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소설’, 지적 두뇌 게임 요하는 반전 스릴러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4.17l수정2018.04.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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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살인소설>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살인소설’(김진묵 감독)은 머릿속이 꽤나 복잡해질 만한 지적인 반전 스릴러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살인자의 기억법’이 엿보인다. 이경석(오만석)은 집권 여당 국회의원 염정길(김학철)의 딸인 소설가 지은(조은지)과 결혼한 뒤 정길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보필한 덕에 대청시장 선거의 후보로 발탁된다.

그는 정길의 명령에 따라 지은 명의의 별장에 비자금을 은닉하러 가는 길에 지은의 대학 동창이자 자신의 연인인 이지영(이은우)을 태운다. 마을에서 잡견 한 마리를 치지만 그대로 내빼 별장 앞에 주차한 뒤 호수에 정박된 요트 위에서 애정행각을 벌인다. 소설가 김순태(지현우)는 처음부터 모두 보고 있었다.

순태는 모른 척하며 그들에게 접근해 자신이 별장 관리인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마당에서 만든 요리를 경석과 지영에게 대접하며 얘기를 늘어놓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근 온 한 선생의 딸과 같은 반이었는데 부자인 그들의 시베리안 허스키가 자신의 잡견 누렁이 뒷다리를 물어 불구로 만들었다고.

그래서 형과 함께 허스키를 제압한 뒤 누렁이에게 물라고 해도 안 물자 자신이 물어 복수했다고. 그 누렁이의 후손 한 마리가 있었는데 못 봤냐고 묻고 경석은 모른다며 잡아뗀다. 경석은 빨리 돈을 금고에 넣은 뒤 떠나려 하지만 순태에 의해 비밀번호가 바뀐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 영화 <살인소설> 스틸 이미지

경석은 지은을 이용해 문을 열고 순태의 눈길을 돌린 뒤 돈을 금고에 넣고 나서야 마음을 놓고 순태가 준 술과 대마초를 즐긴다. 담배를 사러 읍내로 운전을 하고 갔는데 마트에 아무도 없자 5000원을 놓고 담배를 한 갑 집고 나가려는데 주인이 들어온다. 경석은 자신을 도둑으로 모는 주인을 폭행한다.

그리고 돌아오던 중 오토바이를 들이받는다. 피해자는 집배원. 경찰에 신고해 음주운전이 발각되면 후보 자리를 박탈당할 게 뻔하다는 걸 아는 그는 그대로 뺑소니를 쳐 별장으로 온다. 그런데 얼마 뒤 집배원이 비틀거리며 별장에 나타나고 그와 친한 순태는 경석에게 차를 좀 빌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병원으로 갔다 돌아온 차에서 순태, 마트 주인, 집배원이 한꺼번에 내려 합의금 4000만 원을 요구한다. 순태는 지영과의 관계부터 경석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는 지금 정길이 선금 500만 원을 직접 가져오고 경석이 내일 나머지를 입금시키면 모든 범죄를 덮어주겠다고 협박하는데.

▲ 영화 <살인소설> 스틸 이미지

대부분의 스릴러는 절반가량은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막판 스퍼트를 내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지현우와 오만석의 연기 대결은 그야말로 불꽃이 튀고, 조은지의 광기 어린 연기력과 이은우의 신선한 매력도 돋보인다.

영화의 양대 기둥은 정치인과 돈. 두 개의 키워드는 많이 닮았다. 정치가는 모범을 보여야 하고,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헌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부패한 이들이 상당수다. 요행으로 법망을 잘 피해 갔다 하더라도 부정부패 의혹 때문에 암울한 결말을 맞는 정치인은 수두룩하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의 첨병이다.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사람들의 돈에 대한 집착과 가치관은 수직 상승해 그걸 소유하고 불리기 위한 행위는 도덕과 질서는 물론 윤리와 인간애와 법마저 우습게 알 만큼 비정상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이런 정치와 돈의 더러운 이면에 대한 알레고리가 최강이다.

경석과 순태, 정길과 경석, 지은과 지영 등은 허스키와 똥개의 관계다, 권력을 쥔 부자(정치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민을 괴롭히고, 서민은 복수심을 불태우지만 실행에 옮길 힘(돈, 권력)이 없다. 순태는 허스키에게 복수하기 위해 닭 한 마리를 던지지만 허스키는 뼈마저 씹어 소화시킨다는 얘기는 섬뜩하다.

▲ 영화 <살인소설> 스틸 이미지

부스러지는 게 아니라 찢어짐으로써 개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닭 뼈는 서민이 권력자의 전횡에 저항할 수 있는 궁색하지만 유일한 수단인데 그것마저 권력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노골적인 자본(권력)불패의 현실! 영화의 결론과 매우 밀접하니 관람 내내 기억하는 게 좋겠다.

지은의 별장 앞을 휘감는 호수는 원래 꽃동네라 불리던 마을이었고, 정길이 환경운동가의 희생을 덮으면서까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호수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기시감을 준다. 인위적인 수몰지역은 땅과 건물만 물속에 잠긴 게 아니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추억과 정서는 물론 영혼까지 수몰됐다는 메타포.

“정치가를 어떻게 믿어, 차라리 키우던 개를 믿지”, “여기 멀쩡한 사람 어디 있어” 등의 촌철살인 대사들은 답답했던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제38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3~4번의 반전이 거듭 허를 찌르므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 102분. 15살 이상. 4월 25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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