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 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은 여러모로 기존 한국 영화와 차별화된다. 400억 원이란 제작비도 놀랍지만 1편의 성적을 보고 속편을 찍는 게 일반적인 국내에서 최초로 1, 2편을 한꺼번에 찍었다는 게 돋보인다. 외국에는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감독,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이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감독이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으로 승승장구했지만 225억 원을 들인 ‘미스터 고’의 흥행 실패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와 배급사는 감독을 믿었고 믿음은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왔다.

전편 관객이 1441만여 명이었다. 속편은 언론 및 배급시사회 이후 전편보다 훨씬 더 호평을 얻고 있다. 설레발이 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전편 수준의 성적은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론 ‘한 감독이 한꺼번에 찍은 두 편의 영화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전편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신파, 하정우, CG로 요약할 수 있다. 착하게 사는 소방관 자홍과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군인 동생 수홍, 그리고 그들의 장애인 어머니를 둘러싼 모성애의 전형적인 신파가 중심축을 이뤘다. 그리고 이젠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CG로 구현한 지옥에 대한 상상력이 볼거리 정도.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다양한 등장인물을 내세웠지만 하정우가 확실한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전편의 쿠키영상에서 춘삼의 영혼을 소환하러 온 김민종 등 차사들을 겁박했던 가택신 성주(마동석)를 비롯해 우정 출연을 넘어선 염라(이정재)까지 출연배우 모두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속편 캐릭터는 알차다.

결국 한꺼번에 쓴 시나리오지만 전편은 속편이란 본편에 들어가기 위한 서막에 불과했기에 스토리에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속편은 내용물이 풍부함으로써 각 캐릭터에 생동감과 당위성을 풍성하게 불어넣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특히 마동석은 단연 돋보이는 주조연이다.

감독은 원작을 보고 구원과 용서라는 주제에 가장 주목했다고 하는데 축약일 수도, 겸손일 수도 있다. 2가지 소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인연을 말하는 구조주의가 가장 돋보인다. ‘마녀’에서 귀공자가 마녀에게 “이름이 생겼네”라고 매우 신기하다는 듯 말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

19세기 말~20세기 초 언어학자 소쉬르 등이 사용하기 시작한 구조주의는 언어구조학으로 발전하며 각 학문과 사회 전반에 걸쳐 유행됐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컨택트’를 통해 랑그(언어)와 파롤(말)이라는 언어학적 구조주의를 웅변했다면 이 영화는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구성 요소에 집중한다.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구조주의는 ‘구성 요소들은 상호 의존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에 개개의 요소는 독자적으로는 파악될 수 없다’고 본다. 전편에서 3차사와 염라 등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속편에선 그들의 인연이 자세하게 설명된다. 불교 철학이자 서양 철학이다.

밑밥도 있다. 성주가 “염라 걘 아직도 머리 기르고 다니냐”는 말을 던졌다. 3편 이후로도 각 인물들의 새로운 구조가 속속 밝혀진다는 암시다. 주인공들의 전생의 인연은 후세의 구조를 만들 것이고, 그건 제작자와 감독 등이 3편, 4편 등 장편 시리즈를 자신하는 배경 중 하나일 것이다.

속편의 스토리를 이끄는 장르가 미스터리라면 플롯의 강점은 반전이다. 전편에서 다소 가벼워 보였던 강림(하정우)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확실해 때론 음흉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신 해원맥(주지훈)이 외유내강의 캐릭터로 바뀌며 갑자기 부각되고, 덕춘(김향기)의 존재감 역시 엄청나게 커진다.

스토리의 핵심은 강림이 지옥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마지막 49번째 귀인으로 원귀였던 수홍(김동욱)을 선정하는 이유다. 그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질수록 강림을 향한 다수의 의심은 점점 짙어지고, 3차사의 과거가 드러날수록 그들을 둘러싼 질긴 ‘인연’이 왜 1000년 넘도록 이어지는지 밝혀진다.

▲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 이미지

주인공들이 양가성(극단의 감정이 공존하는 심리)에 혼란을 겪고, 인정투쟁(헤겔, 내적 세계로의 순수한 사유)을 거쳐, 정언명령(칸트, 윤리적 법칙)의 의지로 위버멘시(차라투스트라, 영원회귀의 사유)를 향하는 여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놀라운 플롯이다. 시나리오의 승리다.

성동일 배한철 등 새롭게 투입된 카메오들이 전하는 재미도 크지만 마동석과 주지훈의 조합은 코미디의 핵이다. 한 마디로 마동석이 주지훈의 코미디를 완성해줬다. 큰소리치지만 성주에게 단숨에 제압당한 해원맥이 성주에게 반말을 했다가 “넌 무릎 꿇고 반말하냐?"라고 야단맞는 식이다.

현실이 지옥이고, 저승이 천국인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분위기와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설정 등은 아이러니컬한 세상만사를 대입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용서를 통한 구원을 얻으라는 메시지. 후반부 꽤 중요한 반전의 매개체로 활용되는 자모음 조합은 언어구조학이라기보단 퍼즐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 실마리가 되는 성주의 “이해가 안 될 땐 거꾸로 읽고, 거꾸로 생각하라”는 충고는 매우 심오하다. 電話를 우리는 전화라고 말하고 읽지만 일본은 뎅와라고 한다. 소쉬르에 따르면 ‘파랗다’는 랑그고, 개개인이 ‘차가워 보인다’ ‘깊어 보인다’라고 표현하는 건 파롤이다. 말을 잘하자는 의미.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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