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연휴나 휴가철을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스로 계획을 짜서 여행을 가는 사람도 많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 가는 만큼 안전을 고려하여 여행사가 제공하는 여행상품에 대한 수요 또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여행상품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되는 문제 또한 많이 발생하였고, 여행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관광진흥법에서 여행계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관광진흥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기획여행"이란 여행업을 경영하는 자가 국외여행을 하려는 여행자를 위하여 여행의 목적지ㆍ일정, 여행객이 제공받을 운송 또는 숙박 등의 서비스 내용과 그 요금 등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하고 이에 참가하는 여행객을 모집하여 실시하는 여행을 말한다.

제14조(여행계약 등)

① 여행업자는 여행객과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여행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여행지에 대한 안전정보를 서면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해당 여행지에 대한 안전정보가 변경된 경우에도 또한 같다.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관광진흥법 상의 기획여행이란 소위 ‘패키지여행’으로 불리는 여행상품으로서, 여행사가 숙소, 교통, 일정 및 요금을 미리 정하여 여행객을 모집하고, 여행객은 대금을 지불하고 여행하는 형태를 지칭합니다.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기획여행의 특성상 여행사는 여행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당 여행지의 여행금지국 해당 여부, 여행경보단계 및 국가별 안전정보, 해외여행객 인터넷 등록 제도 등 안전정보를 서면으로 제공하여야 합니다.

위와 같은 안전정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법원은, 여행사에 여행계약상의 부수의무로서 고객의 안전을 위하여 목적지나 일정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검토하고, 여행에서 조우할지 모르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하거나 또는 고객에게 그 뜻을 알려 고객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취할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061 판결).

또한 이러한 ‘패키지여행’은 계약의 일종이므로 민법의 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어, 여행기간 중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여행객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손해배상의 책임 및 금액을 산정할 때 이를 참작하게 되는데, 이것을 과실상계라 합니다.​

최근 해외 해양스포츠 체험과 관련하여 여행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함과 동시에 여행객의 과실을 참작하여,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한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평소 지병으로 천식을 앓아온 72세 A는 2016년 11월 7일부터 필리핀 세부에서 3박 5일 일정으로 스노클링과 낚시 등의 해양 스포츠를 체험하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 이틀째인 8일 A는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면책동의서에 이를 기재하여 여행 인솔자에게 제출한 후 다이빙을 하였습니다.

당일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다음날인 9일 A는 스노클링 체험에 참여하였고 약 15분만에 힘든 나머지 배로 올라와 구토를 하였습니다.

그 후 약 5분 거리의 낚시체험 장소로 이동하여 낚시를 시작하였으나, A를 비롯한 몇몇 고객이 멀미를 호소하여 일정을 중단한 채 섬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곳에서도 A는 오한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아침 심근경색 및 폐렴을 동반한 2차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였습니다.

이에 A의 유족이 여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출발 당시 제공된 안내서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스노클링에 자신이 없으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지만, 이로써 스노클링의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고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후,

“그 무렵 스노클링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현지 대사관에서 그 위험성을 공지하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면책동의서에 천식 및 감기증상을 기재하여 여행사로서도 이를 알고 있었고, 피해자가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여행사로서는 피해자에게 스노클링의 위험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참가 여부를 결정하게 하였어야 하나 그러지 아니하여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후

“다만, 피해자로서도 수개월 전 건강검진에서 간질환, 비만, 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으로 적극적인 신체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고, 평소 천식이 있는데다 감기 증상까지 있음에도 무리하게 스노클링 체험에 참여한 점을 감안하여 여행사의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여행계약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행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행지에 대하여 더 잘 알고 있는 여행사가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해야 하지만, 낯선 곳으로 가는 여행에는 필연적으로 위험이 따르는데, 안전배려의무를 여행사 일방에 전적으로 부담시킨다면 여행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리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 판결은 여행사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안전배려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여행객의 연령, 지병, 건강상태 등 여행객의 과실을 반영하여 여행사의 책임을 제한한 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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