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 3’(젠디 타타코브스키 감독)는 벌써 3편째에 이른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온 가족이 믿고 자리를 함께할 수 있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한층 더 지평을 넓혔다는 데서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고, 여름 휴가철과 맞아떨어지는 비주얼이 시원해서 좋다.
1897년 트란실바니아. 몬스터 사냥에 평생을 바친 에이브러햄 반 헬싱은 드라큘라 드락을 쫓다 절벽 아래 떨어진다. 현재. 100년 전 아내를 잃고 딸 마비스를 혼자 키워 시집까지 보낸 한편 몬스터 호텔의 주인으로서 오로지 일만 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드락은 갑자기 엄습해오는 외로움에 깜짝 놀란다.
이를 눈치챈 마비스는 인간인 남편 조니, 어린 아들 데니스, 프랑켄슈타인 프랭크, 미이라 머레이, 투명인간 그리핀, 고무 몬스터 블라비, 늑대인간 웨인 등과 동행하는 호화 크루즈를 예약한다. 드락은 바다 위 호텔과 다름없는 유람선에 살짝 불만을 보이다가 미모의 선장 에리카를 보곤 달라진다.
이 휴가 패키지는 바닷속 활화산, 무인도 등을 경유해 최종 목적지인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를 관광하는 것. 에리카는 사람이지만 몬스터를 차별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는데 특히 드락에 매우 호의적이다. 드락 역시 에리카에게 첫눈에 반하는데 그녀가 먼저 데이트를 신청하자 오랜만에 설렌다.
그러나 사실 에리카는 남모를 음모를 꾸미는 중이다. 겉모습과 달리 몬스터에 대해 지독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 이를 전혀 모르는 드락은 그녀와 점점 가까워진다는 게 즐겁고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 마비스를 실망시킬까 봐 노심초사한다. 마비스가 에리카에 불만인 것을 알아챈 조니가 설득하려 애쓴다.
아틀란티스에 가까워질수록 에리카의 속셈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렇게 몬스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시시각각 위험이 닥치지만 데니스 등은 마냥 흥에 겨워 여름휴가를 즐기기에 바쁘다. 데니스는 애완동물 출입이 금지된 유람선에 대형 애완견 팅클스를 몰래 승선시켜 말썽을 자처하는데.
가족 영화를 지향하는 분명한 목표지점이 있기에 러닝타임 내내 흥겨움이 가득하다. 작정하고 여름 휴가철을 겨냥했기에 관객으로 하여금 휴양지에 와있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비주얼이 가장 큰 강점이다. 그 그림에 즐거움과 생동감을 더해주는 다양한 음악을 포장해 재미와 흥미 지수를 끌어올렸다.
일단 한국 관객들에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등장하는 게 매우 반가울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은근히 ‘Oldies but goodies’를 넘어서 ‘구관이 명관’이란 강렬한 메시지를 심어놓았다. 몬스터를 해치려는 악의 무리들이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는 게 바로 테크노 음악이다. 이를 통해 크라켄을 조종하는 것.
아무리 초능력을 지닌 몬스터라고 해도 전설의 문어 크라켄을 이길 순 없다. 크라켄은 평소 온순하다. 그러나 ‘사악한’ 테크노 음악을 들으면 파괴본능이 분출돼 닥치는 대로 살상을 하는 것. 그런 괴물을 잠재우는 음악이 바비 맥퍼린의 ‘Don'worry, be happy’와 로스 델 리오의 ‘Macarena’다.
‘강남스타일’보다 훨씬 더 오래된 ‘왕년’의 히트곡이 첨단의 테크노 음악을 이겨낸다는 건 아날로그에 대한 찬가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항상 그렇듯 역사와 신화를 차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의 미스터리인 버뮤다 삼각지대를 항구로 만들고, 역사 속 전설인 아틀란티스를 휴양지로 설정했다.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제10대 왕 이크나톤(기원전 1364~1347년께 재위)의 비인 네페르티티를 미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 7세 여왕(기원전 69~30년)보다 더 뛰어난 미인으로 묘사한 건 대중의 편견에 대한 경종이다. 클레오파트라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엔 여인들에게 흔하게 붙던 이름이다.
드락이 한눈에 반하는 에리카의 용모는 의외로 동양적이다. 코가 높아 미의 대명사였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서양의 미인의 기준에 노골적인 반기를 든 것이다. 에리카의 어원인 그리스어는 ‘밝지 못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인 것도 음미해볼 일이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편견과 맥락을 함께한다.
몬스터는 유색인종으로 봐도 무방하다. 고대부터 서양에는 동양의 신비로움에 대한 동경 혹은 경외심과 더불어 5세기 전반 민족대이동기에 유럽 전역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아시아 훈족의 왕 아틸라 등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야만인이란 선입견이 공존했다. 영화는 그런 편견 등을 비판한다.
아틸라의 본거지가 트란실바니아였다는 데서 그 의도는 더욱 명확해진다. 에리카는 아무런 이유나 동기 없이 무조건 몬스터가 나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순수한 면모를 보이는 드락의 순정에 일대 혼란을 일으키더니 서서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Legacy’란 단어가 미장센으로 깔리는 건 아날로그 음악이 디지털 음악을 이기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드락이 스마트폰으로 소개팅을 하려다 망신을 당하는 것과도 연관된다. 오래전부터 물려받아 대대손손 내려오는 좋은 전통과 유산은 소중하지만 구태의연한 오해와 편견은 시대착오!
서양과 미국의 정서를 지배하는 종교 색채도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 생뚱맞은 이 가르침은 몬스터들의 “결국 우린 모두 같아”라는 화해의 메시지를 통해 당위성을 얻는다. 싸이의 ‘챔피언’의 가사를 아는 걸까?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야 해”가 결론이다. 97분. 전체 관람 가. 8월 8일 개봉.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