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따뜻하고 눈물겹다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11.01l수정2018.11.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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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과 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영화화됐다. 일본 버전이 지난 2월 개봉된 데 이어 오는 8일 한지에 감독, 청룽(성룡) 주연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가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세 좀도둑 샤오보(왕준카이), 아지에(둥쯔젠), 통통(디리러바)은 웬일인지 한 집안을 마구 파괴한다. 마침 퇴근하는 그 집의 주인인 중년여성을 결박하고 BMW를 빼앗아 도망친다. 그들이 도착한 동네는 폐허에 다름없다. 이 스산한 곳에서 그들이 숨어든 곳은 폐업한 지 오래된 나미야 잡화점.

집안으로 연결된 우체통을 통해 편지 한 장이 배달된다. 소스라치게 놀라 밖으로 나왔지만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다. 별생각 없이 개봉한 편지는 자칭 시골 뮤지션이라는 청년이 1993년에 보낸 것. 베이징에서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데 친구 추이젠(최건) 등은 성공했지만 자신은 아직 무명이라고.

시골 아버지는 귀향해 가업을 이어 받으라 하고 삶이 팍팍해 마음이 흔들리지만 그렇다고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고민이라는 내용이다. 처음엔 시간을 때우려, 그 다음엔 호기심에, 그러다 보니 어느덧 몰입돼 그렇게 날아오는 편지와 답장을 주고받게 되면서 자연스레 뮤지션에게 충고를 해준다.

▲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 스틸 이미지

그러자 그 시기 다른 사람들의 편지가 지속적으로 날아온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소년은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의 폭력과 그런 아버지와 사사건건 다투는 엄마 사이에서 방황 중이다. 세 친구는 부모와 떨어져 자립해 자신의 길을 가고 싶다는 소년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

술집 무대에 서는 무명 댄서 겸 가수라는 길 잃은 강아지는 젊은 여자다. 주변엔 그녀의 사랑 혹은 돈을 노리는 사기꾼투성이고, 자신은 이것 말고 진짜 꿈을 찾아가고 싶지만 많은 부양가족 때문에 그럴 수 없어 혼란스럽다고. 그러자 갑자기 아지에가 화를 낸다. 그의 엄마가 무명 댄서였기 때문.

1993년 12월 31일. 나미야 잡화점을 혼자 운영해왔던 무명(청룽)은 그동안 장사보다 편지로 청소년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을 마치 천명처럼 성심성의껏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만둘 때가 됐음을 알고 6개월 전 조카의 집에 의탁해 있다가 잡화점으로 되돌아와 마지막 편지를 쓰는데.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일본 영화는 소설을 읽어본 관객들에겐 다소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19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원작의 힘을 어느 정도 확인해주기도 했다. 이번 중국 버전은 일단 따뜻하면서도 다소 섬뜩한 반전이 있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게다가 청룽이 등장하기에 친숙하다.

▲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 스틸 이미지

타임 슬립을 이용해 시간이란 존재를 일상적, 공간적으로 부각한 점도 돋보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유인의 상당성으로 연결됐다’는 스토리는 불교의 인연이다. 그 어긋난 공간과 시간 속의 사람들은 타자로서의 객체가 아니라 연결된 공동존재라는 일의적 언표.

어른과 아이는 보호와 희망의 관계가 아니라 대립의 존재관계라는 게 좀 서늘하긴 하다. 부모에게서 도망친 마이클 잭슨을 붙잡은 역무원은 한 노숙자가 “로큰롤은 영원하다”라고 외치자 “곧 죽을 팔자군”이라고 비웃고, 발라드를 부르는 시골 뮤지션에게 프로듀서는 “록이 더 낫다"라고 비아냥대는 식이다.

심지어 몇 살 더 먹은 아지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겠다는 통통에게 “음악 해서 먹고살 수 있어?”라고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청소년의 순수한 꿈은 어른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의해 짓밟히고 그래서 사회는 경직화되고 자본의 노예화가 된다는 메시지는 익숙하지만 깊게 와닿는다.

영화 속 중요한 공간은 잡화점과 무지개집(보육원). 잡화점이 용기란 단속적 현상화라면 무지개집은 희망의 명료한 현현화다. 빗줄기가 세찰수록 무지개는 강렬하다. 세 좀도둑이 화자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세 젊은이의 과거와 현재(혹은 그 나비효과)를 풀어나가지만 결국 중심은 무명이다.

▲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 스틸 이미지

무명은 유일하게 아이들의 꿈을 믿고 응원하는 어른이라는 면에서 위버멘시(극복인)고, 과거가 미래를 찾기도, 미래가 과거를 만나러 오기도 한다는 걸 안다는 점에서 초인이자 현자다. 낙서하는 아이들에게 “낙서하지 말고 똑바로 그려”라던 그는 자신의 답장이 행여 피해라도 줄까 봐 잡화점을 떠난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그는 “애들과 편지 나누며 나도 배워. 내 답장 때문에 애들이 불행해질 줄 알았는데 전부 감사의 답장이네. 난 사실 해준 게 없는데. 그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거야, 노력이란 걸. 감사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나”라며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란 걸 어른 관객에게 깨우쳐준다.

마지막 편지에서 “언제든 네 인생의 지도를 그릴 수 있으니 너 스스로를 믿어”라고 아이들에게 조언을 남기는 무명, 아니 청룽의 모습은 액션이 없음에도 참 익숙한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그가 조카에게 시계와 편지를 남기며 “천기누설은 안 돼”라고 말하는 건 공간적 시간성의 철학이다.

청년이 큰 인물이 될 소녀를 위해 희생하고, 고아가 꿈을 버리지 않고 결국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며, 불우한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 개발에 매진한 처녀가 갑부가 돼 자선사업에 나선다는 따뜻한 미담 속에서 어른과 아이가 화해하고 서로 치유해주는 플롯이 참 숭고하다. 12살. 109분.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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