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2’, 초인활약보다 힘든 육아일기 액션코미디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7.10l수정2018.07.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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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크레더블 2>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픽사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의 속편 ‘인크레더블 2’(브래드 버드 감독)가 14년 만에 돌아왔다. 2004년 89만여 명의 다소 아쉬운 관객 수를 기록한 전편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는 이번 작품은 여름 흥행 전쟁 속에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재미와 정체성만큼은 확실하다.

미스터 인크레더블(밥), 아내 헬렌(일라스티걸), 14살 딸 바이올렛, 10살 아들 대쉬, 17개월 아들 잭잭 가족은 슈퍼히어로 활동금지법이 발효됨에 따라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그런 그들 앞에 거대 기업 데버테크를 운영하는 갑부 윈스턴과 에블린 남매가 후원을 자처하고 나선다.

남매는 금지법 입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미스터 인크레더블보다 긍정적 이미지의 일라스티걸을 선택하고, 일라스티걸은 새 빌런 스크린슬레이버의 위협으로부터 시장과 특사 등을 구해내는 등 맹활약을 펼친다. 계획대로 금지법은 폐지되고 은신하던 슈퍼히어로들이 양지로 나온다.

▲ 영화 <인크레더블 2> 스틸 이미지

밥은 세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살림을 하면서 초인 활동보다 힘든 일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춘기인 바이올렛은 아버지 때문에 남자친구 토니와의 사이가 벌어진 데 대해 서운해 말문을 닫았고, 대쉬는 수학 숙제 하나 해결 못해주는 아버지에게 실망한다. 밥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진다.

잭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골칫덩이인데 숨겨졌던 초능력이 막 발현되는 중이다. 그게 아직은 제대로 컨트롤이 안 될 뿐 전 가족의 그것을 합친 것을 능가하는 수준이라 제어불능. 밥은 TV로 아내의 활약상을 보며 자신의 미미한 존재감에 위축된다. 그러던 중 헬렌이 의외의 함정에 빠지는데.

일단 친숙한 ‘생활개그’가 ‘빵빵’ 터져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게 큰 미덕이다. 잭잭이 그 중심에 있다. 너구리와의 일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시퀀스보다 더 재미있다. 이 작품은 크게 가장의 역할과 가족의 소중함, 정치와 경제의 프로파간다, 그리고 세상의 아이러니를 주제로 갖는다.

밥과 헬렌은 세 남매를 모두 아끼지만 아직 젖병을 못 뗀 잭잭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잭잭은 타노스도 긴장할 만큼 최고의 초능력을 모두 보유한 예비 슈퍼히어로. 가족의 슈트를 만들어주는 에드나는 하루 잭잭을 봐주면서 “제대로만 하면 육아도 영웅적”이라고 밥에게 충고한다.

▲ 영화 <인크레더블 2> 스틸 이미지

더불어 그녀는 “아이는 뭐든 될 수 있다, 잠재력이 무한대니까”라고 예지자 같은 신탁을 한다. 이는 시리즈가 계속될 경우 잭잭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세대가 바뀌면 그가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번의 활약만으로도 이미 그는 주인공이다.

밥은 헬렌에게 밀려난 뒤 막내아들에게 설 자리를 잃는 셈. 그래서 육아 시작 직후 그의 눈은 퀭하니 들어갔고 턱엔 수염투성이다. 한때 지구를 뒤흔들었던 그는 하찮게 여겼던 육아가 얼마나 어려운지 진절머리를 낼 정도가 된다. 돈 버는 것보다 힘든 게 살림살이라는 얘기.

“정치인은 사심 없이 정의로운 이들에게 관심 없다”는 대사는 정치인이 정의로운 척하는 건 사심이 많기 때문이란 조소. 그래서 “정치(인)를 믿느니 원숭이 제비뽑기를 믿는다”고 제대로 한방 먹인다. 데버 남매의 후원은 바로 경제인 등 사회 지도층의 프로파간다가 사실 지극히 이기적이라는 고발이다.

▲ 영화 <인크레더블 2> 스틸 이미지

감독은 세상의 아이러니를 꼬집는다. “법이 잘못됐으면 법에 따라 바꾼다”, “법을 고치려 법을 어기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떠난다”, “기술로 기술 의존을 막는다” 등의 대사가 바로 그렇다. 슈퍼히어로의 슈트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함으로써 세계인과 시각을 공유하는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슈퍼히어로 활동금지법의 발효와 폐지가 반복되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정의를 위해 영웅은 필요하지만 책임과 도덕이 필수란 얘기. 이미 ‘왓치맨’ ‘다크나이트’ ‘배트맨 대 슈퍼맨’ 등에서 다뤘던 고민이지만 이 작품은 비교적 쉽게 풀고, 그 책임을 정치권과 경제계로 돌린다는 데서 거리를 둔다.

컴퓨터로 인해 정보의 바다가 된 현대에서 중요한 건 소통이다. 정보의 공유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소통함으로써 모든 인권이 평등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본질에 선행하는 실존적 실존주의! 데버 남매의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다. 125분. 전체 관람 가. 7월 19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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