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은 1441만여 명을 동원한 ‘신과 함께-죄와 벌’을 모든 면에서 능가한다는 게 놀랍다. 사실 전편은 홍콩 SF 무협의 교과서라 할 ‘촉산’(쉬커 감독, 1983)을 연상케 하는 한계가 엿보였는데 동시에 찍은 속편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감독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저승 3차사는 지난 1000년 동안 48명의 망자를 환생시켰기에 이제 1명만 더 환생시키면 그들도 환생할 기회를 얻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리더 강림은 원귀였던 수홍(김동욱)을 마지막 귀인으로 선정하는 무리수를 둔다. 저승법 상 원귀는 소멸돼야 마땅한데.

이에 염라대왕(이정재)은 조건부로 강림의 제안을 수락한다. 조건은 가택신인 성주(마동석)가 버티고 있기에 차사들이 영혼을 소환하는 데 족족 실패한 춘삼(남일우)을 수홍의 재판이 끝나는 48일 전까지 저승으로 데려오는 것. 이에 강림은 재판 과정을 헤쳐 나가고, 해원맥과 덕춘은 이승으로 내려간다.

춘삼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손자 현동(정지훈)과 함께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다. 현동의 어머니는 출산 뒤 사망했고, 아버지는 도박에 미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성주는 춘삼이 떠나면 천애고아가 될 현동이 안쓰러워 불문율을 깨고 사람의 모습으로 현신해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해원맥과 덕춘은 성주의 엄청난 힘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다. 그런데 성주는 인간을 보호하는 가택신이기에 빚쟁이와 철거 용역업자들에게 힘을 쓸 수 없다. 그렇게 춘삼과 현동이 위기에 몰렸을 때 해원맥이 도와준다며 성주에게 조건을 내걸고 현동의 입학까지 40일의 유예기간에 합의한다.

해원맥과 덕춘은 뜻밖의 진실에 마주한다. 1000년 전 자신들을 저승에 데려간 차사가 바로 성주였던 것. 저승에선 강림과 수홍의 갈등이 계속된다. 수홍은 환생에 별 흥미를 못 느끼지만 성주는 웬일인지 승소에 집착하는 것. 그런데 1000년 전의 염라, 강림, 해원맥, 춘삼은 놀라운 인연이 있었는데.

전편은 모정을 기준으로 한 신파조의 드라마적 요소가 강했다. 이번에도 부정이 개입되긴 하지만 전편의 유치함은 찾아볼 수 없다. 강해진 건 각 캐릭터다. 강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숨기는 게 엿보인다. 덕춘은 전편보다 꽤 강해졌다. 허허실실의 해원맥이 돋보이고 성주는 제대로 제 몫을 해낸다.

2시간 넘게 진행되는 러닝타임이 말하고자 하는 건 눈물과 용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아프거나 괴롭거나 슬퍼서 울거나 울고 싶지만 눈물을 참을 때가 있다. 그때 왜 우는지에 대한 질문이 심오하다. “왜 울어? 슬퍼서, 아님 억울해서?”라는 대사는 사람들이 살면서 울 일이 얼마나 많은지 웅변한다.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중요한 건 그걸 얼마나 빨리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냐의 타이밍이다. 그 시간 다툼이 면죄부를 받느냐, 영원한 죄인으로 남느냐의 극과 극의 결과를 낳는다. “가장 잘 숨기는 건 숨기지 않는 것”이란 성주의 말은 진실과 진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와 예정조화의 공존이라는 패러독스! 세상은 상충하고 갈등하는 인격들과 상황들로 얽히고설켰음에도 그럭저럭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조화의 아이러니컬한 역설이다. “고통은 있는데 상처는 없다”, “나쁜 인간은 없다. 다만 나쁜 상황이 발생할 뿐”이란 대사가 대표적이다.

회자정리(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와 거자필반(헤어지면 언젠가 만나기 마련)이란 모순되는 사자성어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주는 항상 솔루션을 낸다. 그는 “이해가 안 될 땐 거꾸로 읽고, 거꾸로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이는 재미있게도 언어철학과 연계된다. 언어(혹은 말)의 존재론적 본질.

저승과 이승은 사람에 따라서 개념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은유는 소름 끼친다. “이 나라에서 정직한 신념으로 살면 지하철에서 노숙한다”는 말이 그렇다. 수홍이 “다시 태어나서 개고생 하느니 환생 안 하겠다”고 강림과 엄발나는 게 이해가 될 정도다. “진짜 지옥은 어디?”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곳곳에 사회 비판의 요소를 심어 놓았다. 공무원의 탁상행정을 꼬집고, ‘개미 투자자’를 자양분으로 삼는 경제 구조를 강하게 비판한다. 성주가 왜 그렇게 수홍의 환생에 집착하는지 그 저의에 대한 의문이 깊어질 때 즈음 왜 성주가 재판에 염라를 증인으로 내세웠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재미를 더한다.

덕춘의 캐릭터와 역할이 풍부해졌다. 해원맥은 외유내강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포장돼 많은 여성 관객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성주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로서 흥행에 첨병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중적 캐릭터로 포장된 강림은 단연 작품의 핵이며 염라와의 인연도 놀라운 반전으로 작용한다.

성주는 “염라, 걘 아직도 머리 기르고 다니냐”라고 심상치 않은 발언을 한다. 전편이 CG로 승부를 걸었다면 속편은 완벽한 시나리오 속의 풍성한 사연과 다변화된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을 태세다. 단, 랩토렉스, 티라노사우루스, 모사사우루스 등의 ‘활약’은 다소 생뚱맞다.

전편이 신파와 CG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이번엔 그것과의 차별화가 단연 돋보인다. 신파는 싹 지우고, 유머와 반전에 집중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인연들로 얽혀지기 마련이다. 불교에선 인연을 인과응보라는 카르마로 보기도 한다는 걸 감안하면 이 영화는 매우 재미있다. 141분. 12살 이상. 8월 1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