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의 모든 것-2편 [김광훈 칼럼]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l승인2018.09.14l수정2018.09.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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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Yannick Le Canu 바이올린 헤드

새 활에 관하여

지난 호에서 소개드린 새 악기와 달리 새 활은 전문 연주자들 사이에 (새 악기에 비해) 보다 친근한(?) 상대다. 새 악기를 메인 악기로 취급하여 콘서트홀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며 그러한 연주자들은 쉬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마련이지만, 전문 연주자들의 악기 케이스 혹은 컬렉션에서 현존하는 활 제작자들의 활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비단 수집의 개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현재진행형‘의 물건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율리아 피셔가 즐겨 사용하는 비엔나 제작자, 토마스 게어베트(Thomas Gerbeth)의 활이나, 율리안 라흘린의 다니엘 슈미트(Daniel Schmidt), 혹은 프랑크 페터 침머만이 애용한다는 베를린 제작자 티노 루케(Tino Lucke)의 활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올드 프랑스 활이 아니나 세계 최고의 현역 연주자들에게서 사랑받는 제작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새 악기와 달리 새 활이 이렇게 각광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활은 악기와 달리 ‘에이징(Aging, 나이 먹음)’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새 악기와 다르게 새 활은 나무의 상태가 거의 변하지 않으며, 따라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나빴던 활이 좋아진다거나, 좋았던 활이 나쁘게 변하는 등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갓 만들어진 활이라도 좋은 것은 즉시 좋고, 나쁜 것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나쁜 상태로 남게 된다. 우리에게 활 보증서로도 유명한 Millant의 활이나 많은 전문 연주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Rolland, Salchow 등의 활들은 이미 수집의 개념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올드 활에 맞먹는 높은 금액이 책정되어 있다.

▲ 테트-베쉬 활 프로그 (손잡이)

새 활의 구입 시 유의사항

새 악기와 마찬가지로 새 활 역시 모든 파트의 모양새가 분명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활의 선택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주관성’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라 어떤 것을 골라야 한다고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보편적으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Stick 이라 불리는 활대 그 자체이다. 금이나 귀갑, 상아로 아무리 치장해 놓은들 활대 자체가 나쁜 활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활을 사는 것은 장신구나 귀금속을 구입하는 것처럼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물건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나무로 얼마나 잘 만들어 놓았느냐를 선택하는 것이기에 활대 자체를 가장 중요시 여기고 봐야 한다. 대체로 밀도가 높은 활은 대가 상대적으로 얇을 것이고 낮은 활은 대가 두꺼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활끝으로 갈수록 대가 얇아질 경우 보다 기교적이고 음색이 가는 경우가 많으며 두꺼울 경우 좀 더 남성적인 느낌의 연주력을 들려줄 때가 많다. 악기와 달리 활의 생명인 활대가 부러지거나 파손되면 그 즉시 생명이 끝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오늘날의 뛰어난 수리 실력으로 깜쪽 같은 수리가 가능하겠으나, 한 번 부러진 활은 언제 다시 (그 부위가) 부러질지 모르며, 대개 1억 원을 호가하는 활조차도 몇 백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곤두박질치기 십상이다. 악기는 부서져서 가루가 되지 않는 한 복원이 가능하며, 또 어느 정도 세월을 품고 있는 악기에서 이러한 상흔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나, 활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가 부러졌다면 더 이상의 상품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기실 활털을 간다는 행위는 활에 매우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활털을 교체할 때마다 활이 상당한 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본지에서도 오래 전 소개한 바 있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프랑스 출신 활 제작자, 쥘 네어(Gilles Nehr)는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적인 테트 베쉬(Tete-Beche) 모델의 탄생 배경(활털 교환에 따른 위험성 제거)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Yannick Le Canu 바이올린 프로그

