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손해사정사 윤금옥의 숨은보험금찾기] 청주에 사는 김 모씨(남, 44세)는 며칠 전부터 목이 쉬고 통증이 생겨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단순한 감기로 생각하여 며칠 동안 감기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였으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음식물을 삼킬 때마다 이물감이 느껴지고 목에 약간 딱딱한 혹이 만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증상을 호소하니 감기가 아닌 갑상선에 결절이나 암이 의심된다며 초음파 검사를 권유받았다. 초음파 검사를 받은 김 씨는 갑상선암 의심 소견을 받았다. 갑상선암은 여성에게만 걸리는 줄로 생각했던 김씨는 의사의 소견이 당황스러웠다. 혹이 만져질 정도로 혹이 자라서 수술이 시급할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직검사 후 갑상선암으로 확진을 받아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김 씨의 목에는 결국 큰 칼자국이 남았고, 갑상선 전체를 절제했기 때문에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술 후 조직검사 확인 결과 갑상선암이 주변 림프절까지 전이되어 항암 치료까지 시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치료비에 평생 한번도 써먹어 본적이 없어 해지까지 고려했던 보험 상품을 들여다보게 됐다. 그동안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거절하지 못해 상담원을 통해 가입했던 암보험 상품이 꽤나 됐다. 매월 납부비가 부담스러워 해지를 할까도 했지만 그때마다 담당 보험설계사의 컨설팅을 받아 추가로 가입하곤 했다. 막상 암진단을 받고 보니 어렵게 유지해 온 보험 상품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청구 준비를 위해 병원에 진단서와 의무기록을 요청한 결과, 김 씨에게 발행된 진단서 상 질병분류코드는 ‘갑상선의 악성신생물(C73)’과 ‘림프절의 이차성 및 상세불명의 악성 신생물(C77)’이다. 약관을 확인해 보니 C77은 일반암에 해당되어 가지고 있는 두 군데 총 4건의 암보험에서 대략 1억 정도의 암보험금이 예상됐다. 하지만 4건의 보험 중 1건의 보험에서만 일반암 진단비가 지급이 되고 나머지 3건에 대해서는 갑상선암에 해당하는 소액암 진단비만 지급이 됐다. 결국 지급 보험금은 1/3로 토막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동일한 진단서를 제출했음에도 보험사와 상품마다 이토록 다른 결론이 난 것일까?

김씨의 경우 가입한 암보험은 A사와 L사에 각 2건씩 가입이 돼 있었는데, 이는 가입시기가 모두 상이한 상품들이었다.

갑상선암에 대한 보장은 가입시기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로 2007년 4월 1일 이전 판매된 암보험 상품에서는 갑상선암은 일반암으로 분류됐다. 갑상선암이 소액암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4월 1일부터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일반암의 10~20% 정도만 갑상선암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김씨와 같이 갑상선암이 림프절까지 전이된 경우 C73 코드 이외에도 C77 코드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분명 약관 상 소액암이 아닌 일반암으로 구분이 되고 있어 분쟁이 된다. 2007년 4월 1일부터 2011년 3월 31일 사이에 판매된 암보험 약관과 2011년 4월 1일 이후 판매된 약관 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1년 4월 1일 이후 판매된 암 보험 약관에는 ‘C77~C80(불명확한, 이차성 및 셍세불명 부위의 악성신생물)의 경우 일차성 악성신생물이 확인되는 경우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약관이 추가됐다.

즉, 김 씨의 경우를 대입해 보면 림프절 전이암(C70)의 원발암인 갑상선암(C73)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원발암인 갑상선암(C73) 기준으로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씨가 일반암을 인정받은 L사의 보험상품은 가입일자가 2006.02.15로 확인되었고 소액암만을 인정받은 나머지 3건은 모두 2011년 4월 1일 이후 가입한 상품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3건에 대해서는 전혀 일반암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 하나 짚고 갈 만한 문제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한 보험회사의 ‘설명의무’이다. 일반적인 보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두꺼운 책자로 제공되는 약관의 내용을 모두 숙지하고 가입하는 일이란 흔치 않다. 대부분 설계사 또는 상담원을 통해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가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설명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범위가 명백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가입 당시에는 설명 들은 내용이 중요한 사항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다만, 김씨의 경우처럼 보험사고 발생 후 대두되는 여러 가지 분쟁 소지 중 하나인 설명의무는 사안에 따라 면밀하게 검토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김씨가 보험 가입 당시 수령한 상품설명서와 녹취를 확인 결과 원발암을 기준으로 암진단비가 지급된다는 설명은 누락돼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의 가장 큰 권리인 보험금 지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설명해야 할 약관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설명이 누락된 계약의 약관 규정은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도 있다. 따라서 약관 상 명백히 면책 규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설명의무의 적용 여부에 대하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천율손해사정사무소 윤금옥 대표

[윤금옥 손해사정사]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손해사정전공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한국손해사정사회 업무추진본부 위원
-경기도청 학교피해지원위원회 보상위원
-INSTV(고시아카데미) 강사
-대한고시연구원 강사, 한국금융보험학원 강사

-자격사항 : 3종대인손해사정사,4종손해사정사,신체손해사정사,개인보험심사역(APIU)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