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의원회관 강당에서 세종대왕에 대한 특강을 하는 필자(최기호 교수)

[미디어파인=최기호 교수의 세종대왕 이야기] 세종대왕은 음악을 매우 중요시하였다. 조선 유교에서 예(禮)와 악(樂)은 왕도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세종대왕은 "종묘제례에서 선왕의 공덕을 찬미하고, 제례악을 연주하면 조상이 감격하고, 조정에서 임금과 신하 사이의 사이가 존경을 하게 되어 이를 방방곡곡에 널리 퍼뜨리면 백성 교화가 실현되고 풍속이 아름답게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당시 불완전한 향악을 정리하고 아악을 바르게 고치고자 하였다. 아악은 우리 궁중음악의 한 갈래로 아정(雅正)한 제례악을 말한다.

세종대왕은 박연을 악학별좌(樂學別坐)로 기용하여 음악을 담당하게 하였다. 우선 중국의 율관(律管)과 달리 우리나라에 맞는 율관을 새로 제정하도록 하였다.

율관이란 음을 조율하는데 사용했던 ‘소리 관’(pitch pipe)인데 대나무관으로 되어 있다. 율관의 기본은 황종율관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한 옥타브를 구성하는 여섯 개의 양률(陽律)과 여섯 개의 음려(陰呂) 중에서 첫 번째 양률로 가장 낮은 음을 말한다. 율려의 황종 ,대려, 태주 등의 명칭은 서양의 도, 레 ,미, 파 등의 명칭과 대비되는 것이다.

특히 황종율관은 사물의 길이와 부피, 무게 등 도량형의 준거가 되므로, 국가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박연에게 세로운 우리나라의 율관 제작을 명했다. 박연은 중국의 기장알과 해주의 기장알을 비교하고 또 밀[蠟]로 낟알을 빗어서 시험하여 우리나라의 율관을 새로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1425(세종7)년에는 경기도 남양에서 ‘소리 나는 돌’ 즉 경석(磬石)을 발견하고, 채취하여 편경 제작에 돌입하여 세종 9년에는 편경 12장을 만들었다.

세종대왕은 편경을 처음으로 시연하면서 한 음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다시 해체하여 살펴보니 먹줄 친 부분이 조금 남아 있어서 깎아내고 다시 연주하니 음이 딱 맞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세종대왕의 절대 음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종 10년에는 130여 명의 장인들이 제작에 참여하여 편경 528매를 완성했다.

그리고 세종 11년에는 마포 주종소(鑄鐘所)에서 편종 제작에 필요한 주조법, 조율, 표지 등에 관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편종을 제작하였다. 세종대의 음악 업적은 박연 외에도 남급, 정양, 장영실 등도 참여하여 성과를 내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세종실록>(세종7)에서 “박연이 조회의 음악을 바로잡으려 하는데, 바르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율려신서(律呂新書)>도 형식만 갖추어져 있다.”라고 하였다.

세종대왕은 몸소 <율려신서> 등 악서를 깊이 있게 연구하였고 박연 같은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의논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세종대왕은 천부적인 음악 소양과 전문적인 음악연구를 바탕으로 향악과 아악의 정비를 직접 주도한 것이다.

세종대왕은 절대 음감의 전문성을 지닌 음악인으로서 세계 유일의 길이악보인 ‘세종악보(井間譜)’를 창안하였고 여민락 같은 노래를 작곡하였다.

세종대왕은 박연에 대하여 "그대는 내가 아니었다면 음악을 짓지 못했을 것이고, 나도 그대가 아니었다면 역시 음악을 짓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조선 초의 향악은 대부분 고려시대로부터 전승된 향악에 에 기초한 것이라 남녀의 문란한 노래 즉 만전춘, 이상곡 등을 정리하였고 새로 여민락, 정대업, 보태평 같은 새 노래를 종묘제례악으로 채택되었다.

특히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향악은 중국 당악과 다르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였다. "우리나라 음악이 비록 다 잘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반드시 중국에 부끄러워 할 것은 없다. 중국의 음악인들 어찌 다 바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세종대왕의 음악 정신을 이은 성종 때 성현은 <악학궤범>에서 아악과 향악, 당악에 관한 이론 및 제도, 법식 등을 설명하였다. 세종대왕의 풍토설(風土說)을 인용하여 중국의 이론과 우리나라 음악이론을 펼쳤다.

세종 시대에 만든 음악은 현재까지 전하고 있는데 '세종실록악보'가 <세종실록>(권136-권146)에 기보되어 있다. 세종대왕은 율관의 제작과 악기 제작, 음악 작곡과 악보편찬 등 음악의 업적은 매우 크다.

▲ 문학박사 최기호 교수(세종대왕 즉위 600돌 문화제 공동대표)

[문학박사 최기호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울란바타르대학교 전 총장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상무이사, 외솔회 회장
한국방송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