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류시두의 식용곤충 이야기] 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는 한국 사람에게 친숙한 식용 곤충이다. 식품 공전과 식품 규격 등이 정비되면서부터 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는 식품으로 사용 가능한 원료로 인정되어왔다. 한국은 24시간 편의점에서 번데기 통조림을 구입할 수 있는 등, 서구 국가들이 비해 곤충 식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편이다.

2014년 7월에는 갈색거저리 유충이 한시적인 식품 원료로 인정받았다. 한시적 식품 원료란, 일반 식품 원료가 되기 이전의 단계로 식품이 아니던 원료가 거치는 과정 중 하나다. 연구를 통해서 식품이 아니었던 곤충이 식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하고, 관련 법령이 정비되었다. 곤충은 2014년 7월 이전부터 먹어 왔지만, 사실상 이 때부터 본격적인 곤충 식품의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쌍별귀뚜라미와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등 3종이 추가로 식품 원료로 인정받았고 현재 이들 모두 일반 식품원료가 되었다.

▲ 한국농촌경제원(2015). ‘미래농업으로 곤충산업 활성화 방안’ p.43

4년이 지난 지금, 곤충 식품 산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2015년 발간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미래농업으로 곤충산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2015년 식용 곤충시장규모는 60억원으로 추정되며 전문가들은 2020년에 1014억원으로 성장할 것을 전망했다. 이러한 밝은 전망은 현재 진행형일까? 갈색거저리 유충 등 식용 곤충이 일반 식품원료가 되기도 전인 2015년에 작성되다 보니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 산업에 대한 진단과 제대로 된 시장 규모의 추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신성장 곤충산업, 사육농가 '15년 대비 3배 성장.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현재로써 시장 규모를 추산해볼 방법은 없을까? 아마도 현재 이용 가능한 통계들 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곤충 생산 농가들의 수일 것이다. 곤충을 생산하는 농가는 지자체에 등록하게 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숫자를 통해 산업 규모를 추산해 볼 수 있다. 2014-2015년 당시 등록된 전체 농가 수(식용 이외에 모든 곤충 생산 농장)는 583호 이며, 이 중 식용곤충 생산 농가 및 업체는 106호이다. 2017년 말 등록된 전체 농가수는 2천호가 넘는다.(2,136호) 이 중 얼마나 많은 농가들이 식용곤충인지 추정하긴 어려우나, 거의 전부가 식용곤충 농장이라고 추정한다해도 최대 2000호이다.

2015년 당시에 농가당 연매출액은 2800만원으로 추정되었으므로, 이를 차용하면 2000호의 생산액은 560억원 정도 된다. 가공이나 유통 등 식용곤충 산업 내의 다른 분야도 존재하지만 2천호 전부를 식용 곤충 농장으로 추정한 만큼 이 수치가 거의 최대치로 예상된다. 이렇게 성장한다면 2020년에 1000억원대의 시장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들이 얼마나 현실과 일치하는지가 문제다. 실제로 2016년 실행된 곤충 생산농가 경영 분석에 따르면 흰점박이꽃무지 사육 일반농가의 1평당 수입은 411,300원으로 자가노동비를 포함한 생산비를 제외하면 손실이 나고 있다. 전체 흰점박이꽃무지 농가의 평균은 1평당 365,033원의 순수익이 나온다고 하지만, 최초에 행해졌던 시설 투자를 감가상각으로 계산해 본다면 과연 수익이 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가수는 분명 폭발적으로 증가 중에 있다. 곤충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의 수도 늘어가고 있으며 해마다 전문인력 교육을 받은 이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농가들은 2800만원 정도의 매출액은 올리고 있는 것일까? 이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 농가들은 어디에다 납품하거나 판매하는 것일까? 현재 뚜렷한 수매 단체/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농가들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혹은 협동 조합을 결성해서 가공 식품/건강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적인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곤충 식품을 보긴 어렵다. 마트나 백화점, 올리브영 등 유통망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퓨처리얼 정도가 전부다. 만약 폭발적으로 농가수가 늘어나는데 농가들의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 규모 추산이 문제가 아니라, 식용 곤충 산업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지도 모른다.

▲ 퓨처엑스. 퓨처푸드랩 제공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갈색거저리 유충이 들어가 있는 프로틴바, 퓨처엑스가  펀딩에 성공했다. 최종적으로 목표액의 2500%를 넘어서 달성하면서 곤충 식품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이는 전체 산업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여전히 제품의 수는 많지 않으며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소개되는 제품의 수는 극히 적다. 시장의 잠재적 수요를 이끌어 낼 킬러 제품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미래 신산업인 식용 곤충 시장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농가의 수를 늘여나가는데 집중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농가수만 늘린다면 위의 계산과 같이 산업이 커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긴 쉬우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산업에 뛰어는 농가들의 생계와 미래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전문가들의 장미빛 전망만 내놓으며 농가 수를 늘려가는 정책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 현재 2020년의 1천억원 시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깜깜한 터널 속에 있는지 파악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시장의 현황 파악과 수요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 류시두 이더블 대표이사

[류시두 이더블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졸업
카이스트 정보경영 석사 졸업
(사)한국곤층산업협회 부회장(학술위원장)
현) 이더블 주식회사 대표이사

저서 : 식용곤충 국내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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