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정동근의 명리학 산책] 한번 쯤 건물 옆 무덤 이야기를 듣거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집 주변 무덤은 자기 조상 것이든 아니든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무덤 옆에 건물을 지어야 할 때가 있거나 짓는 과정에 무덤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양택풍수와 음택풍수가 한 지점에서 충돌하게 되는 데 음택풍수를 잘 다스려야 후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 건축주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북쪽 지역(위치는 의뢰인 정보보호 차원에서 밝히지 않는다)에 건물을 짓고 있는데 바로 옆에 무덤이 발견된 것이다. 애초에 무덤이 없는 곳이었는데 풍수를 봐달라고 필자에게 청해서 드론을 띄운 결과 묘지가 있던 터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려줬다. 그래서 건물 터를 다른 곳으로 옮기길 권유했지만 건물주는 조언을 참고만 하겠다며 건축을 강행했다.

물론 중간에 건축사무소의 감언이설이 개입했음은 짐작으로 알만하다. 이후 집터를 다지기 위해 땅을 파보니 유골이 발견됐고 건물주는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미 투입된 자금이 많아서 공사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찌하면 좋겠는지 다급하게 물어 온 것이다.

묘터 가능성 무시하고 건축하다 ‘암초’

이 지역 묘지에 대해 풍수를 조사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다시 드론을 가지고 현장에 급히 달려갔다. 필자는 항공드론풍수협회를 만든 풍수드론 전문가다. 드론이 보급되면서 풍수지리 연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맞고 있다. 풍수사상에 따르면 묘지는 자손의 번영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먼저 이 지역 장묘 풍습을 보자. 상복을 입어야 하는 모든 친인척이 상복을 입는 성복제 이후에 아들 상제들은 지관에게 부탁해 묘터를 고르러 다닌다. 묘터가 정해지면 지관은 장사지내는 날을 택일한다. 택일에 따라 장법이 달라지는데 망인과 상제의 생갑을 비교해 걸리는 것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장례를 치르나 만약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봉분을 쌓되 용미와 제절을 만들지 않고 우제도 지내지 않았다가 다시 좋은 날을 택해서 용미제절을 만들고 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묘지 풍수신앙에 따라 장례와 관련된 모든 일은 시간과 방위를 따진다. 묘의 앞쪽에 망자의 발이, 뒤쪽에는 머리가 오도록 한다. 돌로 만든 제단인 상석과 비석을 세우고 상석의 뒤에는 유혼석을 세운다. 장법은 토장(土葬), 퇴관장(退棺葬), 가장假葬) 등이 있다. 토장이 가장 일반적인 매장법이며 퇴관장은 관에서 시신을 꺼내어 시신만 묻고 관은 태워버리는 방법이다. 가장은 임시 가매장으로 봉분을 쌓되 용미와 제절은 만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비정상적으로 죽은 이에 대한 장법이 각각 달랐다. 전염병, 출산. 폐병, 출타 중 사망, 어린이 등 사례에 따라 장례법이 달랐다. 지금은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 추세이지만 이중에서 집밖에서 사망한 경우의 처리방식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집밖에서 죽을 경우에는 집안으로 들여서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 이는 뿌리 깊은 관습 중 하나다. 이렇듯 이 지역에는 독특한 장묘 문화가 있고 각 지역마다 과거 가정보감 책이 조금씩 차이가 있듯이 풍수지리 역시 지역적 장묘문화 특수성과 다양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장묘 문화 지역마다 특수성·다양성 존재

그러나 이 지역의 묘지를 조성하는 전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밭에 무덤을 만드는 것이며 또 하나는 풍수사상에 따라 이른바 명당을 찾아서 무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공동묘지제도가 도입되면서 장례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가장 큰 것은 풍수사상이 약화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공동묘지들은 인위적으로 계단을 만들어서 종횡을 맞추고 사용공간을 규제해 정형화했다. 무덤을 만드는데 있어서 평등사상이 생겨난 것이다.

이 지역 묘역의 특성은 산등성 작은 봉우리의 형세와 종산을 연계한 지형·지세를 중시한 전형적인 형기론 풍수다. 산등성이에 묘역 위치를 정할 때 상징적 물형의 형국이 묘역마다 부여됐다. 음양오행 원리에 따라 오성체 산형과 형세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결과다. 이런 측면에서 섬의 종산과 동서남북으로 발달한 산등성에는 각각의 지세 형국을 바탕으로 독특한 성격과 상징을 가지고 있는 묘역이 있다.

이번에 의뢰한 건축주의 건물은 산등성에서 평지로 펼쳐지는 접점에 위치해 있다. 과거에는 음택풍수에 적합한 지역이었던 것이 지역 전체가 개발이 시작되면서 앞뒤를 따지지 않고 건물을 세우다 ‘복병’을 만난 것이다.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땅은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풍수에서는 비보·압승론이 발전했다. 비보는 부족한 것을 보완해 실한 곳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압승은 불기운을 눌러 주는 것이다. 비보의 형태는 인공적으로 산을 만드는 조산(造山)을 통해 바람과 물이 흐름을 조절하고 경관을 좋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 나무를 심고 절을 짓고 탑을 세운다거나 지명을 바꾸기도 한다.

‘풍수무전미’ 넘어서기 위해선 부적 등 필요

이런 측면에서 현대에서는 신축건물이 조산이나 절을 짓는 것과 같은 의미다. 다만 처음부터 계획하고 지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이번처럼 풍수를 보지도 않고 건물을 짓다가 무덤이 발견되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서 풍수의 기운을 바꿔야 한다. 이럴 경우는 부적을 이용한 명당복원법을 사용한다.

무덤부터 건물 터까지, 건물 주변부터 건물 층층이 쌓아갈 때 마다 층마다 좋은 땅으로 만들어 명당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집과 관련해서는 건물과 거주자의 평안을 구축하는 부적이 필요하다. 또 묘지와 관련해서는 발생하는 우환과 재앙, 망자나 혼령으로 인한 일체 환난과 귀살을 소멸시키고 천신과 불보살들이 인도해 후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하는 부적을 사용해야 한다.

이 모든 부적을 짓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기도와 경문이 필요하다. 또 종교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기에 그에 맞게 누르는 비방을 채택해야 한다. 특히 양택의 경우 오래된 한옥집 같은 경우에도 인근 환경 변화로 풍수가 달라졌을 수 있다. 최근 한옥 리모델링을 많이 하는 데 이때 반드시 풍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수맥과 바람의 흐름 등의 변화를 밝혀내고 조경, 부적 등으로 변화된 풍수의 기를 누를 수 있는 비방이 필요하다.

▲ 정동근 승원역학연구원원장

[정동근 원장]
- 한국승원드론풍수협회·학회·연구회 회장
- 한국역술인협회·역리학회 상임부이사장
- 한국풍수지리협회 상임부이사장
- 국제역학대회 대상 수상(제26회 대만)
- 승원역학연구원 원장(舊 승원철학원)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