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 강제키스,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 [박병규 변호사 칼럼]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l승인2018.08.10l수정2018.08.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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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지난해 고등학생인 미성년자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고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 항소심에서는 이 학생에 대하여 원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와 같은 데이트 폭력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데이트폭력 사범은 1만 303명을 기록했고 이는 8,367명이던 2016년보다 1,936명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 사범이 강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2017년 상반기에 데이트폭력을 저질러 형사 입건된 4천 564명 중 구속된 경우는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연인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사기관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범죄의 성격상 증거가 부족하여 처벌이 쉽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60조(폭행)
①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제283조(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추행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제추행과 같은 데이트 폭력은 연인관계 사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거 곤란‘ 한 상태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를 쫒아와 강제로 키스한 경우에 여자친구의 강한 저항이 없었어도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배씨는 2주전 결별을 통보한 여자친구 김씨를 어렵게 술자리에 불렀습니다.

김씨는 자신의 친구를 불러 그 자리에 합석했다가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 하였으나, 배씨가 김씨의 친구를 밀어내고 김씨와 함께 택시에 탔습니다.

배씨는 집으로 들어가려는 김씨에게 “이야기 좀 하자”며 막고는, 갑자기 김씨를 끌어안고 한번 들어올렸다 내려놓았습니다. 놀란 김씨가 배씨를 밀치고 집에 들어가려 하자, 뒤따라온 배씨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김씨의 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김씨는 배씨를 데리고 내려온 다음, ‘그냥 가라’는 취지로 팔을 밀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배씨는 김씨에게 강제로 키스하였고, 이에 화가 난 김씨는 배씨를 고소하였습니다. 1심과 원심 법원은 배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배씨가 자신을 안으려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서도 김씨가 특별한 저항 없이 배씨의 어깨에 손은 올린 채 달래는 듯한 행동을 했고, 얼굴을 밀착할 때도 그대로 있었다.” 고 지적하며, “배씨의 폭행 또는 협박이나 그 행위의 기습성으로 인해 김씨가 항거하기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배씨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한다.” 고 전제한 후, “이 경우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은 불문한다.” 고 밝혔습니다.

이어 “배씨가 주차장 앞에서 피해자를 끌어안고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은 행위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피해자를 끌어안고 얼굴에 키스한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가 침해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배씨가 김씨를 안았을 때 김씨가 어깨를 토닥이거나 허리를 잡긴 했지만, 이에 대해 피해자인 김씨는 배씨를 달래서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배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제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고 판단하였습니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 및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과거의 판례들은 “항거가 곤란한 정도의 폭행, 협박“에 있어서, 항거가 곤란한 정도를 엄격하게 판단하여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위 대법원의 취지를 받아들여, “항거곤란“의 판단에 있어서 피해자의 저항이 없더라도 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는 강제추행에 해당된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요건 중 “항거가 곤란한 정도”에 대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사건을 파기하고 원심에 환송한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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