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그동안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불합리한 제도와 행태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해 왔다는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불신이 크게 높이는 사건으로 사법개혁을 주장하는 여론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법치주의는 사람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사회, 국가이다. 이 법의 지배원리는 독일에서는 법치국가이론으로 발전하여 국가는 법으로 구성된 단체이며(법과 국가의 동일성의 이론), 국가의 모든 행정은 법률에 따라서 행하여져야 하고(행정의 합법률성의 원칙),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고(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그리고 행정명령은 법률에 근거해서만 만들어지고 그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에 있어서만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원칙(법률우위의 원칙) 등으로 나타났다. 이 실질적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을 단순히 형식적인 법률에 구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실질적인 법가치에 구속시키는 원리로 나타났다. 즉, 모든 국가권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되고, 모든 법률은 이 헌법의 최고 법가치를 실현할 때에만 법률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있게 하였다. 법치주의를 제대로 실천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잘 운영할 조직적 시스템, 인적자원 등이 필요하다.

법치주의 이념은 고도(高度)의 권력일수록 고도의 법적 통제를 요구하기에 법치주의 이념의 최우선 과제는 최고통치권자의 권력 오남용을 방지하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권력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스스로 권위를 높이고 싶어 하기에 스스로 신비화하려는 경향을 띠며 이를 위한 권력의 집중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균형과 견제가 허술한 권력, 특히 정치권력은 집중되고 강력해져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정의를 절대 선으로 삼고 있는 사법은 일관된 원칙에 의하여 투명하게 행사되는 국가권력, 가능한 한 재량적 행위를 축소하고 원칙을 확립해 나아가는 권력의 행사방식을 요구하는 것이 법치주의 이념의 근간인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가치와 역할을 요구받는 법치주의 이념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법제도는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사법제도,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의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사법제도,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제도, 국민의 인권보장을 강화하는 사법제도, 전문적 법률지식, 국제적 경쟁력 및 직업윤리를 갖춘 우수한 법조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사법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사법제도를 위해서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 법조일원화와 법관임용방식 개선, 법조인 양성 및 선발, 국민의 사법참여(배심제·참심제 등), 사법서비스 및 형사사법제도, 민사재판 개선방안 등이 우선적으로 논의되어 제도화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건전한 법원 없이 법치주의는 실현 불가능함에도 사법개혁을 오히려 사법부의 권력 확장을 위한 기회로 삼으며 국민을 기만해 왔다. 이러한 결과는 대체로 판사들이 정치권력의 지향, 유전무죄 무전유죄, 특권과 권위만을 추구하게 만들었기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원세훈의 댓글공작사건,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가배상사건, KTX 근로자 복직사건, 쌍용차 해고사건, 통상임금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고 법원이 그 누구보다도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처리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건들을 정권에 잘 보여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이 작금의 대한민국 사법부를 잘 확인시켜주고 있다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법원 내 다른 의견을 가진 판사들의 모임을 해체시키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으며 사찰로 보이는 행위까지 하였다. 또 대한변협압박방안검토, 대한변협대응방안검토 등의 문건을 통해 법조계 핵심인 변호사단체까지 무력화시키려는 정당하지 못하는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건을 통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통해 사법개혁의 기회로 삼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 사법부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선거를 통해 대법관을 선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관이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물론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되어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경우 국회의 동의에 앞서 국회에서 인사청문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태가 보여주고 있듯이 사법부가 정치적인 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둘째, 공정성의 사회정의실현을 위해서 국민의 사법참여제도 즉, 배심제, 참심제 등의 제도를 일반적으로 적용되도록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심제도가 일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약한 상황이다. 셋째, 법치주의, 사법정의에 문제를 야기시킨 법관 및 관련 공무원 당사자, 즉 양승태 전대법원장을 비롯해서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함께 이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게 하고 관련 영역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는 재판과 법관의 독립 및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상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시켰으며, 묵묵히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오로지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다수의 법관들을 욕보이고,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사법개혁의 출발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 신수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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