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최근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그간 쉬쉬하고 있던 성폭행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강압적인 폭력에 의한 강간이나 추행에 논의가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현재의 논의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성폭행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논의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사회적으로 남성에 비하여 낮은 지위를 가진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지위에 의해 억압받았던 것들이 이 논의를 계기로 해소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며, 오늘은 사회적 지위에 의한 성폭력 문제에 관해 우리가 실제 가장 많이 접하는 유형인 회사등 직장내 성폭력 부분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 중 직장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 어떤 경우 회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내 성추행 사건을 보고 받고도 가해 직원에게 경고 조치만 내린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면 회사도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C사에서 제과·제빵업무를 총괄하는 제과장인 B는 2015년 1월 판매보조 업무를 하던 A와 퇴근길에 술을 마신 후 "잠시 쉬었다 가자"며 A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습니다. 그 후에도 B는 같은 달 C사 본점 지하 공장 안에 있는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A를 뒤에서 껴안는 등 3회에 걸쳐 성추행을 했습니다. B씨는 A씨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지속적·반복적으로 추행했으며, 그 중 D씨에 대한 성추행 사실은 C사 대표이사에게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C사는 B에게 이 성폭력에 대한 경고 처분만 내렸을 뿐 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A는 B를 강간으로 고소하였고, B씨는 이듬해 1월 A씨를 강간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A는 B와 C사를 상대로 "6,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하여 C사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성희롱 방지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용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라고 하며 사용자 책임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피용자가 사용자로부터 채용, 근무평점 등과 같은 다른 근로자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을 이용해 업무수행과 시간적·장소적인 근접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한 경우 사용자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밝히며, 사안에서 “ ① 제과장인 B는 판매보조 업무를 하는 A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② A는 B로부터 근무시간에 제빵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강간 피해 역시 A와 B가 근무한 후 퇴근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므로 회사의 업무수행과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제과팀 직원 1명이 관두는 바람에 A씨는 B씨와 단둘이 빵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됐고 이후 A씨에 대한 강간·강제추행이 이뤄진 사실 등을 보면 이는 더 명확해 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C사가 임직원을 상대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서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C사는 B가 D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보고 받고도 B에게 경고만 했을 뿐 피해 사실을 조사하고 B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이 때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A에 대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아 C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회사 C에게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인정하여 가해직원인 B와 공동하여 피해직원인 A에게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라는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안에서 회사가 임직원들을 상대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상 의무인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했다는 것만으로는 사용자로서 성범죄 방지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최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직장내 성희롱의 범위를 확대하고, 성희롱 피해 예방교육과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율한 개정목적과 같은 취지로 법원이 판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직장 내 지위에 의한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성희롱 예방교육 뿐만 아니라 성희롱 신고가 이루어진 경우 조치에 있어서도 성실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치가 성실히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가해자뿐만 아니라 회사 또한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개정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에서는 기존의 법과 다르게 직장내 성희롱의 성립요건에서 고용상의 불이익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불이익도 포함했으며, 직장내 성희롱 교육방법의 구체화 및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관한 구체적 방법을 규율하였습니다. 이는 그 전의 법이 추상적으로 규율되어 피해자보호를 위한 조치가 미진했던 점을 보완하여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함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