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언급 안 하고 살아가기 [김주혁 칼럼]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l승인2018.09.27l수정2018.09.27 11:0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외모룰 언급하지 않고는 대화를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꽤 많은 것 같다. 예쁘다, 못 생겼다, 날씬하다, 뚱뚱하다, 섹시하다 등등 외모를 평가하는 말 폭탄들이 이들의 입으로부터 연신 발사된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지만 주로 여성들이 외모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 말을 듣는 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호평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을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무실에 일하러 왔는데 마치 꽃처럼 관상용품 취급을 받는 것이 과연 기분 좋은 일이겠는가. 만일 악평을 듣는다면 당연히 상처를 받는다. 이런 외모 평가가 성희롱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결국 우리나라를 성형수술 권하는 사회,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로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한국의 성형수술 건수는 세계 상위권이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무리하게 질병을 얻는 여성들도 많다. 남학생들은 뚱뚱해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학생들은 정상이어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 심지어는 중고생뿐 아니라 초등학교 여학생들까지 절반 가까이가 화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바람직과는 거리가 먼 현상이다. 우리 모두가 외모를 언급하지 않고 대화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심각하게 노력해야 할 이유다.

여성을 육체적 존재로만 개념화하는 것은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그래서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가꾸는 데 온 힘을 쏟게 되는 한편,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돼 왔다.

▲ 사진 출처 : 여성민우회 액션 포스트잇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릴 때부터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외모지상주의를, 특히 여성에게 귀가 따갑게 들려준다. 노래, 동화, TV, 웹툰, 게임 등 대중매체부터 그렇다.

요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상어’란 노래만 해도 그렇다. “엄마상어 (뚜루루뚜루) 어여쁜 (뚜루루뚜루) 바닷속 …”식이다. 상어를 보고 암컷과 수컷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필자도 구별할 자신이 없다. 그런데도 엄마상어는 덮어놓고 예쁘단다. ‘곰 세마리’란 노래도 마찬가지다. 아빠곰은 뚱뚱해도 되는데 엄마곰은 날씬해야 한단다. 강의를 할 때 외모 평가나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단어로 ‘곰 세마리’ 노래의 가사를 바꿔서 불러 보라고 하면 청중들이 매우 힘들어한다.

많은 동화들은 백마 타고 오는 멋진 왕자님을 기다리는 어여쁜 공주님의 이야기를 그린다. ‘야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도 ‘미녀’여야 한다. 많이 잘못됐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동화 다시 쓰기 운동이 벌어진다. ‘미녀와 야수’가 아니라 ‘못난이와 야수’로 바꿔 썼다. 외모가 아니라 고운 마음씨로 사랑받는다는 설정이다. 인형이나 TV 등장인물도 여성은 주로 날씬하게 나온다.

교복도 코르셋처럼 허리가 움푹 들어간 교복을 입으라고 광고를 해댄다. 이런 거 입으면 삐쩍 마른 학생이 아닌 경우 숨 쉬기도 힘들어서 하루 종일 비몽사몽 지내게 된다. 고등학생 교복이 초등학생 교복보다 적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교육청마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교복을 최근 권장하고 나서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교복은 각급 학교장이 정하는 사항이라서 귀추가 주목된다. 여학생들에게 치마와 바지 중 선택권을 주도록 인권위원회가 권고했으나 아직도 적지 않은 학교들이 치마만을 고집하는 실정이다.

성형수술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고, 심지어는 TV에서도 성형수술 전후를 비교해 보여주는 끔찍한 프로그램까지 등장한 바 있다. 취업준비 여성이 외모를 걱정하고, TV 아나운서와 항공기 여승무원은 눈이 나빠도 ‘외모에 흠이 되는’ 안경을 착용해서는 안 되는 게 불문율인 사회가 2018년의 대한민국이다. 한 마디로 외모지상주의 사회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외모 언급 없이 대화하며 살아가자는 사회 운동을 벌여야 할 때다. 각급학교 당국과 학생회가 공동 캠페인을 벌이면 좋겠다. 언론사들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외모를 평가 받지 않고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외모 평가가 사라진다면 뚱뚱해도 행복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많아질 것이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성평등보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현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myhappyhome7@naver.com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미학적 포토갤러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5가길 28, 10층 1016호(적선동, 광화문 플래티넘)  |  대표전화 : 02-734-8802  |  팩스 : 02-6383-0311 ㅣ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03542  |  등록일자 : 2015년 1월 20일 ㅣ제호 : 미디어파인 ㅣ 발행인 : 문수호  |  편집인 : 이창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창석
Copyright © 2018 미디어파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