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도 일정한 요건 갖추면 긴급피난에 해당되어 무죄 [박병규 변호사 칼럼]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l승인2018.08.17l수정2018.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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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혈중알콜농도에 따라 그 처벌 수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제45조, 제47조, 제93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148조의2에서 같다)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48조의2(벌칙)

② 제4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혈중알콜농도가 0.2퍼센트 이상인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
2. 혈중알콜농도가 0.1퍼센트 이상 0.2퍼센트 미만인 사람은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상 500만원 이하의 벌금
3. 혈중알콜농도가 0.05퍼센트 이상 0.1퍼센트 미만인 사람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그렇다면 혈중알콜농도가 위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형법은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의 소위 위법성조각사유를 두어, 일정한 요건에 충족하면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2조(긴급피난)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유책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 중 위법성이란 범죄의 성립요건의 하나로서 행위가 법률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다는 성질을 말합니다.

나아가 형법은 위법성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의 요건이 충족된 경우 범죄의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을 위법성조각사유라고 합니다.

최근 위법성조각사유 중 긴급피난과 관련하여, 음주운전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대리기사가 차량을 도로상에 세워둔 채 가버리자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여 인근 주유소에 정차한 다음 112에 신고한 사실이 인정돼 긴급피난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2017년 7월 24일 저녁 지인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술자리가 끝나자 A는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여 기사 B로 하여금 A의 집까지 A의 승용차를 운전하도록 하였습니다. 대리운전 기사 B가 A의 승용차를 정차한 곳은 울산 북구 편도 2차선의 도로였습니다. 위 도로에는 갓길이 없고, 2차로 옆에는 가드레일이 있었습니다.

위 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는 아니나 자동차전용도로와 유사해서 차가 주차하여 있으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운 도로였습니다. 정차된 이 사건 승용차 옆을 지나가는 다른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도 하였다. 위 도로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로서, 제한속도는 시속 70㎞/h인데, 사람들이 80㎞/h로 운전하기도 하였습니다.

A는 A의 승용차를 위 정차 장소에서부터 운전하여 약 300m 떨어진 앞에 정차하였습니다. A는 2017년 7월 25일 오전 12시 46분경 112로 신고하여, 대리운전 기사 B가 운전을 하다가 그냥 가버렸는데 위험할 것 같아서 주유소 안쪽으로 운전해서 들어왔다고 통화하였습니다. A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396 판결 참조).”고 전제한 후,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 즉 ① 대리운전 기사가 이 사건 승용차를 정차하여 둔 도로는 공소사실에 적시된 새벽 시간에 장시간 승용차를 정차할 경우 사고의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보이는 사정,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간 거리는 약 300m에 불과하여 피고인은 임박할지도 모르는 사고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만큼의 거리를 운전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③ 피고인은 이 사건 승용차를 안전한 곳에 정차하여 둔 후 경찰에 112로 자발적으로 신고하면서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진술한 사정, ④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과 그로 인하여 보호되는 법익을 형량하여 볼 때 후자가 보다 우월한 법익에 해당하는 사정을 알 수 있다.”라고 판단한 후,

“비록 피고인이 대리운전 기사에게 화를 내면서 차에서 내리라고 말한 사정도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이 사건 운전은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행위가 일응 음주운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형법상의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방위, 긴급피난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안의 경우 피고인 A는 음주운전을 하였지만, 법원은 ① 대리운전 기사가 이 사건 승용차를 정차하여 둔 도로는 새벽 시간에 장시간 승용차를 정차할 경우 사고의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보이 점,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간 거리는 약 300m에 불과한 점, ③ 피고인이 경찰에 112로 자발적으로 신고하면서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진술한 점, ④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과 그로 인하여 보호되는 법익을 형량하여 볼 때 후자가 보다 우월한 법익에 해당하는 점을 논거로 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함을 인정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다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과 나아가 그 요건 충족을 위한 구체적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정해준 점에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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