새 활의 디자인과 연주 스타일

새 악기와 마찬가지로 많은 새 활은 특정 모델의 카피이거나 혹은 독자적인 모델인 경우가 많다. 악기 카피는 외관이나 나무의 두께 등을 최대한 오리지널과 근접하게 제작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지만, 활은 비단 이러한 외형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모델 활의 연주 느낌, 탄력, 밸런스 등도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매력과 장점 덕분에 새 악기에 대해서는 공공연히 거부감을 드러내는 전문 연주자들조차 새 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독자적인 모델의 경우라 하더라도 과거 프랑스 활 제작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제작자마다 기본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 있다. 그랑 아담(Grand Adam)을 베이스로 하는 야닉 르 까누(Yannick Le Canu)나 도미니끄 페카트(Domique Peccatte)를 바탕으로 하는 토마스 게어베트(Thomas M. Gerbeth), 그리고 프랑수와 뚜르뜨(François Tourte)를 모델로 삼는 그레고르 발브로트(Gregor Walbrdot) 등은 이러한 좋은 예이다. 필자는 앞서 언급했던 제작자, 티노 루케의 다양한 활들 -컬렉션에서부터 일반적인 모델에 이르기까지-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저마다 음색이나 테크닉이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이것이 티노 루케다’라고 할 수 있는,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분명히 있었는데, 새 활을 구입한다면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접근을 시도해야겠다. 올드 활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새 활은 -지난 호에 언급했던 것처럼- 살아있는 제작자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그/그녀를 통해 활을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율리아 피셔에게서 힐러리 한의 연주를 기대할 수 없듯, 제작자는 저마다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 그 스타일이 자신과 맞는 제작자를 찾아내 제작을 의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 Richard Gruenke

전문 연주자들의 활 목록

전문 연주자들이 즐겨 연주하는 올드 활들 중에서는 브와랭(F.N. Voirin), 도미니끄 페카트(Dominique Peccatte), 그리고 뚜르뜨(F.X. Tourte)의 이름이 가장 자주 눈에 들어온다. 정작 현대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토리(Eugene Sartory)는 -장영주나 아이작 스턴의 컬렉션을 제외한다면-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일찍이 한 인터뷰에서 밀랑은 페카트를 클래식 명품 자동차, 사토리를 스포츠카에 비유한 바 있다. 페카트에서는 다양한 스타일과 미의식을 찾아볼 수 있으며, 사토리에서는 좀 더 단순하지만 힘과 패기를 느낄 수 있다는 비유였는데, 확실히 연주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좀 더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한 활을 찾기 마련이다. 하나의 활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겠으나,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전문 연주자들은 보통 여러 대의 활을 구비해 두고 곡이 요구하는 바나 기호에 따라 다양한 활을 사용한다. 바로크 시대 레퍼토리는 바로크 활로 연주하는 연주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대개 바로크나 고전에는 좀 더 클래식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활을, 그리고 낭만이나 큰 협주곡 레퍼토리에서는 파워풀한 활을 선호한다는 식의 활 선별법이 있다.

▲ 발브로트 활 프로그 (손잡이)

근대로 올수록 연주자들의 활 리스트에서 새 활의 이름이 많이 눈에 띈다. 활 보증서로도 유명한 밀랑(J.J. Millant)이 제작한 활도 보이고 롤랑(B. Rolland)의 이름은 꽤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살코(I. Salchow)의 이름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앞서 언급했던 게어베트나 다니엘 슈미트 혹은 티노 루케 등 (소수지만) 개별 연주자들에게 사랑받는 제작자들도 많다. 기돈 크레머는 독일 제작자, 리하르트 그륀케(Richard Grünke, 토마스 게어베트의 스승이기도 하다)의 활을 애용하며, 슬로모 민츠는 스테판 토마쇼(Stephane Tomachot)를 사용한다. 이러한 군소 제작자들을 전부 언급하자면 책의 지면을 다 할애한다 하여도 끝이 없을 것이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유명세는 필연적으로 몇 년에 걸친 대기 기간과 상당히 강도 높은(?) 제작비를 담보로 한다. 이 투자 대비 결과물이 만족스럽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필자는 때때로 이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보아왔고 그러한 것의 대안으로 신진 제작자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통상 대당 제작 기간을 한 달 반에서 두 달을 보는 악기와 달리, 활은 더욱 빠른 제작이 가능하기에 더 짧은 대기기간을 담보로 하며 또한 하나의 악기를 제작하고 구매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악기와 달리, 활은 복수의 결과물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 발브로트 활 헤드 (머리)

