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신입사원을 뽑을 때 나는 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을 뽑고 싶을까. 채용과정의 성차별이 지금 시대에도 존재할까.
답은 채용 성차별이 아직도 ‘존재한다’이다.

가스안전공사, 석탄공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많은 기관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성차별을 자행해 도마에 올랐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기업의 60% 이상이 채용 시 성별을 고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채용 성차별 기업들은 더 많을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15년과 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와 순위를 여성은 고의로 낮추고 남성은 올리는 방식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대신 남성을 합격시켰다. 박기동 당시 사장은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탈락시켜라.”고 지시해 구속됐다.

대한석탄공사는 2014년 7월 청년인턴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과 면접과정에서 모두 성별 점수 조작을 거쳐 여성 지원자들을 탈락시켰다. 여성 지원자 142명 중 3명만 면접 기회를 얻었고, 최종 합격자는 6명 모두 남성이었다.

은행들은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더 뽑기 위해 채용점수를 조작하고, 커트라인을 성별로 다르게 정하며, 채용 성비를 사전에 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지원자들은 남성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의 항의와 대안 요구 시위

이에 대해 여성 노동단체들로 구성된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성 차별 채용에 항의하면서 채용 단계별 지원자 성비 대 최종합격자 성비를 공개하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라고 은행연합회에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은행연합회는 대신 지원서에 성별 등을 적지 않도록 블라인드 채용제를 도입하겠다는 등의 개선책을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We must change’라는 성평등 문화 확산 캠페인을 벌였다.

한편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238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 63.4%가 ‘채용 시 성별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성별 고려 방식은 특정 성별에 가점을 주는 경우가 86.8%, 감점을 준다는 응답이 13.2%였다. 성별을 고려해 채용할 때 유리한 성별은 ‘남성’(74.2%)이 ‘여성’(25.8%)보다 3배쯤 많이 꼽혔다. 남성이 유리한 이유는 ‘남성에 적합한 직무가 많아서’(86.6%, 복수응답), ‘신체조건 등 타고난 강점이 있어서’(28.6%), ‘근속 가능성이 더 높아서’(12.5%), ‘조직 적응력이 더 우수해서’(10.7%), ‘보유 역량이 더 우수해서’(8.9%),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있어서’(8.9%) 등이다.

▲ ‘채용시 성별 고려 여부’ 조사 결과(사람인)

실력이 있어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과정에서 탈락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겠다. 철저한 수사 및 처벌과 함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성평등보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현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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