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정치 [이성우 칼럼]

이성우 정치학박사l승인2018.09.07l수정2018.09.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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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미디어파인=이성우의 세계와 우리] 지난 8월 내 예정되었던 폼페이오 미 국무성 장관의 4차 방북 일정이 취소되었고, 시진핑 주석의 북한 9·9절 방북 일정 역시 취소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8∼20일 평양을 방문하기로 남북이 합의했으며, 미북 2차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언급되는 등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시점에 북한의 대미, 대일, 대남 정책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정책적 함의가 있다.

최근 북한이 발표하는 논평을 종합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우선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해제하는 목표와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면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비핵화 과정에서 우선 달성해야 할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정책 목표에 반해서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와는 달리, 미 국무성 협상 팀이 “핵시설 신고와 검증”을 요구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서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어렵다고 북한의 당국자는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인 압박의 이면에는 미북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원하지 않는, “협상 팀의 이성을 빼앗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 배후의 검은 악마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지목하는 이른바 “배후의 검은 악마”는 미국의 국내정치에서 반트럼프 세력으로, 의회의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 반트럼프 세력도 합세하여, 미국의 사법부, CNN과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 같은 편이 되어 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적 위업을 달성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북한은 주장하고 있다. 반트럼프 세력은 북한과 외교적 노력을 실패로 규정하고 대북강경노선으로 선회와 제제와 압박의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인식은 비핵화와 관련한 미국의 강경노선의 원인으로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에 의해 휘둘리는 국내정치와 일본의 방해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북한은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과 일본 아베 내각의 공통점이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이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손해라는 이해타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 후반대의 성장률을 구가하는 미국의 경제호황과 더불어 한반도의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를 거둔다면 11월에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일본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훼방 놓은 밉상이다. 일본의 아베 내각은 미국에 대해 납치자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경제제재 완화와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행보는 오히려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비핵화 과정을 달성하는 데 조력자와 적대자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에 비판적이면서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경제제재를 완화하는데 필요한 조력자라고 인식하는 한편, 판문점 선언을 포함하여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불신하고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상당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신뢰를 보내면서 민주당과 미국의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는 물론이고 미일원자력협정의 자동연장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일본을 비난하고 있다.

▲ 사진=kbs 뉴스화면 캡처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반응은 비핵화를 위한 최소한의 양보로서 종전선언과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절박한 시그널링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과 거래하는 대상의 본질에서 자신이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수행하는 비핵화는 돌이킬 수 없는 반면에 미국이 제공하는 외교적 합의는 언제든 파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에서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선 비핵화와 후 제재완화는 안보의 보수원리주의에 가깝다. 미국이 북한에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합의해줬는데 북한이 비핵화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을 경우에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수 없다는 것이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의 원칙을 지켜야하는 이유라고 한다. 현실주의가 신봉하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무정부 상태의 국제정치에서 북한을 믿을 수 없어서 완전한 비핵화를 우선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고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상황 진단은 극단적 현실주의의 틀에서, 처방은 규범에 충실한 이상주의를 따르는 자가당착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한반도 비핵화에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 할 수 없는 이유나 계속 찾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를 어느 수준까지 진행하면 물리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서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신뢰하고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독재자 김정은을 신뢰하고 정상적인 지도자로 대우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해 보인다.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을 처음 만났던 1972년에도,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정적의 제거, 교육의 마비, 역사적인 유적과 유물의 파괴, 전통 문화의 파괴, 종교 탄압과 함께 34,800명의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하지만 닉슨의 대중외교는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었고 지금 중국 국민들의 경제상황과 인권상황은 70년대와 비교해서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일본의 아베정부의 주문과 미국 내 국내정치의 장애를 극복하고 우리 정부의 주체적 판단에 따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의 “평화가 경제”라는 메시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 달성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 이성우 박사

[이성우 박사]
University of North Texas
Ph. D International relations
현)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정치학 박사

이성우 정치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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