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형법은 상대방이 항거하기 곤란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을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강제추행죄에 해당함을 규정하고 있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업무, 고용, 그 밖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신체의 일부를 합의 없이 타인의 신체에 접촉한 경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제추행이나 강간 등 성범죄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목격자 등의 증거도 드물다는 특성 때문에 범죄의 증거를 제시하기가 어려워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최근 1심에서 강제추행의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한 판결에 대해, 2심과 대법원이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병원원장인 의사 A는 그의 병원 소속 간호사인 B를 3차례에 걸쳐 병원 간호사실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며, 그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다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후, "방음이 되지 않는 간호사실에서 A가 피해자 B를 억압하고 추행했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고, 2층 약국 내에서 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30분도 지나지 않아 A가 진료실로 부른다는 이유로 순순히 진료실로 들어간 것이 이례적"이라며, "3회나 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즉시 항의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A의 전담간호사로 10개월 이상 근무하다가 임금체불을 이유로 병원을 그만둔 후에 강제추행으로 고소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는 이유로 A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및 대법원은 동일한 증거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은 피해자들을 비롯한 증인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후, "간호사실이 방음이 되지 않지만 피해시간은 환자가 별로 없는 야간이었고 두 사람의 체격차가 나는 점을 보면 A가 피해자 B를 짧은 순간에 강제로 추행하는 것이 가능해보인다"며 "피해자가 추행을 당한 후 A가 진료실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진료실 앞을 지나가다 A가 부르자, 지시를 거절했다가는 향후 자신에게 더 큰 위해가 가해질까봐 두려운 마음에 A의 지시대로 주는 물건만 받아 빨리 올라가기 위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는 진술도 경험칙 상 납득이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A로부터 추행을 당한 후 병원을 그만뒀다가, 경제적 사정과 A의 부인이 병원에서 근무를 하는 등의 근무환경 변화를 감안해 복귀했으며, 피해자가 처음 그만둘 때 생겼던 임금체불 문제는 그 이후에 체불된 수당을 지급받으며 해결됐다"며 "만약 피해자가 임금을 받기 위해 고소를 한 것이라면 더 일찍 고소를 했을 것"이라 설명하면서, "피해자는 고소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문제 삼지 않으려 했으나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괴로워 뒤늦게 고소를 결심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러한 고소 경위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위와 같은 이유로 항소심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만한 고도의 신빙성 있는 다른 증거가 없다면 일관된 피해자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 강제추행이 있은 후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시에 반하여 행동하기 어려운 점, 곧바로 퇴사를 결정하기 어려운 제반사정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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