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PS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쇼호스트 스타 유난희가 최초라는 명함을 더 썼다.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케이블TV 롯데홈쇼핑과 CJ오쇼핑을 옮겨가며 생방송되는 ‘유난희 쇼’(제작 더파워셀러-TPS)로 한 프로그램의 두 채널 편성, 케이블TV 홈쇼핑 사상 첫 외주제작 프로그램,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형 홈쇼핑 방송 등의 최초 기록을 또 올린 것.

유난희는 ‘대한민국의 최초 쇼핑호스트’ ‘뉴미디어 케이블TV 아나운서’, 그리고 그 이력으로서의 ‘최초의 화장품 전속모델’ 기록 보유자다. 방송사 아나운서 시험에서 22번 낙방한 뒤 1991년 쇼핑호스트로 데뷔해 억대 매출 달성을 넘어 연 매출 최고 2000억 원의 기록을 썼던 그녀를 만났다.

-‘유난희 쇼’를 소개하자면?  

“홈쇼핑의 경우 보통 방송사나 MD가 제품을 선정하지만 ‘유난희 쇼’는 제가 먼저 직접 경험해본 뒤 MD, 작가 등과 상의해 최종 선정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매일 국내외 마켓을 발로 뛰어다니죠. 만약 소개할 만한 자격을 갖춘 제품이 없다고 판단한 주에는 방송을 쉬는 게 철칙입니다. 편성에 맞추기 위한 초이스가 아니라 올바른 초이스가 먼저인 거죠. 케이블TV는 물론 롯데와 CJ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도 실시간, 재방송 등으로 노출됩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당장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어떤 쇼핑이 현명하고도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꾸밀 수 있는지 저와 함께 노하우를 쌓아가게 만드는 형식이죠. 홈쇼핑 사상 최초로 외주제작 프로그램이, 그것도 경쟁관계의 두 개 채널에 동시 편성된 건 그런 제작상의 유니크한 장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합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는 게 아니라 소비자와 상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자는 거죠. 그래서 ‘유난희 쇼’는 쇼핑의 구성보다 일상생활을 얘기로 풀어나가는 데 집중한, 예능의 성향을 가미한 스토리토크쇼인 거죠. 저와 제품과 시청자가 실시간 함께 소통하는 겁니다. 시작은 국내 방송이지만 제품을 글로벌하게 선별하기 때문에 머잖아 수많은 국외 시청자들의 유입도 염두에 두고 방송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저는 절대 가격으로 방송하지 않습니다. 가치로 하죠. 홈쇼핑에 PPL 들어간단 얘기 들어보셨어요? ‘유난희 쇼’가 그렇습니다.”

-유난희라는 이름은 홈쇼핑 업계에선 보증수표다. 방송사와 협력사는 매출을, 소비자는 제품의 수준과 적정한 가격을 유난희라는 이름에서 믿는다. 비결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입장을 우선시하고, 그다음으로 협력사(제품 제공사)를 배려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겁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소비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구매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가격으로 유혹하거나 과장된 표현으로 마취시키면 일시적인 매출은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소비자는 물론 방송사와 협력사, 그리고 저까지 모두 손해 보는 ‘장사’가 되거든요. 쇼핑은 낭비나 사치만 아니면 삶의 일부분이고 적당한 놀이문화가 됩니다. 지출 규모를 떠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수준의 꼭 필요한 제품을 산다면 ‘내’가 즐거울 수 있는 가치가 높아지는 거죠.”

