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권력암투 치열 [김문 작가 칼럼]

김문 작가l승인2018.07.11l수정2018.07.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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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김문 작가가 쓰는 격동의 현대사를 주도한 군장성들의 이야기]

갈수록 권력암투 치열

이와 관련해 김 장군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두 번의 암살위기를 넘겼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앞에 언급한 대로 김재춘 중정부장이 주도했던 공화당 지원세력 제거대상에 포함된 것이고 두 번째는 1963년 3.16성명 직후 김형욱씨에 의해 암살대상자로 분류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장군을 없애려던 김재춘 부장은 계획이 탄로나자 중정부장직을 내놓아야 했고 이보다 앞서 김 장군을 암살하려던 김형욱씨도 나중에 김 부장한테 암살당할 뻔했던 위기를 맞았다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1963년 당시 권력암투가 얼마만큼 치열했는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김 장군이 김형욱씨와 맞닥뜨린 것은 이러했다. 그러니까 김 장군이 버거 대사와 매일 만나면서 협상을 벌일 때였다. 육본 45호 관사에 기거하고 있을 때 하루는 김종오 육참총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김 장군, 간밤에 김 장군을 암살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관사 주위에 경비병력을 추가로 배치했소.”

김 장군은 수화기를 든 채 커튼을 젖히고 창문 밖을 응시했다. 관사 주변에는 정말로 평소보다 많은 병력들이 무장한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김 장군은 매우 놀라는 목소리로 “도대체 누가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 총장은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소. 믿을 만한 정보인 것 같아 우선 조치했소. 아무튼 몸조심 하시오.”하며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안방에서 깜빡 잠이 들었을 때 낯익은 불청객이 불쑥 찾아왔다. 김형욱이었다. 그런데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김 장군은 직감했다. ‘바로 저 놈이구나’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김 장군은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냐며 응접실 의자에 앉게 했다. 김형욱은 앉자마자 “아니 선배님, 미국측과 더 이상 무슨 협상이 필요합니까? 반바지 반소매 입더라도 우리 할 일을 해야지 뭘 우물쭈물 거립니까?”라고 말했다. 거의 협박조였다. 화가 난 김 장군은 “야 이놈아, 너는 보이는 것도 없느냐. 정치를 제대로 알고 하는 얘기냐?”고 호통을 치며 말했다.

“이 사람아, 지금 때가 어떤 때인줄 알고 호들갑을 떠느냐. 최고회의는 최고회의대로 분열이 있고 국민들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어. 군정연장으로 미국은 쌀원조까지 중단한다고 선언하는 판이야. 잉여농산물은 물론 3천만달러 추가원조액도 중단한다고 하고 있어. 우리가 미국 외에 어느 나라한테 당장 손을 벌릴 수가 있느냐. 도대체 뭘 알고 이래라 저래라 해야지 말이야. 그리고 자네 권총차고 우리 집에 온 까닭이 뭐야. 나는 다 알고 있어. 자고 있는 나를 쏠려고 그랬지?”

김형욱은 흠칫 놀랐다. 이와 동시에 김 장군은 자신의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던 권총을 얼른 꺼내며 큰소리로 말했다.

“야 이놈아, 권총 이리 내놔. 육군 소장 돈주고 산 거 아니야. 포수도 잠자는 짐승은 쏘지도 않아. 나도 특등사수야. 사나이답게 용산 사격장으로 가서 정식으로 대결해. 서부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각자 24발자국 걸어간 뒤 등 돌려서 방아쇠를 당기도록 해. 누구의 머리통이 부숴지는지 해보잔 말이야.”

김 장군의 목소리는 분노에 찼다. 이를 지켜보던 김형욱은 기세에 눌렸는지 벌벌 떨며 “선배님,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자 김 장군은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오해하지 마라. 지금은 최고위원들이 어느 때보다 결속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한 뒤 그를 돌려보냈다. 나중에 김형욱이 중정부장 될 때 김 장군의 도움이 컸다.

▲ 김문 작가

[김문 작가]
전 서울신문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현) 제주일보 논설위원

김문 작가  gamsam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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