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단지 동물이 아니라 가족으로서 그들의 삶에서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안타깝게도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의 수명보다 짧아서 반려동물과 살다보면 반드시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과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동물이 노쇠해져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죽는다면, ‘가족을 잃게 된’ 주인은 동물병원을 상대로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민법 제751조에서 타인에게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에게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죽은 경우, 주인은 동물병원을 상대로 이 조항을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죽은 고양이의 주인에게 의료과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여, 병원이 위자료로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서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12년 동안 기르던 고양이(아메리칸 숏헤어 종)가 아프자 2017년 5월 B동물 병원에서 두 차례 혈액투석을 받았습니다. A의 고양이는 2014년부터 당뇨병이 생겨 인슐린 치료를 받았고 만성신부전증으로 이미 4번의 혈액투석을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A는 2017년 6월에도 혈액투석 치료를 위해 고양이를 데리고 B동물병원을 찾았으나, 고양이의 백혈구 수치와 혈당이 낮아 치료를 하지 못한 채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간호사는 플라스틱 주입구를 사용해 고양이에 알약을 투여하고 있었는데 고양이가 갑자기 주입구를 삼키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병원 측은 곧바로 내시경을 통해 주입구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고양이는 며칠 후 퇴원했지만 엿새 후 죽고 말았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진단서에는 “당뇨, 신부전 진단”으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A는 “B동물병원이 내시경을 통해 주입구를 꺼내는 과정에서 고양이에 큰 스트레스와 상처를 줘 죽었으니, 심폐소생비용과 치료비, 화장비용, 고양이 구입비, 위자료 등 1,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은 "A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양이가 내시경 수술로 죽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어, B동물병원의 과실로 인해 고양이가 죽은 것을 전제로 한 치료비와 화장비용, 고양이 구입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제한 후,“다만 B동물병원 직원인 간호사의 실수로 고양이가 주입구를 삼키게 됐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내시경 수술로, 혈액투석 등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고양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그 과정에서 고양이와 오랫동안 생활해온 A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기에 병원 측은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동물병원측의 의료과실이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간호사의 실수로 주입구를 삼킨 고양이가 이를 제거하기 위한 수술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었고, 가족으로 자리매김한 반려동물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주인이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슬픔을 인정하고 그를 위자하기 위하여 손해배상을 인정한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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