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임진각광장과 평화누리 일대에서 열린 파주장단콩축제

[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지난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파주장단콩축제를 끝으로 올 41개 문화관광 축제가 막을 내렸다. 필자는 관광문화축제 평가위원으로 평가 배정된 축제 이외에도 몇 곳의 축제를 다녀왔다. 일반 방문객으로 접했던 축제와 평가위원의 시각으로 보는 축제가 확연히 다르단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축제를 종합해 본다.

파주장단콩축제는 수도권 인접지역이라는 장점과 어느 때보다 훈훈한 남북화해 무드에 힘입어 마지막 날까지 상당한 방문객이 다녀갔다. 전날 오전 강설로 주춤했던 인파가 오후부터 몰리더니 폐막일까지 이어져 다행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임진각 광장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방문객이 16만명, 장단콩류가 약 36억 원 어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주시는 밝혔다.

필자도 마지막 날 축제현장을 찾았다. 올림픽, 체전 등과 같은 대형 행사를 마칠 때 폐막식에서 가장 먼저 감사 인사가 전해지는 그룹이 자원봉사자다. 파주장단콩축제장 역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축제의 질을 높였다. 부족한 주차장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덕에 편안하게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장단콩과 이를 이용한 두부 판매 부스는 장사진을 이뤘고 각 읍면동부녀회가 겹치지 않게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 향토음식판매 등이 입을 즐겁게 했다. 장단콩, 개성인삼과 함께 장단삼백으로 불리는 쌀은 주차장 근접에서 판매함으로써 차에 편하게 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곳곳에 축제 운영의 묘가 눈에 띄었다. 재래시장을 옮겨 놓은 듯한 농산물판매 좌판(재래장터)은 지역 농민과 상인들과의 상생이란 측면에서 보기 좋은 모습을 연출했다.

파주장단콩축제 끝으로 올 문화관광축제 마무리

장단은 통일신라 때 붙여진 지명으로 1972년 파주시로 편입됐다. 장단 지역 콩은 오래전부터 명성이 높았다가 1913년 최초 콩 장려품종으로 ‘장단백목’이 결정되기도 했다. 이 지역은 배수가 잘되고 석회질이 풍부한 미세토양으로 인해 콩 농사가 잘 되고 콩알이 굵은 게 특징이다. 파주장단콩축제를 총평 한다면 콘텐츠를 더 보강한다면 현재 3일간 치러지는 축제를 5일로 늘려도 좋겠단 생각이다.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는 순창장류축제를 평가 차 다녀왔다. 행사장이 시내에서 3.5km 정도 떨어진 점을 고려해 셔틀택시 12대를 운행함으로써 접근을 쉽게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축제장 내를 돌아볼 수 있는 전기차를 운행해서 고령 방문객이 축제를 충분히 즐기도록 배려했다. 특히 출입구 주변 교통을 통제하는 자원봉사자의 복장이 세련되고 깔끔한 점이 일부 다른 지역의 얼룩무늬 군복과 비교됐다.

10월 12일에는 남도음식문화대축제를 보기 위해 강진을 당일치기 했다. 전라남도 이외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압도적 음식문화를 보면서 한식의 우수성을 다시금 목도했다. 그러나 이를 세계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소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국내용 축제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축제 성패의 99%는 날씨…순창과 울진 희비 엇갈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울진 금강송송이축제는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전면 취소됐다. 일부 취소가 아닌 전면취소로 축제를 준비했던 관계자나 이를 기다렸던 관광객들 모두 실망이 컸다. 그럼에도 울진 주민들은 차분하게 내년을 도모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만 바닷가 지역 물가가 꽤나 비싸 관광객을 밀어내는 형국이었다. 이 부분은 상인들간 지혜를 모아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필자는 명승 6호로 지정된 울진 불영계곡을 다녀왔다. 장장 15km에 달하는 깊고 수려한 계곡이다. 계곡 중간에 있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지은 불영사에 갔다가 낭패를 겪었다. 입장료 2000원을 카드로 계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현금인출기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사찰 문전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추가로 카드를 긁고 현금을 되받아 입장료를 계산했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JTBC 밀착카메라에서 11월 5일 ‘카드 안 돼요...가을 산행 사찰 관람료 논란’이란 제목으로 공론화 했다. 조계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종회에서 종법을 개정해 카드를 받기로 결정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홍주읍성에서 열린 홍성역사인물축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는 홍성역사인물축제를 현장에서 2박3일 머물면서 봤다. 홍성축제도 축제기간 절반은 비가 내려 어수선했다. 순창장류축제는 3일간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였다. 우스갯소리로 축제관계자들은 축제 성공의 90%는 날씨라는 말을 한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우스갯소리도 아닐뿐더러 울진금강송송이축제를 볼 때 날씨가 99%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우천 시 요란하지 않고 발 빠르게 잘 대처했고 고등학생들로 이뤄진 댄스 팀이 비를 흠뻑 맞고도 ‘독도는 우리 땅’ 음악에 맞춰 감동스런 군무를 보여줬다. 비는 축제에 훼방 요소기도 하지만 감동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다만 역사인물에 대한 ‘드러냄’이 지속가능한지와 지역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더 이끌어 낼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8월엔 11일부터 13일까지 통영한산대첩축제를 보고 왔다. 57회나 이어지는 역사가 깊고 5일간 치러지는 프로그램이 다양한 축제다. 육지와 바다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가 볼만하다. 특히 한산대첩의 학익진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은 공군 블랙이글스까지 동원대는 스펙터클한 행사다. 역사 깊은 축제다 보니 지역민들의 참여도가 남달랐고 통영이라는 유서 깊은 도시가 주는 매력과 어우러져 방문객 만족도를 한껏 높이기에 충분했다. 역사도시 통영 콘텐츠를 연계시키면 체류일자를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역공동체가 합심해야 축제 지속가능성 높아져

축제는 지역 관광 매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지역민들이 즐기던 것을 온 국민, 나아가 외국인들까지 즐기는 축제로 발전한 사례가 적지 않다. 모든 축제의 목표는 글로벌화란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축제는 많지만 지역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제 강점기 집회금지, 문화말살로 인한 문화의 단절이 큰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결과 2일 이상 개최되는 축제가 733개에 불과했다. 일본은 약 4000개(주일한국대사관 조사, 2017), 미국 2만5000여개(세계축제협회, 2018), 네덜란드 5000여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럼에도 문화관광축제를 양성하는 제도 마련이 미흡했다. 평가제는 축제를 획일화했고 등급제는 문화를 서열화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몰제는 경쟁력 있는 축제를 키우지 못해 세계적 축제로 가는 길을 막는 불합리를 초래했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성장유도형 축제지원을 통해 장기적 육성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축제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축제지원기구를 지정, 국가인정 축제자격증 도입 등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축제가 살려면 지역이 살아나야 한다. 지역 공동체가 움직이는 축제여야만 지속가능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축제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축제는 일상의 즐거움 그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특별한 무엇인가’를 위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겠다.

▲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문화 향유공동체 ‘문화지평’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현장 평가위원
지자체 근현대문화유산‧미래유산 보존 자문위원
한국약선요리협회 전문위원
대중음식평론가(‘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연재 중)
前 뉴시스 의학전문기자, 월간경제지 편집장
前 외식경영신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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