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밭떼기로 매매한 배추에 추대(꽃)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을 물어 재배농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민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매수인이 물건의 수령을 지체하고 있는 도중에 매도인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없이 완전한 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때, 이에 대한 매도인의 책임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401조(채권자지체와 채무자의 책임)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

최근 매수인이 배추 인도받기를 지체하고 있다가 그 이후 발생한 추대를 이유로 재배농민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이 위 청구를 기각한 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매수인 A는 2017년 2월 11일 배추 재배농민 B와 사이에 춘광배추 2,000평, 청야배추 5,000평 등 봄배추 7,000평을 평당 6,700원 합계 4,690만원에 포전매매(밭떼기 매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가 배추육묘를 주문한 육묘상인과 농약판매자에게 배추육묘 대금 450만원과 농약대금 86만 6,000원을 지급하고, 이후 B는 춘광배추 2,000평을 모두 수확했으나, 청야배추 5,000평은 배추에 추대가 발생함에 따라 상품가치가 없어 수확하지 않았습니다.

청야배추에 추대가 발생하자 군농업기술센터에서 컨설팅을 실시하였고, 청야 배추의 추대 발생원인을 3가지 제시하였으나 그 중 어떤 것이 원인인지는 밝히지 못하였습니다.

배추에 발생한 추대를 이유로 A는 B에게 잔금 690만원을 주지 않았고, "B가 육묘를 주문하였고 B의 관리 잘못으로 추대가 발생했다"며 5,000평에 대한 매매대금과 육묘대금, 농약대금에 해당하는 3,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구○○ 판사는 8월 14일 농산물 유통상인 A가 밭떼기로 산 배추에서 추대가 발생했다며 농민 B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56749)에서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군농업기술센터에서 제시한 3가지 발생원인 중 어느 것이 이 사건 추대의 발생원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위 3가지 외에 다른 원인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후, “청야배추 5,000평에 발생한 배추의 추대 발생원인을 육묘의 하자라고 볼 수 없고,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피고가 육묘를 주문하였고 원고가 단순히 대금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육묘의 하자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위험부담과 관련하여 “(원, 피고 간) 계약에서는 ‘피고가 매매대금의 잔금을 수령함과 동시에 원고에게 목적물을 포전상태로 인도하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통상적으로 밭떼기 매매에서 매수인은 자신의 책임 하에 수확시기, 농작물의 수확과 운송 등을 매도인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매도인은 외지에 거주하는 매수인을 위하여 매수인의 부탁 또는 필요에 따라 농약을 살포하고 도난을 감시하며 농작물을 재배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배추를 포전상태로 인도하면 되는 점, 피고의 배추 인도의무 이행기가 원고의 잔금지급 시기에 맞추어져 원고의 의사에 따라 배추에 대한 위험부담자가 좌우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점(밭떼기 매매의 특성상 작물의 작황에 대한 위험부담은 매수인이 부담한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에게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배추 인도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로부터 배추를 인도받을 수 있음에도 잔금지급일을 지키지 않다가 그 이후 추대가 발견되자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바, 이 경우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거나 민법 제401조에 따라 원고가 그 손실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아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위 판결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농작물 재배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통상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가 잔금지급일을 지키지 않다가 잔금지급일 이후 추대가 발생한 경우 위험부담의 법리에 따라 매수인인 원고가 그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판결로써, 계약의 이행기가 지난 이후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 매매의 목적물에 발생한 하자에 대한 위험부담은 매수인이 진다는 점을 확인한데 의의가 있다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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