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의 노예가 되는 것은 다이어트가 아니다 [박창희 칼럼]

박창희 교수l승인2018.05.10l수정2018.05.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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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다이어트의 우리 말 번역이 무엇인지 아느냐 아내에게 물었다. 답을 내기 위해 골몰한 아내에게 필자는 “내일부터”라고 말해주었다. 이외에도 다이어트의 우리말 번역은 다양한 편이라 “모레부터”도, “내년부터”도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연이은 필자의 농담을 핀잔으로 들었는지, 조롱으로 들었는지 아내는 말수가 적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최근 아내가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어느 날 어두운 얼굴로 저울에서 내려오더니 그 다음 날부터 만보계를 차고 저녁에 공원을 걷는다. 삐삐처럼 허리에 차는 만보계가 아니라 손목에 시계처럼 착용하는 만보계다. 집에 들어오면 숫자를 보는데 그 숫자에 따라 만족하거나 실망하기도 한다. 채 만보가 되지 않으면 집 마당을 걷거나, 팔이라도 흔들어 채울 기세다. 세운 계획을 정교하게 지키기로 작정한 모습이 빡빡하게 작성한 일과표를 지킬 수 있다고 다짐하는 초등학생을 보는 듯하다.

절대 지킬 수 없다고 옆에서 빈정대면 분기탱천한 각오에 찬물을 끼얹는 게 되므로 침묵을 지키지만 입이 근질거린다. 분명 무슨 말을 하면 전문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의지를 꺾는다고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다. 체중 좀 줄여 작은 사이즈의 옷 좀 입겠다는데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전문가 입장에서 두 가지가 마뜩잖다.

밤에 걷는 것과 허리, 또는 손목에 차고 다니는 만보계다. 어둠이 깔리면 인간의 몸은 자율신경계 하의 부교감신경계 우위로 전환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휴식 모드를 의미한다. 낮 시간대는 활동하기 위한 교감신경계가 우리 몸을 지배하지만 밤이 되면 온종일 지친 몸을 내일을 위해 쉬게 하라는 생리적 의미다. 저녁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야밤에 걷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므로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편이 목표 수치를 채우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취침 모드에서 생존에 꼭 필요한 에너지, 즉 기초대사에 소모될 에너지까지 야밤의 운동으로 쥐어짜 내고 녹초가 되어 잠자리에 드는 것은 오히려 근육을 소모해 기초대사량을 저하하는 요인이 된다. 퇴근길에 집을 몇 바퀴 더 돌아 목표량을 채우는 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에 불과하다. 잉여 에너지를 길바닥에 흘려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평생 일관할 수 있겠는가. 무언가를 얻고자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과 겨루기를 하듯 그것을 지키려는 행위는 평생 지속이 힘들다. 수치 역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만보계는 하루 중 활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그저 점검하는 정도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이제 시대는 고령화의 길목을 지나 이론의 여지 없이 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백 세 가깝게 사는 시대에 6개월이나 1년짜리 단기 계획보다 평생 지속이 가능한 장기적 관점의 건강 계획을 준비하고 지켜야 한다. 주위에서 필자에게 10년 이상 일정 체중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지만 금주외에는 딱히 얘기할 것이 없다. 골프나 등산을 하는 것도 아니요, 헬스클럽이나 수영장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뿐이다.

뉴스를 보면서 아령을 하거나, 출근 직전, 간편한 복장으로 팔굽혀펴기하기도 한다. 목표를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키기 위해 정하지만, 평생 지속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이미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일상적인 우리의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지 않고 특별한 행위 즉, 시간이나 비용이 별도로 수반되는 수단을 찾는다면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어차피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있다.

심야의 운동을 필자가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속이 불가능하며 자신과의 약속이 깨질 경우 그 자리는 기존의 나쁜 생활 습관이 차지할 확률이 높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족의 곁에 머물며 내 삶의 일부처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다이어트의 우리 말 번역은 “다음 생에”가 될 수도 있다.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박창희 교수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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