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미투(Me Too)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대학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및 성추행을 한 사건들도 많이 폭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학교와 같은 집단 내에서의 성범죄는 ‘2차 피해‘로 인해 피해자들의 폭로가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조직 내에서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적 구조도 피해자들의 폭로에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이하 "국가기관등"이라 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가목에 따르면, 성희롱이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성희롱의 성립 요건이 ‘성적 언동’,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 같이 매우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또 피해자들이 성희롱의 증거를 제시하기가 어렵기에 성희롱의 성립이 쉽지 않은 측면이 강하였습니다.

최근 성희롱의 성립 기준을 제시하고, 성희롱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학교수인 장씨는 소속 학과 학생인 A양에게 “뽀뽀를 해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 “남자친구와 왜 사귀냐, 나랑 사귀자”, “엄마를 소개시켜 달라”는 등의 말을 하고, 수업 중 질문을 하면 A양을 뒤에서 껴안는 듯한 포즈로 지도해 문제가 됐습니다. 또한, B양에게 한 의자에 앉아 가르쳐 주며 신체적 접촉을 하고, 얼굴에 손대기, 어깨동무, 허리에 손 두르기와 함께 손으로 엉덩이를 툭툭치는 행위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학과 MT에서 아침에 자고 있던 B양의 볼에 뽀뽀를 2차례하기도 하고, 뽀뽀를 하면 신청서를 받아주겠다고 해 B양이 장씨에게 뽀뽀를 하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장씨는 이와 같이 소속 학과 여학생들에게 수차례 반복하여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2015년 4월 해임됐습니다.

1심 법원은 장씨에 대한 해임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원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수인 원고가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실습실에서 소위 ‘백허그’를 시도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A양이 익명의 강의평가에서 원고의 교육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성희롱 발생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고 지적하며, “다만, 원고가 A양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원고의 적극적인 교수방법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그 후로도 A양이 원고의 수업을 수강한 점을 들어, A양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B양에 대해서도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면서도 A양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증인으로 자유롭게 진술하고 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지난 후에 A양의 문제제기로 신고하게 된 것이다” 는 점을 들어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고 전제하고,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이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원심이 원고가 A양에 대하여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A양이 원고의 수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거나 원고의 수업을 계속 수강한 점을 근거로 A양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고 판단했습니다.

또 “B양이 성희롱 피해 진술에 소극적이었다거나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등의 사정이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배척할 사유가 아니다.”고 지적하며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할 경우, 성차별 문제와 성인지 감수성 및 2차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심리의 일반적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이 사람’을 기준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크다할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할 때, 피해자들의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사건을 파기하고 원심에 환송한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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