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그루터기치과 윤정진 원장의 이(齒)로운 이야기] 10년이 훌쩍 넘게 치과를 운영했는데도 환자분들의 치아 상태를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30대 초반 정도의 가장 건강하고 멋질 나이에 심각한 치과 질환을 목격하면 ‘치료가 오래 걸리겠구나!’ 보다는 ‘왜 이렇게 되셨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더 큽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어릴 때부터 치과를 멀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릴 때 생긴 치과 공포증 때문에 웬만한 치통은 참다가 진통제를 먹어도 소용없을 상황이 되어서야 치과에 방문한 것입니다. 치과에 대한 공포가 많은 분들일수록 더욱 차근차근 충분히 설명한 뒤에 쉬운 것부터 하나씩 치료를 시작합니다. 아이 다루듯 부드럽게 움직이고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힘든 부분에서 막히면 더 이상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고 컨디션을 보아가면서 진료합니다. 신기한 건 이분들 거의 대부분이 치료를 아주 잘 받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정도인줄 알았으면 진작 올 걸 그랬다는 분도 많습니다.

이제라도 치료를 받게 된 것이 고무적이지만 너무 돌아왔습니다. 시간적, 금전적 손해보다도 가장 좋은 영구치들을 많이 잃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애당초 ‘치과 공포증 환자가 아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봅니다. 유아들을 치료해보면 처음부터 아주 치료를 잘 받는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치과는 다른 병원보다도 더욱 무서운 곳입니다. 처음부터 치료를 잘 받는 아이가 이상한 것이지 잘 못 받는 아이는 정상적입니다. 하지만 부모나 치과의사가 이때 본인들의 편의로 바로 강제로 치료하는 것은 치과공포증 어른으로 만드는 아주 손쉬운 방법입니다. 기저귀를 떼는 시기가 늦다고 윽박지르는 것은 부모로서 자격 미달인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은 기다려 줘야 합니다. 치과라는 낯선 환경에 처음 온 아이에게 바로 의자에 앉혀 놓고 시끄럽고 무서운 기구를 바로 입안에 넣기 보다는 치과는 이런 곳이구나 하고 분위기만 보는 날도 있고, 의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물 나오는 기구도 직접 만져 보기도 하고, 입안에 고인 물을 빼는 기구도 사용해보게 해줍니다. 이런 것들은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치과에서 얻은 공포증이 있는 아이에게 끈기 있게 위에 열거한 것을 해주었더니 치료를 잘 마무리하고 정기적으로 검진하러 옵니다. 훌쩍 커버린 아이가 본인의 장래희망이 치과의사라는 말해 줬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몸에 상처가 났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됩니다. 하지만 치아는 한번 손상되면 스스로 회복할 수 없습니다. 치아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예방입니다. 이를 위해서 정기적인 치과검진은 필수입니다. 어릴 때부터 치과를 멀리 하지 않도록 공포심을 없애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평생 건강한 치아를 갖길 바란다면 치과와 친한 어른으로 키워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그루터기치과 윤정진 원장

[그루터기치과 윤정진 원장]
-대한 치과 보존학회 인정의
-대한 치과 근관치료학회 정회원
-대한 구강악안면 임플란트학회 정회원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보존과 외래교수
-그루터기치과 이수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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