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병원의 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것도 억울한데, 식물인간이 된 이후 법원이 인정한 여명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하여 그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면,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가 당초 예상한 기간보다 더 길게 연명치료를 받았더라도 병원이 계속해서 연명치료 실시는 물론 그에 따른 비용도 부담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소개하고자 합니다.

A씨는 2004년 충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의료진의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습니다. A씨 가족이 낸 1차 의료소송에서 법원은 A씨의 남은 수명을 2004년 4월까지로 보고 치료비와 병간호비, 위자료 등을 계산해 병원이 책임지라고 판결했습니다.

A씨가 2004년 4월 이후에도 생존하자 A씨 가족은 2차 의료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의 수명을 2012년 6월로 다시 계산한 뒤 치료비 등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A씨가 이 기간을 넘겨서도 계속 생존하자 A씨 가족은 3차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향후 치료비를 추가로 보상하는 것은 2차 소송의 판결 효력에 위배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충남대병원 측이 소송을 냈습니다. 2차 판결 등에 따라 A씨에 대한 치료비와 병간호비 등 법원이 정한 손해배상책임을 모두 자신들이 부담했기 때문에 법원이 인정한 2012년 6월 이후의 치료비는 A씨의 가족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2심 법원은 충남대병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가 모두 보상됐다고 평가됐는데도 병원이 이후 치료비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 환자가 이중으로 손해를 배상받게 돼 불공평하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충남대병원이 A씨와 그 가족들을 상대로 낸 치료비청구소송(2017다288115)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만약 A씨 측이 2차 의료소송에서 2013년 이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비를 청구했었더라면 A씨의 생존을 조건으로 인용되었을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씨 측이 치료비 등을 청구하지 않아 이를 별도의 소송에서 청구하는 것이 2차 의료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소송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청구권 등이 실체법상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충남대병원이 A씨를 치료하는 것은 여전히 병원 소속 의료진의 과실로 A씨에게 발생한 손해를 전보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병원 측은 A씨에게 2013년 이후 발생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면서, "원심 판결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의료사고를 낸 병원이 법원이 정한 손해를 모두 배상했더라도 환자가 다 나을 때까지 계속해서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서 의료사고로 안타깝게 식물인간이 된 환자 및 그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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