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신수식의 세상읽기] 미국은 1776년 인류 역사와 더불어 함께 했던 왕정, 독재, 신분, 계급을 철폐하고 인간 존엄성, 자유, 평등, 천부인권, 인민의 동의어로서만 가능한 권력의 형성, 저항권 등 민주주의의 핵심사상을 이론이 아닌 실천강령으로 선언하고 통치이념으로 삼은 인류역사상 최초의 독립선언서로 건국된 국가였다.

이렇게 건국된 국가인 미국이었기에 인명과 재산에 엄청난 재앙을 안긴 세계적 전쟁은 물론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정권에 대항하고 참여하며 세계 평화와 안정, 자유를 수호하려는 경찰국가로써 행동하는 역할에 대해 대다수 국가와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여 왔던 것이다. 이런 미국이 건국 정신의 하나인 실용주의 정신을 너무 강조한 탓에서 그러한 것인지 세계 보편적 기준이 아닌 미국 국가이익 중심의 기준에서만 행동하려는 두 얼굴의 모습들을 보이는 경우가 매우 흔해졌다. 이런 편향적이고 미국 국가이익 중심에서 행동하는 미국을 신뢰하는 것도 점점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 행동에 동조하는 국가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사람들도 같을 것이다.

최근 기사에서 그 예가 있어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미국은 마지막 나치 생존자를 독일로 추방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2차대전 때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에서 나치 친위대(SS)대원으로 활동했으나 신분을 위장해 미국시민으로 살던 재키우 팰리지(95)를 지난 8월 21일 독일로 추방했다는 기사였다. 그의 추방은 미국에서 68번째 나치 연루자의 제거였다고 한다.

특히 추방된 팰리지는 폴란드 영토에서 태어나 독일의 점령기간 때인 18살에 나치친위대원으로 훈련받은 뒤 트라브니키 수용소에서 간수로 일했던 독일인이 아닌 폴란드인이라는 사실이며 95세의 고령이라는 사실이다. 트라브니키 수용소는 유대인 강제노동수용소로 수용자들은 죽을 때까지 강제노동을 했고, 대규모 처형도 벌어진 곳으로 특히, 1943년 11월 3일 약 6천여명의 유대인 수용자들이 집단 총살을 당했던 홀로코스트 사상 최대의 단일 집단처형이 벌어진 곳이었다.

그는 이미 과정에서 자신이 전쟁 때 농장과 공장에서 일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2001년 미 법무부에 자신의 나치 경력을 실토했고, 2003년 시민권이 박탈됐다. 미 법원은 2004년 그의 추방을 결정했으나, 독일 등 유럽 어느 나라도 그의 수용을 거부해왔다.

전범 국가 당사자인 독일은 그가 독일 시민이 아니었고, 독일 영토에서 어떠한 범죄에도 연루된 적이 없어서 그를 수용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양국 사이의 논란이 됐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전범 국가인 독일의 국민이 아닌 폴란드인이지만 나찌에 협력했다는 범죄행위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 추방한 것이다.

여기서 전범 국가 일본군국주의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인인 필자는 미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같은 전범 국가인 일본에 대해서는 독일에 그 책임을 묻는 기준과 달리 그 책임을 묻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실 만행의 대명사인 나찌와 비교해서 그 만행이 전혀 부족하지 않는 일본군국주의만행에 동조하고 협력한 부역자들인, 친일반민족매국노들과 그 후손들이 여전히 도처에 너무나 많이 남아서 당당하게 활보하며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와 그 후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일본군국주의에 동조하고 협력한 자들을 처단하지 않은 결과 그 국가와 사회가 감당해야 했던 부정적인 영향, 그로부터 야기되어 만연된 오늘날 적폐의 폐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고 거대하여 많은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전범 국가 일본군국주의에 협력한 그 수많은 친일반민족매국노들에 대한 책임은 왜 묻지 않는 것인지 필자는 미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팰리지의 독일 추방에서 미국 대통령은 물론 법무부, 그리고 주독일 대사 등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한다. 특히 독일과의 접촉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해온 리처드 그레널 주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독일 정부는 팰리지를 수용할 법적인 의무가 없으나, 도덕적 의무는 있다는 점을 인정하게 해서 그를 수용하게 했다고 한다. 또 미국 내의 나치 연루자 색출을 전담해온 법무부 인권특수공소부의 엘리 로젠바움 국장은 팰리지의 추방은 문명화된 세계가 결코 색출을 중단해서는 안 되는 향후 인권범죄자들에 대한 경종이다고 언급했다.

이에 필자는 미국 정부에게 전범국가 일본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평가하여 인권범죄자들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물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 신수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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