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전국적으로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주택의 준공이라는 조합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는 설립되는 주택조합 수의 20퍼센트에 불과합니다. 큰 이권이 걸린 사업이다 보니, 조합장 등이 비리를 저지르기 쉽고, 조합원 수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의견 통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355조(횡령,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주택조합의 조합장의 경우 조합을 대표하여 조합의 업무를 집행하는 지위에 있는 자이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조합장이 조합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채무를 떠안게 하였다면,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본인이 조합에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새로운 주택조합이 이전 조합의 주요사업을 승계했다면 법인격·구성원이 달라도 선행 조합의 채무를 부담한 조합장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씨 등은 2011년 거제시에 688여 세대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신축·분양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고 B기업에 토지매입과 조합원모집 등을 맡기는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같은 사업부지에 692세대 규모의 임대주택조합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A씨 등은 지역주택조합을 해산시킨 뒤 2012년 11월께 임대주택조합을 새롭게 설립했는데, 새 조합의 규정에는 선행 조합(지역주택조합)의 채무승계 조항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후 A씨는 선행 조합이 B기업에 선집행한 용역비 등 27억여 원을 지급한다는 확약서를 임대주택조합장 명의로 발급했습니다.

하지만 임대주택조합 사업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조합은 임시총회를 열어 A씨를 해임했고, 지난해 12월 A씨가 조합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소했습니다.

검찰은 김씨가 B기업에 선행조합의 채무를 갚는다는 확약서를 써준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5월 10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2018고단1).

위 재판부는 "임대주택조합이 지역주택조합과 법인격 및 구성원을 달리하는 별도의 주체이기는 하나, 부지매입·조합원 모집 등 주요 사업을 승계했다"며, "이미 규약을 통해 지역주택조합 단계에서 B기업에 지출한 용역비 등 채무를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씨가 조합장의 지위에서 용역비 등 채무부담의 의사를 표시한 행위는 이미 피해자 조합이 승계해 부담하기로 한 기존 채무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를 두고 A씨가 조합장으로서 업무상 임무에 위배된 행위를 했다거나 조합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조합장이 조합을 대표해 이전 조합의 부채를 떠안았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조합의 채무 승계여부에 따라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따라서 조합장으로서는 선행조합의 채무를 부담하는 의사를 표시함에 있어서 선행 조합의 채무승계조항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인지 주의하여야 하고, 조합원 등은 기존의 조합을 해산하고 새로운 조합을 설립할 경우라 할지라도 채무승계조항의 존부를 반드시 확인하여 조합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