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류충렬의 파르마콘] 한국에 젖소, 말, 돼지, 닭, 개, 관상용 조류 등을 거래하는 제도권 가축시장(stock yard market, 家畜市場)은 있을까? 정답은 한국에는 그러한 가축시장은 없다는 것이다. 공식적 가축시장은 오직 송아지와 한우 큰소만 거래하는 우시장(牛市場)만이 존재한다. 그럼 한우(韓牛) 이외에 시장에서 거래할 만한 종축(種畜)이 없기 때문일까? 정답은 규제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답이 될 것이다.

현행 「축산법」은 ‘축산업협동조합’에게만 가축시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만약 축산업협동조합이 아닌 자가 가축시장을 개설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가축시장 개설권을 독점하고 있는 축산업협동조합은 오직 牛시장만 개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우 이외의 가축 사육자나 소비자는 별도의 거래시장을 개설할 수도 없고, 개설된 시장도 없어 공정한 시장에서 거래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거래시장이 부재한 젖소, 돼지, 말, 닭, 오리, 개, 관상용 조류 등의 종축은 사육자와 소비자끼리 아름아리 방식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다. 제도적 거래시장의 부재는 생산자, 소비자에게 그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의 기회를 잃게 만든다. 가격의 변동, 공급과 수요에 관한 예측정보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시장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소규모 생산자나 소비자라면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으로 더 많은 공정한 거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왜 牛시장이 아닌 젖소, 말, 닭, 오리 염소 등 특정한 종축전문 가축시장 개설을 허용할 수 없는가? 혹 한국에 한우 이외의 종축을 위한 가축시장이 필요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반론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논쟁에 불과하다. 牛시장 이외의 종축을 거래하는 가축시장의 개설 필요성 여부를 떠나 먼저 제도적으로 가능하여 개설여부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축산업협동조합의 가축시장 개설 독점권과 牛시장 중심제도는 1987년 12월, 축산법 개정으로 이루어져 이미 30여년이 경과된 규제이다. 이 규제는 그간 한우 이외의 종축에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기회도 막았을 뿐 아니라 온라인(online)거래 등 다양한 거래방식도 이루어내지 못하였다.

이제 한국에도 젖소, 염소, 말, 닭 등 다양한 종축의 유명사육지에 공정하고 투명한 가축시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면 어떠한가? 가축시장 개설을 축산업협동조합만이 아닌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여 지방자치단체가 개설할 수도 있게 하면 어떠한가? 아울러 개설시장에게 오프라인(off line)만이 아닌 온라인(on line)거래도 가능하게 하면 어떠한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yogjakarta)의 새시장(bird market)은 유명하다. 한국에도 염소사육이 많은 곳, 말사육이 많은 곳, 젖소 사육이 많은 곳 등 지역별로 가축사육 특성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가축시장을 개설하고 다양한 거래방식으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게 허용하였으면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설여부를 판단하도록 제도부터 허용하면 어떠한가? 시장은 거래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유통단계 감축, 가축전염병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현)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