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볼 것인가가 실무상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앞서 법원이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그 해석의 방법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법률행위의 내용을 확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계약 역시, 법률행위의 하나로 타인의 명의로 계약을 한 경우에는 1차적으로 누가 계약의 당사자가 되는지를 확정하여야 하는데, 판례는 법률행위 해석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법률행위 해석의 방법에는 자연적 해석, 규범적 해석, 보충적 해석, 세 가지 방법이 있으며 이를 순차 적용합니다.

① 자연적 해석은 어떤 의사표시 등에 관하여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가 있다면, 그 의사표시에 따른 효력을 인정하는 해석을 합니다.

② 규범적 해석은 어떤 의사표시 등에 관하여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표시행위의 객관적, 규범적 의미를 탐구하여 그 효과를 판단합니다.

③ 보충적 해석은 앞선 해석의 결과 법률행위에 흠결이 발견되면 이를 보충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사도급 등 계약에서 당사자가 계약 체결 행위자와 명의인이 다른 경우라 하더라도 행위자와 명의인 사이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 자연적 해석에 따라 의사가 일치한대로 효력이 인정됩니다.

위와 같이 계약 체결 행위자와 명의인이 다를 뿐만 아니라 쌍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라도, 실질적 행위자가 계약당사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A는 2014년 7월경 평소 알고 지내던 E에게 이 사건 공사를 맡겼는데, E는 그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D와 이 사건 공사를 같이 수행하기로 하고, D와 함께 A를 만나 이러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A는 2014년 8월경 D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건설업 면허문제로 도급인은 A, 수급인은 B로 표시하고, 착공연월일은 2014년 8월 10일, 계약금액은 20억 2,000만원 등으로 기재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이 사건 도급계약서 작성 당시에 D 외에 B의 임직원이 참석하지는 않았습니다.

A는 2014년 9월 25일 D에게 4억원을 지급하면서 ‘위 4억 원을 이 사건 공사 자금(자재)대로 차용하며 월 400만 원의 이자를 드리기로 하고 차용함’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D 명의의 차용증을 D로부터 받았습니다.

D는 2014년 9월 28일경부터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면서 위 4억원 중 일부의 금원으로 위 공사에 관한 자재대금 등을 지급함과 아울러, E에게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소개비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이 사건 공사는 예정된 공정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자주 중단되었는데, D는 2015년 7월 9일 공사를 2015년 7월말까지 완료 할 것을 공사이행각서로 작성하여 A에게 제공하였습니다.

A는 2015년 7월 중순경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되자, C와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C가 그 무렵부터 위 철골공사 등을 시행하여 이를 완성하였습니다. 이에 B는 A를 상대로 자신이 수급인이라는 이유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구고등법원은 B씨가 A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소송(2017나23456)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 확정하여야 할 것이고, 쌍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경위 등 계약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인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지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후,

“① A는 E, D와 이 사건 공사의 대금 등 그 구체적 계약조건을 협의하였던 점, ② A는 이 사건 공사로 인해 처음 알게 된 D에게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는 D의 말을 믿고 확실한 담보도 제공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4억원을 제공하였던 점, ③ 이 사건 공사가 예정된 공정대로 진행되지 못하자, A는 D에게 그 진행을 독촉하였던 점, ④ A는 2015년 7월 중순경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되자, B에게 이 사건 공사의 완공을 독촉하는 등의 조치 없이 C에게 위 철골공사 등 잔여 공사를 맡겼던 점, ⑤ 이 사건 도급계약서에는 구체적인 기재가 없는 점” 등을 보아 D가 계약당사자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계약과 관련된 법률행위 해석의 일반원칙을 재확인한 판결로써, 계약 체결 당사자중 일방의 행위자와 명의인이 다르고, 행위자와 명의인 사이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경위 등 계약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실질적 행위자를 계약당사자로 본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 나아가 그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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