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샤말란의 색다른 슈퍼히어로 세계관의 매듭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9.01.11l수정2019.01.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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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글래스>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글래스’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언브레이커블’(2000)과 ‘23 아이덴티티’(2007)를 매조지는 트릴로지의 마지막 영화다. 어릴 때 어머니의 학대로 인해 발현된 해리성 정체장애를 가진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의 24개 인격의 ‘패거리’는 4명의 치어리더를 폐공장에 감금한 채 비스트를 기다린다.

‘23 아이덴티티’에서 24번째 슈퍼 히어로 인격체 비스트를 완성한 뒤 ‘먹잇감’을 또 잡아들인 것. ‘감시자’로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악당들을 혼내주던 슈퍼 히어로 데이빗(브루스 윌리스)은 거리에서 옷깃이 스친 케빈에게서 범죄 현장을 보고 폐공장으로 가 소녀들을 구해준 뒤 비스트와 마주한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육탄전을 펼치던 그들 앞에 정신과 의사 엘리(사라 폴슨)가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나 제압한 뒤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한다. 그곳엔 골현성부전증 탓에 수십 번의 골절을 겪은 나약한 육체를 지녔지만 두뇌만큼은 초능력자인 미스터 글래스(샤무엘 L. 잭슨)가 감금돼있다.

엘리는 세 사람을 철통 보안의 병실에 가둬놓은 채 그들이 초능력이라 믿는 게 사실은 과대망상증임을 일깨우려 노력하고, 데이빗은 서서히 그녀의 말에 동화돼 간다. 그러나 글래스는 필라델피아 최고 오사카 타워 오픈 기념행사에 맞춰 자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계획을 세우고 비스트를 포섭한다.

▲ 영화 <글래스> 스틸 이미지

또 그는 데이빗에게 오사카 타워 폭파 계획을 알려 그의 정의감을 자극한다. 엘리의 말에 잠시 초능력을 잃었던 데이빗은 그걸 되찾아 철문을 부숴 탈출한 뒤 비스트와 사투를 벌인다. 한편 ‘23 아이덴티티’에서 비스트가 유일하게 풀어준 소녀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가 나타나 케빈을 설득하는데.

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보려면 앞선 두 영화의 예습이 필요하다. ‘언브레이커블’의 주인공 데이빗은 한때 미식축구 유망주였지만 교통사고 후 아내와 결혼해 아들 하나를 낳고 미식축구 경기장 경비원으로 평범하게 산다. 어느 날 그가 탄 기차가 탈선하지만 유일하게 그만 상처 하나 없이 생존한다.

알고 보니 글래스의 계략. 그는 자신처럼 몸이 약한 사람이 있다면 엄청나게 강한 사람도 있을 것, 자신이 두뇌의 초능력자이듯 다른 분야의 초능력자가 존재할 것이란 믿음으로 그들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대형 사고를 일으킨 테러리스트였다. 슈퍼 히어로가 된 데이빗은 글래스를 신고한다.

‘23 아이덴티티’의 케빈은 내면에 23명의 자아를 갖고 곧 그 ‘패거리’를 찾아올 비스트에게 상납하기 위해 세 소녀를 납치한다. 그의 정신과 상담의는 케빈이 말하는 비스트의 존재를 안 믿고 그를 계속 설득하지만 결국 비스트의 손에 죽는다. 비스트는 두 소녀를 죽이지만 웬일인지 케이시는 풀어준다.

▲ 영화 <글래스> 스틸 이미지

현재. 케빈의 검거 소식에 케이시는 정신병원을 찾아간다. 케빈은 잔혹한 연쇄살인범이지만 케이시는 그에게서 동병상련의 고통을 느끼고 연민의 정을 베푼다. 비스트가 케이시에게만 온순한 모습을 보이자 엘리 박사는 그녀에게 지속적으로 비스트 등 ‘패거리’를 안정시켜줄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영화는 철학이 생긴 이래, 인류가 문화를 만든 이래 계속 고민하고 대립해온 유물론과 관념론, 신화적 이념과 현실성의 상충을 앞세운다. 그 안내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운데 동심의 세계를 살찌우거나 혹은 범죄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슈퍼 히어로와 빌런을 다룬 코믹스다.

샤말란은 마블이나 DC처럼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인간적 한계’내에서 최대치일 수 있을 법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노력한다. 그래서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의 쫄쫄이와 망토 의상이 초창기 서커스단원의 복장이고, 인기 마술사는 대단한 심리전술을 갖춘 사기꾼이라고 주장한다.

겉으론 엘리와 글래스는 두뇌파고, ‘패거리’는 본능대로 움직이는, 데이빗은 정의가 기준인 행동파다. 그런데 속을 파고들면 예민하게 갈린다. 엘리는 마르크스를 잘못 이해한 유물론적 역사관을, ‘패거리’는 종교와 결합한 유물론을, 글래스는 합리주의를, 데이빗은 순수한 관념론을 각각 지향한다.

▲ 영화 <글래스> 스틸 이미지

대부분의 어른들(기득권 세력, 보수주의자)은 신화, 동화, 만화 등을 비웃는다. 자본주의가 세계의 헤게모니를 움켜쥔 현대에서 모든 믿음, 이념, 사조는 돈으로 귀결된다. 이 영화는 꿈을 좇는다. 자기 내면의 개성을 남과 다른 ‘괴물’이 아닌 특별한 능력으로 인식하고 발전 및 발산시키자고 주창한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하게 소금을 뿌리는 셰프 솔트 베와 캐나다 출신 가수 드레이크를 예습하면 유머가 한층 즐겁고, 샤말란이 반전의 대가라는 사실을 끝까지 상기하면 한층 더 재미있다. 비스트의 글래스를 향한 “넌 고통을 겪었으므로 이제 순결하다”라는 명제는 주제를 압축한다.

초반 카메오로도 등장하는 샤말란이 인도 출신이란 걸 감안할 때 데이빗의 아파트 1842와 동물원 개장연도 1874는 유추가 쉽다. 전자는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해 나라를 개방한 해고, 후자는 피지가 영국에 굴복하고 식민지로 전락함으로써 사탕수수 농장이 우후죽순 생겨난 해다.

영국은 농장 노동자로 많은 인도인을 피지로 끌어옴으로써 그들과 원주민의 평화를 동시에 깼다. 끝내 홍콩을 되찾은 중국과 보스턴 티 파티로 2년 반 뒤의 독립을 이끌어낸 미국과의 동지의식의 발로인 듯하다. 전편들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리는 명쾌한 매듭이다. 129분. 15살. 1월 17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테마토크 대표이사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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