상법이 주주명부제도를 둔 이유는 주주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관계와 무관하게 주주명부의 기재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를 획일적으로 확정하도록 하려는 것인 점, ② 타인의 명의로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는 것은 그 타인이 회사에 대하여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허용하려는 의사라고 보아야 하는 점, ③ 회사로서도 스스로 작성하여 비치한 주주명부의 기재에 구속되는 것이 당연하고, 회사가 주식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내세워 주주권을 행사할 주체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법상 주주명부제도의 존재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 점 등으로 요약됩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실제 주식인수대금을 출연하지 않은 형식 주주라도 관련 회사의 주주총회결의 취소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본 건의 경우 형식 주주가 실질 주주의 지시아래 주주총회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해당하나, 본 건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형식 주주가 실질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본 판결로 인해 주주명부상 형식주주의 지위에 절대적인 효력이 부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상 주식보유 실명제를 실시한 것과 같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가 주주명부상 주주라는 의미이고, 회사 이외의 주체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법리에 따라 실질상 주주가 그 주식의 소유권자가 됩니다. 또한 이 판결은 주주명부에의 기재 또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은 자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형식 주주의 주식 무단 처분 기타 실질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의결권 행사가능성에 대해 본 판결을 감안하여 사전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본 칼럼을 마칩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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