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 독과점 논란과 자본주의 민주주의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4.27l수정2018.04.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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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벤져스3>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최고의 오프닝 흥행성적을 바꾸며 관객들이 이 영화에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 또 만듦새가 얼마나 훌륭한지 입증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함께 개봉된 한국 영화 ‘살인소설’과 인도 영화 ‘당갈’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어벤져스3’는 개봉일 전국 스크린 2461개를, 상영 횟수 1만 1430회를 차지했다. 극히 일부의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상영관을 제외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기업의 멀티플렉스가 거의 전부인 상업영화 상영관의 프라임타임을 싹쓸이한 셈이다.

10개월 전 ‘군함도’가 개봉일 스크린 2027개를 차지함으로써 독과점 논란에 휩싸여 당시 최고의 개봉 스코어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여론의 악화로 급격하게 관객 수가 줄어 예상과 다른 흥행 성적표를 얻은 바 있다. 과연 스크린 독과점이란 영화계의 해묵은 숙제에 대한 해답은 있을까?

다수 매체의 취재에 의하면 멀티플렉스 측의 해명은 한결같이 ‘관객의 선택을 따른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군함도’ 때완 달리 이번 논란 기사 댓글에서 누리꾼의 찬성 의견을 보기 쉽지 않다. 대부분 관람 후 만족했고, 아직 관람 전이라면 꼭 봐야겠다는 예비 관객이 엄청나게 많다는 증거다. 

▲ 영화 <살인소설> 스틸 이미지

멀티플렉스 측의 주장은 자본주의의 경제논리에 부합한다. 아무리 예술적 대중문화인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라 할지라도 극장은 학교가 아니라 사업장이다. 하물며 학교도 돈벌이에 눈이 먼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윤추구가 최우선의 목적인 기업으로선 지극히 정상적인 영업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해명은 다소 궁색하고 진실을 호도하려는 꼼수가 엿보이는 건 사실이다. 아무리 압도적인 흥행 1위의 영화가 개봉되더라도 다른 취향과 목적을 가진 소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벤져스3’가 1000만 명 이상의 흥행성적을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영화를 원하는 수백만 명의 관객도 동시에 존재한다.

해명대로라면 수백만 관객의 취향도 고려하는 게 마땅한데 멀티플렉스는 작은 영화들에게 스크린 수에서 인색할 뿐만 아니라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만 열어주고 있다. 차라리 ‘그게 자본주의’라고 솔직했으면 어떨까? ‘어벤져스3’를 계기로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 데 대한 관객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인데.

멀티플렉스가 영화를 개봉할 때 미리 예비 관객의 의견을 물어보고 스크린 수와 회차를 결정했다거나 관객이 그런 설문조사에 응했다는 보고는 희미하다. ‘관객의 선택’이란 해명이 비현실적인 결정적인 정황이다. 소비자의 취향을 그렇게 확실하게 조사할 수 있다면 사업이 실패할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세상이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의견도 존중돼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특히 문화는 다양성이 보장돼야 모든 국민이 고루 행복해진다. 힘든 일을 하거나,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빈자를 위한 문화적 배려는 더욱 공고해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국가가 튼튼해진다.

▲ 영화 <당갈> 스틸 이미지

‘군함도’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개봉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논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영화계에선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가 출범했다. 한 영화인은 영화 한 편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한 프랑스를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지만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문화와 양국 관객의 취향은 차이가 있다. 프랑스 등 유럽은 홍상수와 김기덕 감독을 높게 평가하지만 할리우드는 봉준호와 박찬욱에 환호한다는 문화적 차이를 간과했다. 아무리 자본주의를 앞세워도 독과점은 민주주의의 기회균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개봉 영화라면 모든 멀티플렉스가 무조건 1개 이상의 스크린을 풀타임으로 열어준 뒤 관객 감소 비율에 따라 회차와 스크린 수를 조정해가는 법이 양 이념을 거스르지 않고 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살인소설’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만큼 ‘마블 덕후’도 존중해야 마땅하니까.

더불어 독립·예술영화 전문 상영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다. 한류열풍은 대기업 이상의 경제적 수익과 국가 위상 증대에 기여했다. 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전문관 수를 늘리거나 아예 국가가 전국 주요 도시에 설립, 운영함으로써 예술성을 갖춘 신예들의 활로를 열어줘 또 다른 한류열풍을 조성하는 것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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