-그런 고집 때문에 홈쇼핑 방송계 일각에선 유난희를 ‘홈쇼핑계의 이단아’이라고도 한다. 에피소드는?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선언을 한 계기가 대표적이죠. 저는 꼭 미리 제품을 써본 뒤 소개하는데 어떤 상품은 도저히 양심상 구매하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생방송 도중 ”후져서 못 쓸 듯“이라고 말하는 사고를 친 적이 있었죠. 그 전에도 방송에서 대놓고 ”상품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내용물은 좋은데 용기가 안 좋네요“라는 등 솔직한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어요. 소비자에게 아부하는 게 아니라 같은 소비자로서의 품평이고 쇼핑호스트로서의 양심이죠. 심지어 MD는 다량 판매를 위해 가격을 내리자고, 저는 이 제품이면 그보다 조금 더 받아야 마땅하다며 다툰 적도 있어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 이면에는 꼭 함정이 있기 때문이고, 제품의 수준에는 그에 맞는 가격이 합당하다는 고집 때문입니다.”

▲ 롯데홈쇼핑 화면 캡처

-저작에서 필로소피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철학이 있다면?

“수입을 연관시킨다면 교수는 학식을, 정치인은 이념을 각각 판매한다고 할 수 있어요. 교육인이나 정치인의 명예를 훼손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제 직업을 손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명제죠. 어떻게 보면 저는 장사꾼이죠.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당연히 맞지만 일견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품을 그저 수익에만 동근원적으로 연결된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인간이란 존재자에게 지근거리에서 도구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존재자라고 생각해요. 제품 자체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거죠. 그래야만 소비자의 취향성과 미감을 존중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쇼핑은 결코 액수로 즐기는 게 아닙니다. 서민들도 얼마든지 쇼핑의 즐거움으로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요. 비누든, 청바지든, 하다못해 작업복이라도 생활필수품은 꼭 구매해야 되잖아요. 그럴 때 기왕이면 용재성(사용 가능성과 유용성을 포함한 편리함), 적소성(수단과 방법에 맞는 지시연관 구조), 합목적성(목적에의 적합성) 등을 만족시킨다면 최상의 쇼핑이 되는 거죠. 그걸 돕는 게 콘텐츠디렉터 겸 라이프스타일러로서의 제 철학입니다.”

-명품과 스타일에 대한 생각은?

“명품을 ‘과시욕(허영심)을 만족시키는 값비싼’이란 다수의 양심 밑바닥에 깔린 생각과 달리 저는 개개인의 취향과 목적과 의도에 가장 완벽하게 부합되는 가격과 품질의 제품이라고 봅니다. 전자의 명품은 수준이나 물가를 새치기해서 가격이 오르죠. 앵커리지 효과 때문에 소비자들은 거기에 별 거부감 없이 반응하지만 실리나 실용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지출만 늘어납니다.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부유층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파노플리 효과를 이용한 상술에 희생되는 거죠. 파노플리 효과로 인한 허영심이 낳은 수요가 증가하는 걸 이용한 베블렌 효과가 또 한 번의 상술로 작용합니다. 후자의 명품은 그런 게 아닙니다. 소비가 증가해 흔해진 상품의 매출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스놉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잘난체하는 속성이 기저에 깔린 심리지만 자기만의 명품을 갖고 싶은 독립적인 소비 심리이기도 하죠. 이걸 긍정적으로 적용해 자기에게 꼭 필요하고, 가장 잘 어울려서 만족감이 최고라면 그게 명품이죠. 명품의 기준은 가격표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바라보는 가치와 실용성에 있다고 봅니다.”

-‘뜨겁게’ ‘아름다운 독종이 프로로 성공한다’ 등 책도 쓰고, 지상파 방송사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유명인사로서 팬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유난희 쇼’를 온-에어 하기까지 제작사와 함께 정말 많이 고생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롱런할 수 있도록 신발 비용이 꽤 들어갈 만큼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그게 오랫동안 유난희라는 브랜드를 믿어준 시청자들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쇼핑을 통한 자신만의 만족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갖게끔 도와주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최초의 쇼핑호스트’라는 훈장을 어깨에 무겁게 달고 있는 제 숙원인 후배들에게 뭔가 귀감이 되는 길이겠죠. 여러분, 몸 건강하시고 쇼핑도 건강하게 하세요.”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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