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 더 비기닝’, ‘인터스텔라’와 ‘블랙 팬서’를 합친다면?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10.05l수정2018.10.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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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킨: 더 비기닝>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CF 출신 베이커 형제(조나단, 조쉬)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리 SF 액션 ‘킨: 더 비기닝’은 작품성을 논하자면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수작 ‘천국의 아이들’을 연상케 한다. 천국은 반어적 혹은 은유적 표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이지만 아이들은 천사라는 얘기. ‘킨’ 역시 유사한 형제들의 얘기다.

백인 할(데니스 퀘이드)은 갓 출소한 청년 친아들 지미(잭 레이너)와 입양한 14살 흑인 일라이(마일스 트루잇)와 함께 산다. 할은 두 아들을 평등하게 ‘혹독하게’ 대한다. 그리고 착하게 살 것을 ‘강요’한다. 지미는 마피아 테일러(제임스 프랭코)에게 진 빚 때문에 아버지와 갈등을 빚고 집에서 쫓겨난다.

일라이는 새 운동화를 사기 위해 폐건물을 돌며 고철을 수집하다 다른 세계에서 온 엄청난 파워의 슈퍼건을 줍고 집에 숨겨둔다. 어느 날 저녁 할은 사무실에 갔다가 금고를 터는 테일러와 지미를 보고 말리다 테일러의 총에 죽고, 지미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오발로 테일러의 형이 죽는다.

황급히 도망친 지미는 일라이에게 아버지가 휴가를 가라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타호 호수를 향해 함께 떠난다. 중간에 들른 한 모텔 스트립바에서 형제는 슈퍼건을 사용해 주인에게 억류된 스트리퍼 밀리(조 크라비츠)를 구해주고 동행한다. 테일러는 형의 복수를 위해 부하들을 데리고 출동한다.

▲ 영화 <킨: 더 비기닝> 스틸 이미지

어느 무기도 뚫을 수 없는 금강불괴의 슈트를 입은 다른 세계의 클리너 2명도 슈퍼건 회수를 위해 일라이의 뒤를 쫓는다. 이들은 공간의 과거 스캔이 가능한 헌티드 로봇, 일정한 공간의 시간을 멈추는 타임스톱 수류탄, 차원 이동기 등 이 세계의 것이 아닌 초자연적 무기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데.

블록버스터 스타일의 단순한 오락 영화일 듯하지만 꽤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천국의 아이들’의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뉜 남매가 운동화 하나를 공유하느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는 것처럼 세 주인공이 자유 혹은 해방을 위해 미지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는 로드무비의 형태를 취한다.

이 여정은 지미에겐 도피고, 밀리에겐 해방이며, 일라이에겐 일탈이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사실은 첫 휴가이자 자유를 향한 날갯짓이다. 시간, 공간, 가족이 중요한 키워드다. 할리우드의 가족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훈계에서 벗어난 게 막강한 변별력.

할은 두 아들에게 “내가 너희들을 혹독하게 대하는 이유는 세상이 혹독해서야”라고 가르친다. 빚을 갚게 도와달라는 지미에겐 “내 집에서 나가”라고 내쫓고, 고철을 주워온 일라이에겐 절도를 꾸짖으며 “훔친 물건도 다 어딘가 있던 거야”라며 존재의 공간성을 가르친다. 정말 절묘하다.

▲ 영화 <킨: 더 비기닝> 스틸 이미지

출소 후 자기 방이 일라이 소유가 된 것을 보고 “내 흔적을 싹 지웠네. 옛날 집이 좋았는데”라고 지미가 말하는 건 공간 존재의 시간성에 대한 철학. 지미는 일라이에게 “대리 아들”이라고 말하고 일라이는 그 현실을 충분히 안다. 하지만 할은 “넌 내 아들”이라고 분명하게 가족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넌 엄마의 아들이고, 난 그녀의 남편이니, 넌 내 아들”이란 연역적 귀납. 일라이가 아버지와 다툰 걸 지적하자 지미는 “가족끼린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건 역설적이다. 가족이라고 다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가족이기에 뒤끝 없이 다투고 갈등할 수 있고, 그래서 자연스레 봉합된다는 뜻.

운동화와 부엉이는 그래서 의미가 깊다. 지미에게 거리를 뒀던 일라이는 지미로부터 운동화를 선물 받고 감격한다. 그리곤 다음날 새벽 모텔 밖으로 나와 부엉이를 본다.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를 상징한다. 어리고 반항적이었던 일라이가 지미를 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인생의 지혜를 얻는다는 것.

새 운동화를 신은 미성년자에게 지미가 승용차 운전을 시키는 건 일라이가 나이를 초월해 이제 세상에 홀로 설 지위를 획득했다는 의미다. 일라이의 운전이 원의 스키드 마크를 남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차원의 얘기. 일라이의 손등의 흉터는 누군가의 콤플렉스는 때론 유니크한 강점이 된다는 암시다.

▲ 영화 <킨: 더 비기닝> 스틸 이미지

CF 감독 출신의 감독이라는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주는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지닌 작품이다. 인트로의 폐허와 다름없는 마을부터 어둡고 가라앉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지속되지만 간간이 재치 있는 유머도 갖췄다. 밀리라는 여성의 미장센에 머무는 기능이 아쉽지만 지미와 일라이의 캐릭터는 돋보인다.

착하고 나약하지만 세상에 의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범죄자가 돼야만 했던 지미가 본디적 자신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라이가 그 과정에서 지미의 자아회귀를 자연스레 돕는다는 설정이 꽤 큰 울림을 준다. 클리너의 차원 이동을 소리의 진동으로 표현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14살 소년이 슈퍼건으로 활약을 펼치는 청소년용 오락영화라고 선입견을 갖는다면 곤란하다. 첨단의 특수효과가 동원된 액션은 어느 SF 액션에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특히 백인 가정에 입양된 일라이의 정체성과 불교의 인연과의 연관성을 찾아가는 미스터리의 과정은 엄청난 결말이기에 재미있다.

‘블랙 팬서’에서 왕위 계승에서 소외된 불행한 왕자 에릭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마이클 B. 조던이 기획자로 참여했다. 제목에 ‘비기닝’이 있으므로 향후 친족(Kin)이 활약하는, ‘인터스텔라’의 철학과 ‘블랙 팬서’의 재미를 융합한 시리즈가 될 가망성이 농후하다. 102분. 15살 이상. 10월 11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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