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아편은 가녀린 예쁜 양귀비 꽃이 진 다음 꼬투리에 낸 상처에서 나온 유액을 말려 채취하는 마약의 일종이다. 아편은 헤로인 제조에 필수인 모르핀을 10~12% 정도 함유해서 제약 원료로 널리 이용된다. 합법적 아편은 의료용과 정제된 아편 알칼로이드(모르핀, 코데인 등)를 추출한 것 및 알칼로이드 유도체(디히드로모르핀, 디히드로코데이논)로 제조한 것이다. 생아편이나 헤로인 같은 알칼로이드 유도체로 정제된 아편은 불법적으로 사용된다.

아편 알칼로이드는 구조와 작용에 따라 분류된다. 신경계에 작용하는 모르핀, 코데인, 테바인은 진통과 마취 작용을 하고 탐닉성이 있는 화합물이다. 진통, 마취작용과 탐닉성이 없는 파파베린, 노스카핀과 대부분의 타 아편 알칼로이드는 불수의근(평활근)을 이완시킨다. 오랫동안 의사들은 심한 통증에 모르핀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부분적으로 강력한 합성물질로 대체된다.

전통적 채취 방법은 양귀비의 덜익은 열매 표피를 긁으면 유액을 분비한다. 갈색이나 흑색이 된 응고물을 긁어 건조 시키면 검은 찰흙 모양 반 고체가 된다. 이 생아편은 분말로 만들거나 그 이상의 가공을 한다. 생아편은 불순물이 많아 제품화를 위해서 건조 등 여러 공정이 필요하다. 현재는 수확한 양귀비 열매를 용액에 담가 마약 성분을 빼내서 정제한다. 오늘날에는 타 마약에 비해 생아편의 마약 성질이 낮지만 과다 복용은 환각 증상으로 중독에 이를 수 있다.

아편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B.C. 34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양귀비가 재배됐다 추측하며, 이란에서 발견된 B.C. 3000년경의 석판에 수메르인의 유액 채취 기록이 있다. B.C. 2000년경 유럽과 중동, 중앙 아프리카에 양귀비 재배가 전해졌다. 파피루스 문헌에는 B.C. 1500년경 이집트에서 아편을 생산했는데 당시 진통제 등 약제로 사용했었다. B.C. 300년경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저서에서 아편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편의 발견자는 데메테르 여신이다. 양귀비 재배는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동쪽으로 퍼졌다. 1세기 네로황제 시절에는 아편을 일부 유흥 목적도 있었지만 진통제, 수면제 등 약용으로 사용했다. 양귀비는 7세기경 중국에 들어왔고, 일본은 15세기에 재배하기 시작했다. 아편 흡연은 미국에서 담뱃대로 피우기 시작했고, 중국은 17세기 중반에 사회 문제화되었다. 제1, 2차 세계대전 중 서부 멕시코의 산악지대에서 양귀비를 불법 재배했고, 후에 페루와 에콰도르에서도 재배됐다. 이전에 동남아시아 태국-라오스-미얀마의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많이 재배했지만, 억제책으로 재배가 크게 감소했다.

아름다운 여인 양귀비가 변한 ‘아편(阿片, opium)’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opium’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swokwos(juice, resin)’에서 유래한 고대 그리스어 opós(식물즙)’가 ‘ópion(양귀비의 즙액)’이 됐고 라틴어 ‘opium’으로 유입되었다. 이 말을 영어에서 차용하면서 최종 정착을 했다. 한자 ‘아편(阿片)’은 영어를 발음대로 한역한 것이다.

일반적인 아편에서 추출한 약은 heroin으로 영국에서 개발됐는데, 모르핀보다 환각성이 2~8배 강하다. 1898년 바이엘사에서 아스피린과 시판됐는데 독일어 ‘heroisch(영웅적)’에서 온 말로 바이엘사가 '모든 약 중의 영웅'이란 의미로 작명했다. 이는 모르핀을 아세틸화하여 만든 것으로 사용이 금지된 마약의 일종이며 중독성이 매우 강해 끊지 못한다. 영어 ‘hero’는 그리스어 ‘heros(영웅)’가 어원으로 반신반인이며 ‘신들의 혈족’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제는 소설, 영화 등의 남자 주인공은 히어로, 여자는 헤로인이라 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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