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과 오래가게 ‘따로 또 같이’ [유성호 칼럼]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l승인2018.12.28l수정2019.05.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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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유성호 문화지평 대표의 문화‧관광이야기] 서울시는 지난해 종로, 을지로 일대 ‘오래가게’ 39곳을 선정했다. 오래가게는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해오며 서울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노포(老鋪, 오래된 가게)를 발굴해 브랜드를 붙인 것이다.

오래된 점포를 뜻하는 ‘노포’가 일본식 표기인 점을 고려해 시민공모로 오래가게란 이름을 얻었다.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래가게 선정 기준은 개업 후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계승, 무형문화재 지정자(또는 기능전승·보유자)가 운영하는 곳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용산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등 서북권에서 26곳을 선정, 모두 65곳이 됐다. 분야는 방앗간, 책방, 이발소 등 생활분야, 칠기, 유기, 공방 등 전통공예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음식점을 의미하는 요식업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선정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선정이 기준이 다소 강화됐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거나 볼거리가 적당히 남아있어야 하고 가게 주인이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를 원하는 한편 지속경영 의지와 열정 등 마인드까지 선정 기준에 포함시켰다.

2017년부터 ‘오래가게’ 지정…음식점은 선정대상서 제외

▲ ‘오래가게’로 지정된 ①만나분식 ②명신당필방 ③돌레코드 ③순희네반찬

자유여행이 늘면서 원도심 골목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단체관광과 달리 느림의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등 세계적인 추세가 된지 오래다. 서울도 단체로 왔던 관광객들이 서서히 자유여행객으로 들어오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에 따른 관광자원이 다변화되고 있고 시 외각까지 관광객 발길이 닿고 있다.

오래가게는 이런 추세에 발맞추는 차원에서 정책기획 의도는 좋다. 그러나 기존 정책과 겹치거나 난맥이 보여 2년차 사업이지만 일찍 짚고 넘어가면 좋을 듯싶어 몇 마디 거든다. 가장 먼저 서울미래유산과 중복되는 부분이다.

서울미래유산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기준으로 삼아 2012년부터 모두 461개를 선정했다. 올해는 배재고 아펜젤러기념관 등 14개가 정해졌다. 2013년 296개를 시작으로 2014년 55개, 2015년 45개, 2016년 54개, 2017년 38개 등 해마다 30개 이상 선정하다가 속도가 주춤한 상황이다. 중간에 자발적 지정 취소나 폐업, 이전 등으로 숫자가 조정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서울미래유산은 정치역사, 산업노동, 시민생활, 도시관리, 문화예술 등 5개 분과로 나눠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한다. 시민생활분과 세부선정기준에 따르면 사업자등록증상 개업 연도가 1970년 이전인 소매업종 중 최초 또는 대표성이 있거나 가업전승, 장소 연속성 유지, 독특한 이야깃거리, 변경된 적 없는 상호 등 시민들이 공유할 가치를 한 가지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집합주택일 경우엔 지어진 지 최소한 40년 이상 되면서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거나 독특한 주거 특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특화거리는 형성된 지 30년 이상 경과한 곳 중 독특한 지역 경관과 생활사적 가치가 있으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준이 있다. 여기에 서울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까지 아우르는 무형유산까지 선정 대상이다.

오래가게 세집 중 한집은 서울미래유산과 겹쳐

서울미래유산 선정기준이 오래가게와 상당히 겹친다. 오래된 개업연도, 가업계승, 장소 연속성으로 대변되는 사업 지속가능성, 그리고 독특한 ‘꺼리’ 등 먼저 시작한 서울미래유산이 오래가게의 ‘형님뻘’ 쯤 돼 보인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39곳 중 10곳, 올해 26곳 중 9곳 등 총 65곳 중 19곳(29.2%)가 서울미래유산과 중복이다. 오래가게 세 가게 중 하나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을 다시 지정한 것이다.

중복 지정된 곳은 구하산방, 낙원떡집, 문화이용원, 유일한의원, 통문관, 학림다방, 송림수제화, 종로양복점, 한영양복점, 원삼탕, 한신옹기, 포린북스토어, 성우이용원, 독다방, 복지탁구장, 홍익문고, 불광대장간, 형제대장간 등 이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정책과 미래유산팀에서 관할하고 있고 오래가게는 관광체육국 관광사업과 관광정보팀이 맡고 있다. 문화와 관광이라는 두 개의 관할이 앞 다퉈 서울의 문화관광 인프라를 늘리고(?) 있는 형국이다. 나쁘지 않지만 중복을 피하고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 직제에 문화관광체육부가 있다. 과거 공보부, 체육부, 교통부의 관광 부서가 이합집산 변천을 하다가 1994년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하면서 구 교통부 관광국이 문화체육부에 흡수됐다. 이를 거쳐 2008년 지금의 부처명으로 확정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문화와 관광을 결합시킨 것이다. 역사문화 인프라가 곧 관광자원이기 때문에 둘을 같이 운용하는 게 효율적이란 것이 이미 20여년 전부터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직제는 문화와 관광이 따로 움직인다. 같은 ‘동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유산과 오래가게 선정 과정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직제를 논하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박원순 시장과 시 의회는 차제에 이 부분도 의제로 삼아보길 바란다.

