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손해사정사 윤금옥의 숨은보험금찾기] #A씨는 올초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35세 이상 노령 산모였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 모유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6-7개월이 되면서부터 뒤집기와 목 가누기도 무리없이 해내며 건강하게 자랐다. 아이에게 이상 증상이 발견된 것은 생후 11개월 즈음이었다. 옹알이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고, 뒤집어도 잘 버티지를 못했다. 11개월이 지났는데 혼자 앉기는커녕 엎드리지도 못했다.

동네 재활의학과부터 시작해서 몇 군데 대학병원을 다니며 원인을 찾고자 했으나 뚜렷하게 확인이 되지 않았다. 급한대로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마지막으로 찾은 대학병원에서 검사 결과, 아이의 상태의 원인 질환이 GM1 강글리오사이드증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유전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질병은 일종의 유전자 질환으로 부모에게 이상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아 발현되는 질환이라고 한다. 이 질환에 대하여 연구가 진행 중이기는 하나 완치방법이 없어 그 시기를 늦출 수 있을 뿐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병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을 겨우 연장하며 만3세가 된 아이의 현재 상태는 아직도 유모차와 아기띠에 의존하여 생활해야 할 정도로 모든 일상생활이 보호자에게 완전히 의존적이며 동사무소에 지체장애 1급으로 등록되어 있다.

노산이었기 때문에 각종 산전 검사를 빠짐없이 시행하고 정상 소견임을 확인한 후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태아 때 가입해 두었던 보험에 재활치료비라도 보태고자 보험금을 청구했다. 가입한 보험에는 질병특정고도장해 보험금, 질병후유장해 보험금 등의 특약이 가입돼 있었다.

모든 서류를 구비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는 심사 끝에 질병후유장해 보험금은 지급하지만 질병특정고도장해 보험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거절 통보를 했다. 특약의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는 선천적 질환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부모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입 전에 산전 검사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고, 출생 당시부터 6~7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특별한 이상 없이 지내왔던 아이였다. 유전자 질환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선척전 질환으로 치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옳은 주장일까?

이러한 분쟁은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다. 흔하지 않지만 GM1 강글리오사이드증, 척수성 근위축증(SMA), 댄디워커 증후군 등 다양한 유전자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아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었다. 보험회사에서 유전자질환이 Q코드를 부여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유전자 질환을 선천적 질환으로 판단하여 면책사유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법원의 판결례는 보험사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판결 사례는 유전자 질환 중 하나인 척수성 근위축증에 관한 것이었다. 담당 주치의 소견 상 ‘상기 질환이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환이기는 하나 출생 후 3개월 이후 증상 시작되어 병원을 방문하였기에 선천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내용이었다. 법원 의료감정의 소견 상 ‘척수성 근위축증이 유전질환임은 맞으나 선천성 질환은 의학적, 학문적으로 태아 상태나 출생과정에서 생기는 질환을 의미하기 때문에 출생 이후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진단받았기 때문에 선천성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선천적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발병해 있는 질환만을 선천적 질환으로 해석하라는 의미이다.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보험사는 대법원까지 상고를 했지만 심리불속행 기각(상고사건 가운데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은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결정을 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손해사정을 진행한 결과 장기간 동안 보험사와의 다툼으로 지쳐있던 부모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보험사 약관 문구, 특히 면책사유와 같이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사안은 보험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확대 해석하여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로 인한 보험금 분쟁이 많기 때문에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 천율손해사정사무소 윤금옥 대표

[윤금옥 손해사정사]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손해사정전공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한국손해사정사회 업무추진본부 위원
-경기도청 학교피해지원위원회 보상위원
-INSTV(고시아카데미) 강사
-대한고시연구원 강사, 한국금융보험학원 강사

-자격사항 : 3종대인손해사정사,4종손해사정사,신체손해사정사,개인보험심사역(AP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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