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민족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은 건국 신화도, 고유의 토테미즘도 없기에 혼연일치를 위한 이념으로 내세우는 게 아메리칸드림과 가족애다. 거의 모든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SF 판타지 액션인 마블의 슈퍼 히어로물 역시 가족애를 강조하는데 ‘앤트맨과 와스프’(페이튼 리드 감독)는 특히 그렇다.

냉전시대. 쉴드 소속의 제1대 앤트맨과 와스프로 활약하던 행크(마이클 더글러스)와 재닛(미셸 파이퍼)은 어린 딸 호프(에반젤린 릴리)에게 출장을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특수 임무에 투입된다. 수천만 인구를 몰살시킬 미사일을 해체하기 위해 과하게 몸을 축소시킨 호프는 양자 영역에 갇히게 된다.

현재. ‘시빌 워’에 뛰어들어 캡틴 아메리카를 도운 죄로 스캇(폴 러드)은 2년 가까이 가택연금 조치를 받는 중으로 며칠 뒤면 제재에서 풀려난다. 그를 도운 혐의로 FBI의 추적을 받는 행크와 호프는 커다란 연구소를 트렁크 크기로 줄여 운반한 뒤 은신처에서 제 사이즈로 복구해가며 도피 중이다.

원자보다 더 작은 물질들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이 애매모호한 양자 영역에 갇힌 아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온 행크는 드디어 양자 터널을 완성해낸다. 그러나 모든 물체를 통과시키는 신체 능력인 페이징을 갖춘 초능력자 고스트(해나 존-케이먼)가 축소된 연구소와 부품을 빼앗아간다.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스틸 이미지

행크는 쉴드 때 동료였지만 지금은 사이가 벌어진 빌(로렌스 피시번)을 찾아가 연구소 소재를 파악할 방법을 알아낸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고스트의 은신처에 들어가는 데 성공하지만 고스트에게 제압당하고 행크마저도 잡힌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놀라운 인물이 나타나는데.

전편처럼 스캇과 캐시 부녀의 사랑이 전면에 부각된다. 지난 맹활약으로 전처는 물론 그녀의 새 남편과의 사이도 매우 좋아진 스캇은 마음껏 캐시를 만나 부성애를 쏟아붓는다. 캐시는 아빠의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후일 영 어벤져스 멤버 스태처로 성장할 것을 예고한다.

이번엔 행크 가족의 분량이 스캇보다 더 부각된다. 행크, 호프, 스캇이 힘을 합치고 스캇의 범죄 파트너에서 이제 보안업체의 CEO가 된 루이스와 그 동료들이 도움을 주는 탄착점은 오로지 재닛이다. 전편에서 일시적으로 양자 영역에 떨어졌던 스캇은 꿈에서 재닛을 만나고 행크에게 이를 알린다.

그런데 그건 한낮 개꿈이 아니라 양자 영역에서 초능력을 얻은 재닛의 메시지였다. 행크는 사랑하는 아내가 그립기도 하고 그녀를 그런 곳에 갇히도록 만든 죄책감 때문에 구출에 목을 맨다. 호프는 어릴 때부터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금껏 살아왔고, 스캇은 연인이 된 그녀를 돕고 싶다.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스틸 이미지

‘데드 풀’ 시리즈가 가족 영화라고 우기면서 성적인 코미디를 늘어놓는 ‘19금’ 등급이라면 ‘앤트맨’ 시리즈는 아주 착한 진짜 가족 영화다. 개미 사이즈가 됐다가 20m가 넘는 거인이 되는 앤트맨의 재치와 육탄 공세로 ‘어벤져스’나 ‘엑스맨’에 비해 꽤 현실적인 액션의 재미를 주는 점도 변별성.

그래서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 중 비교적 덜 만화영화 같고 아이들에게도 안심하고 보여줄 만한 자격을 갖췄다. 고스트가 단순한 빌런으로 설정된 게 아니라 쉴드, 즉 국가 권력의 희생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쉴드 소속 박사였던 아버지를 구하려는 효심이 그녀를 불행에 빠뜨린 것.

앤트맨과 와스프로 파트너가 된 커플과 그들의 지휘관 행크. 꽤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룬 그들의 맹활약은 고스트, 조폭, FBI 등의 파상공세에 부닥쳐 숨 돌릴 틈 없는 재미를 던져준다. 별로 위험할 것 같지 않은 존재들의 의외의 강력한 위협, 그럼에도 미워할 만한 캐릭터가 거의 없다는 건 강점이다.

양자역학은 결정론적인 고전역학과 달리 확률론적인 입장을 취한다. 현 상태를 명확하게 알더라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세상만사는 서로 관계돼 성립하기 때문에 불변적, 고정적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불교의 연기사상을 계승했고 인식론에 영향을 끼쳤다.

▲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스틸 이미지

과도하게 작아져도, 커져도 모두 핸디캡이 있다. 커지면 엄청난 체력 소모로 금세 기절하지만 작아질 경우 시공간이 무시된, 어쩌면 입자보다 전자와 빛의 비중이 더 큰 신비의 세계에 갇혀 초능력을 얻는다. 생존과 탈출에는 오로지 확률만 존재한다. 가족이 없다면 그 세계도 나쁘지 않다.

이는 힘에의 의지, 허무주의, 영원회귀 사유와의 정합적 구도를 완성하는 차라투스트라의 위버멘시 개념을 보인 타노스와도 연결된다.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으로 자신을 극복함으로써 존재와 우주를 안정시킬 유일신 역할을 자처한다. 과연 마블은 이 철학과 물리학의 인과율을 어떻게 풀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한 마블 ‘덕후’들의 관심이 큰 이유는 내년 5월 3일 개봉될 ‘어벤져스 4’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그 전에 ‘캡틴 마블’까지 이어질 ‘떡밥’은 마지막 쿠키영상에 담겨있다. 1~2대 앤트맨과 와스프 콤비의 능력은 한층 더 강력해지고 관계와 애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그들이 왜 ‘어벤져스 3’에 등장하지 않았는지, 사라진 어벤져스 멤버들과 어떻게 재회하고 힘을 합칠지에 대한 단서가 실려 있다.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가 맹활약을 펼치는 건 ‘어벤져스 2’와 ‘블랙 팬서’로 입증한 마블의 한국 사랑을 재확인시켜주는 센스. 118분. 12살 이상. 7월 4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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