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예비부부가 손해배상액이 예정된 예식장 사용 계약을 맺은 후 행사 계약을 취소한 경우, 계약한 명의자에게만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실무상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손해배상액 예정에 대해서 민법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①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 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민법은 계약 당사자간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나아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손해배상액 예정이 포함된 계약 체결 후 계약이 취소된 경우 계약 당사자(예비신랑)가 아니라 계약서에 서명은 하지 않았으나 관련이 있는 일방(예비신부)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계약 서명 당사자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 예식장 사용계약이 체결됐다고 추인되는 자에게도 공동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김씨와 이씨는 2016년 5월경 결혼을 앞두고 예식장을 구하기 위해 같은 해 3월 서울에 있는 A예식장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사용료와 식사비 등 관련 내용을 안내받고 이튿날 계약금 1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후 예식장은 피고들에게 웨딩계약서와 행사계약규정을 보내주었는데, 이 규정에는 이용자 사정으로 당일 행사 취소시 계약된 총 예식금액(3,900만원)의 70%를 배상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 김씨는 이씨에게 예식을 취소해 달라고 했고, 이씨는 예식장에 계약 취소를 통지했습니다. 그러자 예식장은 김씨와 이씨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한 뒤 계약금액의 70%에서 계약금을 공제한 금액을 청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재판부는 A예식장이 김모씨와 이모씨를 상대로 낸 예식장의 사용료 청구소송(2016가단5152793)에서 "김씨는 2,600여 만원을 지급하고 이씨는 김씨와 공동해 이중 1,3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예식장을 방문해 견적을 받고 김씨가 계약금을 송금한 점, 플라워미팅과 시식 등을 통해 예식진행의 과정을 확인한 것으로 보아 원·피고 사이에 묵시적으로 예식장 사용계약이 체결됐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원고가 이메일로 계약서를 보내주었고 이씨도 예식장을 방문해 세부내용과 진행상황을 확인한 점에 비춰보면 계약 내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씨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김씨와 이씨가 공동해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손해배상예정액 전부는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여러 사정을 감안해 이씨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총매출예정액의 50% 정도인 1300여 만원으로 감액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계약당사자 뿐만 아니라 묵시적 계약자에게도 손해배상예정액 배상의무를 확인한 판결로써, 계약당사자 및 서명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 계약 과정 확인 등 묵시적 계약당사자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배상예정에 따른 배상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확인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할 것입니다.

​나아가 비록 묵시적 계약당사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제반 사정을 감안해 배상 금액을 감액할 수 있음을 또한 확인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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