문화·관광 별도 조직서 유사 업무…문화관광 인프라로 접근 필요

▲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①NH농협은행 종로지점(구 조선중앙일보사옥) ②종로양복점 ③용금옥 ④계동 48-12 건물군(한옥)

겹치기 지정 다음 문제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사실 서울미래유산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식당이다. 손님을 끌기에 큰 마케팅 툴이다. 마포최대포집은 외벽에 큼지막하게 미래유산 인증서를 확대해 붙여놨고 1961년 문을 열었다는 서대문통술집은 아예 간판에다 서울미래유산 로고를 박았다.

이를 의식했는지 오래가게는 ‘요식업’을 제외하고 대신 제과제빵, 분식, 다방 등을 지정하고 있는데,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 요식업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홍보가 된’이란 이유로 제외했다지만 분식점도 음식점의 한 종류다. 간이, 일반, 휴게음식점 중에 하나는 걸어야 영업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식당이다. 분식점, 제과점도 여러 매체를 통해 충분히 알려진 곳이 대부분이다.

오래가게가 표방하는 요식업은 일반음식점, 흔히 말하는 맛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식당, 특히 맛집은 관광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관광의 처음과 마무리는 식도락이다. 먹는 즐거움은 빈약했던 볼거리 체험 관광을 채워 관광의 전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한방’이 다. 그런데 서울의 관광을 책임지는 주무부서가 오래가게에서 식당을 제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

일단 서울시의 미래유산과 오래가게를 담당하는 부서가 만나 정책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두 정책의 중복문제와 타당성을 검토해 보기 바란다. 필자는 2016년도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서울시·서울신문과 공동주관해 공식적으로 스무 차례 했고 2014년 이후 80여 차례 넘게 서울을 누비며 미래유산은 물론 역사문화유산을 답사했다.

활동 중 느꼈던 것은 서울미래유산이 초기에 다소 중구난방 지정된 점과 대부분 ‘지정’ 자체로 의미를 다해버린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일부 식당만이 홍보에 적극 활용하면서 미래유산 정책에 ‘산소마스크’ 역할을 했고 시민들의 정서에 녹아들기에 역부족이었다.

미래유산은 학교 등 공공영역, 오래가게는 식당 포함 지정 필요

차제에 서울미래유산은 오래되고 보존가치가 있는 초·중·고 및 대학교 등 학교건물 중심과 공공기관, 공적 영역 역사가 존재하는 유무형 유산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 또 집합주택, 집합건물 등 덩치가 크면서 하나쯤은 특별한 기록을 가진 건물을 미래유산으로 관리하면 중구난방을 해소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런 면에서 올 지정 현황을 보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남산서울타워, 배제고 아펜젤러기념관, 숙명여고 도서관, 경의선 숲길공원, 지하철 경복궁역사 등 학교와 공공역역에서 지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미래유산은 스토리텔링이 시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아카이빙 될 수 있도록 예비지정제도를 두어 시간을 두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식당 같은 곳은 서울미래유산보다는 오래가게로 지정해 관광인프라로 활용했으면 한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지정 요건을 지금보다 까다롭게 하면 된다. 시는 오래가게에 선정된 곳 주변 관광지, 오래된 맛집, 산책로 등을 엮어 코스 개발에 나섰다. 오래된 맛집을 ‘엮을’ 바에 차라리 오래가게로 선정하면 그림이 깔끔해진다.

서울미래유산, 오래가게 제도 모두 서울의 인문·역사·문화 콘텐츠를 널리 알려 궁극적으로 내·외국인 관광을 활성화하는데 일정 목적이 있다. 관광은 미래 먹거리다. 세계적 추세가 보는 관광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느끼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과 오래가게는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콘텐츠다. 좀 더 지혜를 모으면 더 좋은 정책과 제도가 나오지 않을까.

▲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문화 향유공동체 ‘문화지평’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현장 평가위원
지자체 근현대문화유산‧미래유산 보존 자문위원
한국약선요리협회 전문위원
대중음식평론가(‘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연재 중)
前 뉴시스 의학전문기자, 월간경제지 편집장
前 외식경영신문 대표이사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shy19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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