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10주간 10㎏을 감량하는 텐텐 프로젝트의 기사를 읽은 필자의 대학원 후배가 자신도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이 여성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면 이 정평녀의 체격 조건은 과연 어떨까? 여성들은 쉽사리 자기 체중을 밝히지 않는다. 체중을 물어보자 키는 164cm라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필자는 전문가임을 사칭(?)하며 체중을 재차 물어본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의 입에서 49.5㎏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164cm의 신장을 가지고 있는 50대 초반 여성의 몸무게가 50㎏이 안 된다니? 일반인 평균 체중과는 영 거리가 멀다. 달리 생각해보면 이 여성은 세인의 로망 체중을 이미 달성한 셈이다. 여기서 살을 더 빼겠다면 많은 여성의 야유가 쏟아질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BMI를 뽑아본 후 필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그녀에게 건넨다. 이 지경인데 뭘 더 빼겠다는 거유?

필자가 그녀에게 내민 휴대폰 액정의 숫자는 18.4에 불과하다.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의 가장 하위 수치인 18.5에도 못 미치는 저체중이다. 그런데 이 저체중 정평녀는 신이 났다. 가정을 방문하며 학생들 교육 관련 일을 하는 업무 특성상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데 차 안에서 대부분 식사를 해결한단다. 시간에 쫓기면 우린 차 한잔과 방울토마토 2개로 한 끼니를 해결한다며 즐거워한다. 하늘을 나는 새도 이보다는 많이 먹을 것이다.

그녀가 항시 집에서 준비해 나간다는 도시락의 내용물을 살펴보자. 식탐이 남달라 걸고 푸짐하게 먹는 이들 입장에선 영 신통찮은 구성이다. 열량을 배제하고 영양에 우선을 두다 보니 주력은 역시 샐러드와 견과류, 그리고 양질의 단백질이다. 색깔별로 준비한 파프리카와 파슬리, 그리고 사과를 공복에 먼저 먹는다. 단백질의 중요성 역시 간과하지 않는 그녀다. 삶은 달걀과 두부, 그리고 가끔 두유를 마신다. 후식으로 요플레에 생땅콩을 넣거나 아몬드, 또는 호두를 곁들여 즐긴다. 빵의 유혹을 물리치기 힘들어 지뢰 피하듯 한다며 웃는다. 열량 밀도 높고 영양 빈약한 정제 탄수화물은 찾아볼 수 없으니 그녀의 식사는 비만을 예방하는 아주 영리한 식단임이 분명하다.

영양 전문가 입장에서 굳이 문제를 찾자면 육류나 생선을 즐기지 않으니 생물가 높은 양질의 단백질을 접할 기회가 없다는 거다. 지루한 이동시간에 음악을 즐긴다는데 그 소리에 영양 전문가의 걱정스러운 조언은 들리지 않는 듯하다. 먹기 싫은 것을 몸을 위해 억지로 먹진 않겠다는 그녀다. 자신이 사랑하는 러블리한 음식군 중에서 왕비처럼 선택해 먹으며 고고히 살겠다는데 난들 어쩌겠나.

작은 차로 이동하며 그 속에서 일과 음식과 음악을 즐기는 삶이 좋단다. 좋으면 먹는 거고 싫으면 내치는 거야 각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니 3자의 간섭이 힘들지만,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먹거리야 어디 그런가. 잘못된 식습관으로 일관된 일상을 자동차 방향 바꾸듯 전환하여 이전의 모습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순 없을까. 습관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더 나가 운명도 바뀌는 법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체중 조절을 망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접시의 음식을 불량품 골라내듯 선별해 취하며 몸 관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으로 다른 이 두 집단의 구성원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할때다. 나이 들어 도드라지는 흰머리와 주름, 건조한 피부, 늘어지는 뱃살 등 이 모든 것을 가령(노쇠로 생기는 생리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살기엔 우리의 남은 생이 너무 길지 않은가. 야식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몇 년째 체중 조절에 애를 먹는 필자의 아내 역시 텐텐 프로젝트에 합류키로 결심하였다. 과연 기존의 생활을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로 인한 체중계의 눈금 변화는 있었을까. 다음 호에 상세히 알아보자.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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