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연세대 핀슨홀]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언더우드관과 스팀슨관, 그리고 아펜젤러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이 세 건물 뒤로 비슷한 시기에 건축된 영국 주택 양식의 기숙사 한 동이 있다.
1917년 이곳에 캠퍼스를 마련할 당시, 기부금 조성에 공이 컸던 미국 남 감리교 총무 핀슨 박사를 기념해 명명된 핀슨홀이 바로 그 건축물이다.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시인 윤동주가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던 곳이기도 하다.

▲ 기숙사 앞의 윤동주 시비 / 1968년
▲ 1917년 설립 당시 연희전문학교 설계도에 나타난 핀슨홀 등 기숙사 예정 부지

핀슨홀이 준공된 것은 1922년.

▲ The Chosen Christian College(연세대 25주년 기념책자) 1940년

연세대학교 내 언더우드관, 스팀슨관, 아펜젤러관은 학생들의 공부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학문의 위엄성을 나타내기 위해 좀 더 위계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 그래서 중앙에 탑 부가 들어간다든지, 베이윈도우(돌출창)가 양옆에 위치하고, 중앙 현관 부분에는 튜더아치(영국 후기 고딕의 아치 형식, 거의 각이 없는 곡선의 형태를 갖고 있다)를 사용하고 있다. 핀슨홀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기숙사로 지어진 건물이었기 때문에 주거건축의 형식을 많이 띄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튜더아치나 베이윈도우(돌출창)가 생략된 대신 도머창(지붕에 튀어나온 창) 역시 다락을 거주 공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했던 창이라고 볼 수 있다.

▲ 스팀슨관, 언더우드관, 아펜젤러관 양식의 영국식 튜더고딕
▲ 처음부터 기숙사로 지어져 튜더아치, 베이 윈도우(돌출창)가 생략된 주택식

시인 윤동주가 머물렀던 3층 다락방 아래엔 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작품과 함께 당시를 재연한 책상과 원고 등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 윤동주 육필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졸업기념으로 발간하고 싶었으나 검열 우려해 포기
▲ 1948년 후배의 소장본으로 탄생한 초판본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
시인의 절망과 그리움...

어렵게 태어난 시인의 유고집엔 기숙사 핀슨홀에서의 시간도 담겨 있었다.

    창(窓)역의 침대에 드러누우니 이때까지 박은 휘양찬 달밤이 엿든 것을
    감각치 못하였댔다. 나의 누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는 것보담도 오히려 슬픈 선창이 되는것이다. (중략) 아이처럼 황황해지는
    가슴에 눈을 치떠서 박글 내다보니 가을하늘은 역시 맑고 우거진 송림은
    한 폭의 묵화다. 달빛은 솔가지에 솔가지에 쏟아져 바람인 양 솨―소리가
    날 듯하다. 들리는 것은 시계소리와 숨소리와 귀또리 울음뿐 벅쩍고던 기
    숙사도 절깐보다 더 한층 고요한 것이 아니냐?
                                 - 산문 <달을 쏘다> / 1938년 10월 作

학문에 대한 열의로 떠났던 일본 유학. 그러나 유학 첫해 방학, 고향 용정을 찾은 것이 시인의 마지막 고향 방문이 되고 말았다.

▲ 여름방학 북간도 용정에서 / 1942년 8월 4일

2016년은 윤동주 시인 탄생 100년. 그리고 시인이 3년 가까이 머물며 고뇌하고 사색하며 시를 썼을 기숙사 핀슨홀.
학교는 핀슨홀 전체를 기념공간으로 만들어 더 많은 이들과 시인의 시간을 나누고 있다.

<연세대 핀슨홀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네이버TV https://tv.naver.com/v/418212
유튜브:https://youtu.be/R2_zGfcGV2o?list=PLmjSag-WwNmkUUnpEJ3aLmBNzoYJg3q3k

※ 영상기록 <서울 시간을 품다> ‘연세대 핀슨홀’ 편은 2015년 6월 8일에 방송되었습니다.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서울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tbs.seoul.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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