송진의 선택과 사용

전문 연주자들조차 간과하고 있는 송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할까 한다. 송진은 제공하고 있는 회사에 따라 음색, 현과의 밀착도, 그리고 연주의 느낌 등이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현과는 소위 말하는 ‘궁합’이 있어서 특정한 현과 유독 잘 맞지 않는 송진도 존재한다. 너무 빠르게 활이 현을 활주하는 것이 싫은 이들은 좀 더 그립감이 강한 송진 -대개 어두운 색깔 송진- 을 이용하여야 할 것이며, 반대로 좀 더 밝은 음색과 가벼운 표현력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밝은 색깔 송진을 이용해 볼 것을 권한다. 바이올린의 경우, 계절에 상관없이 본인이 선호하는 송진을 사계절 사용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는 단단한 송진(light)을 사용하고 건조하고 추운 겨울에는 무른 송진(dark)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흔히들 활 밑과 활 끝을 강조하여 송진을 바르고 중간은 한 번에 지나가버리는 방식으로 송진을 바르곤 하는데 이 또한 좋지 못한 습관이다. 오히려 활털에 송진을 적당히 느린 속도로 일정하게 발라주는 것이 좋으며, 굳이 강조하고 싶다면 오히려 송진이 가장 많이 소진되는 중간 부분을 몇 번 더 강조해서 발라주어야 한다. 그리고 연주 직전에 송진을 바르는 것보다, 연주 하루 전 날, 미리 송진을 바르고 악기 케이스에 넣어둔 후에 다음 날 사용하면 더 낫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어쨌거나 송진은 현만큼이나 다채로운 물건이어서 시간을 두고 투자와 다채로운 실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 테트-베쉬 활 헤드 (머리)

마무리

이상 활의 모든 것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알아보았다.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파트나 제작의 역사, 스타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활의 기능이 최우선이다. 활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부분은 첫째로 음색, 두 번째로는 활의 기술적인 처리능력이다. 후자의 경우는 곡도의 조절 등을 통해 그나마 약간의 수정. 보완이 가능한 편이나 전자는 순수하게 나무 그 자체가 제공하는 소리이기에 절대 변화시킬 수 없다. 따라서 활의 선택에서 음색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두운 소리의 악기에 좀 더 밝은 소리를 이끌어 내는 활을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밝은 악기에 어둡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내 주는 활을 매치하여, 저마다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 또한 활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현명한 보완 방법이다. 활은 악기와 달리 비전문가 입장에서 더욱 출처와 상태를 알 수 없기에, 현존하는 제작자라면 반드시 그 제작자의 친필 보증서를, 그리고 일정 금액 이상의 올드 활이라면 공신력 있는 보증서를 받아두는 것 또한 (악기에 비해) 더욱 필요한 요소이다. 악기 또한 마찬가지이겠지만 특정한 이름에 기대어 사용해보지도 않은 활을 인터넷 경매 등을 통해 덜컥 구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첨언하고 싶다. 활의 세부적인 상태를 알 수도 없을뿐더러, 온라인상에서 제공하고 있는 활의 무게라는 것이, 프로그 등과 같이 특정 파트가 빠지고 난 후의 무게거나 혹은 활털이 없이 제공되는 무게인 경우가 많아서 실제 정확한 활의 무게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활의 가장 중요한 밸런스나 기능적 느낌, 그리고 부정적 요소들(특정 부위에서 활이 떨린다던지 하는 등의)을 사진만 봐서는 결코 알 수가 없다. 악기와 마찬가지로 구입 후에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활이야말로 스스로의 의견과 느낌을 믿고, 보다 자신에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선택하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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