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블비’, ‘단순명료’한 성장 여정의 가족애 액션물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12.18l수정2018.12.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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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범블비>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오프 ‘범블비’(트래비스 나이트 감독)는 일단 오리지널의 장황하고 황당하며 억지스러운 허점과는 거리를 둔다는 게 보기 좋다. 단순함과 기초에 충실해 오직 로우틴용 오락물이란 정체성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충분히 먹힐 듯하다.

1987년.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사이버트론에서의 디셉티콘과의 지루한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자 은신처를 마련하라며 병사 B127을 지구로 파견한다. B127은 번스(존 시나) 요원이 이끄는 지구 군대의 공격을 받고 설상가상으로 그를 잡으러 온 디셉티콘 블리츠윙의 파상공세에 몰린다.

이 과정에서 성대와 기억회로가 타버리는 부상을 입지만 노란색 비틀로 변신한 뒤 가까스로 잠적한다. 남동생 오티스, 재혼한 엄마, 그녀의 새 남자와 함께 사는 18살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는 몇 해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빠를 잊지 못하고 있다. 차를 갖고 싶지만 사정상 자전거로 만족한다.

아빠가 남긴 고물차 한 대를 수리하는 게 낙인 그녀는 부품을 사고자 고물상에 갔다가 낡아빠진 노란 비틀을 발견하고 사장에게 공짜로 ‘알바’를 해줄 테니 생일선물로 달라고 제안한다. 평소 찰리를 눈여겨봤던 사장은 ‘알바’는 필요 없지만 생일선물은 공짜로 줄 수 있다고 호의를 베푼다.

▲ 영화 <범블비> 스틸 이미지

집 개러지에 비틀을 주차한 뒤 이곳저곳을 살피던 찰리는 갑자기 스스로 작동하며 오토봇으로 변신한 괴물체를 보고 놀란다. 그런데 말과 기억을 잃은 오토봇은 순수하다 못해 겁이 많고 수줍음까지 탄다. 그녀는 범블비라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음악을 즐기며 각별한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소소한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범블비의 신호를 확인한 블리츠윙이 미군 수뇌부를 찾아가 자신들이 지구를 지키려는 존재고, 오토봇이 그 반대편의 반역자라며 지구에 숨어든 오토봇 하나를 잡는 데 협조해달라고 부탁한다. 수뇌부는 번스 요원에게 오토봇 제거에 협조하라고 명령하는데.

티케팅에 앞서 주의할 점 3가지. ‘트랜스포머’가 섣불리 시도했던 역사와 신화의 서사가 조금이라도 심화됐거나 진화했길 바란다면 과욕. ‘트랜스포머’를 뛰어넘는 엄청난 액션의 향연을 바란다면 착시. 동행한 아이만큼 만족을 바란다면 과욕. 다만, 자식을 위한 2시간의 희생이 목적이라면 무방함.

그만큼 영화는 철저하게 아이에게 ‘취향저격’이다. 섣불리 로맨스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애초에 스스로 봉쇄하고,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거대한 전쟁 시퀀스는 초반에 맛만 보여준 뒤 오로지 찰리와 범블비의 우정과 합동 활약에 집중한다. 마치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공명, 관우와 장비처럼.

▲ 영화 <범블비> 스틸 이미지

그 우정은 결국 엄마의 새 남자의 중재가 개입돼 찰리와 엄마와 오티스의 화해와 새 남자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여정에 결정적인 광합성 역할을 한다. 이 영화가 철저하게 로우틴용인 건 찰리, 그녀를 짝사랑하는 이웃 소년 메모, 오티스, 범블비 등이 아직은 어른이 될 준비가 덜 됐기 때문.

기억과 목소리를 잃은 범블비는 처세술이 영유아 수준이다. 자신을 가장 믿어줬고, 그래서 가장 의지했던 아빠를 갑자기 잃은 분노와 박탈감에 특기인 하이-다이빙에조차 두려움을 느꼈던 찰리는 오직 생존의 본능밖에 없는 B127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세상을 사는 법을 가르쳐주며 자신도 성장한다.

흑인이기에 의기소침했고, 아직 ‘어른이’이기에 모든 게 서툴렀던 메모는 아주 조심스레 찰리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진정성을 서서히 알려가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볼뽀뽀’를 받곤 “키스했다”라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는 어설픈 용기로 찰리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며 점차 남자가 될 채비를 갖춰나간다.

‘초딩’ 오티스는 엄마(지배자)에 대한 복종이 살길이란 걸 알기에 엄마에 반항하는 누나와 대척점에 섰다가 누나의 개척정신에 서서히 동화됨으로써 하이틴으로 성장할 태세에 돌입한다. 아이들 앞에서도 애정표현이 거침없었던 엄마와 ‘연하남’은 찰리를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철이 들어간다.

▲ 영화 <범블비> 스틸 이미지

인트로의 사이버트론 전쟁 시퀀스를 제외하면 액션은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2명의 덩치 큰 디셉티콘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갑자기 전세를 뒤집거나 가공할 만한 파괴력의 무기를 꺼내드는 시퀀스는 다소 허망하지만 그가 눈빛을 바꾸는 설정이 내면의 일취월장이란 주제를 대변하므로 개연성은 갖췄다.

그건 그가 잃어버린 목소리와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 혹은 무협지의 지난한 환골탈태 여정을 상징함과 맞물린다. 처음엔 찰리와 음악 취향만으로도 엄발났던 범블비는 시간이 흐르자 라디오 주파수를 바꾸며 팝의 가사로 찰리에 반응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대화로 발전시킨다.

범블비가 남의 손가락질을 받는 낡은 폭스바겐(독일) 비틀에서 근육질이면서도 날렵한 쉐보레(미국) 카마로로 변신하는 시퀀스는 다분히 미국적이다. 이 빠진 톱니바퀴처럼 덜컥대던 가족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하나가 되는 시퀀스는 좀 억지스럽지만 그게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니까 그러려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주제가 ‘The Touch’를 비롯해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 등 영화 배경의 동시대를 풍미한 다수의 올드 팝송과 옵티머스 프라임, 아이언 하이드, 라쳇 등의 캐릭터가 향수를 불러일으켜 줄 것이다. 114분. 12살 이상. 12월 25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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